[1999년 12월호]

부실오명 씻고 시험운행

柳常悅(유상열) 이사장

TGV보다 발전된 첨단기술 적용

착공 7년 고뇌 극복 술회

우여곡절 끝에 시험운영

“그 동안 사업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공단 임직원 및 시공사, 감리단 등 공사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착공 7년반만인 12월초 시험운영에 들어가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유상열이사장은 감격스럽다고 말한다.

유 이사장은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엄청난 역사(役事)를 시작하면서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성 등에 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회고한다.

설상가상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대전과 대구역 통과방식 논란, 경주노선 변경, 상리터널 안전성 논란 등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국가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했음은 물론 국민들도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험운행을 통해 모든 매듭이 풀린 것 같다고 낙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제는 사업이 정상화됐고 멀게만 느껴지던 고속철도이 시험운행 중에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고속철 사업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시험운행은 왜 실시해야 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궁금하지 않을까요.”

“시험운행은 한마디로 말해 실제 상업운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능 안전성 확인과 검증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이번 시험운행을 통해 3가지 측면에서 확인, 또는 검증을 하게된다.

먼저 전력공급 방식등 프랑스와 상이한 우리나라의 운행조건에 대해 차량 등 해외에서 제작된 시설물들의 성능 및 안전성을 점검한다.

또한 프랑스 TGV보다 향상된 새로운 기술부문에 대한 성능 점검이 있고, 마지막으로 우리 기술로 건설된 노반과 프랑스 기술로 제작된 차량, 신호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연계성을 검증하게 된다.

“재원조달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한때 IMF 경제위기에 따른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재원조달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대외신용도도 회복되고 있어 재원조달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최근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를 획득, 금융비용을 최소화할 유리한 금융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용등급 AAA는 국내 최우량 기업인 포철이나 한국통신, 한전등과 같은 수준이어서 재원조달 전망은 한층 밝아져 있다.

“한국고속철에 어느 고속철보다 최첨단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고속철에는 기존 TGV보다 더 발전된 첨단기술을 적용,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특히 관절형 대차와 일체형 바퀴구조, 3중 브레이크 시스템, 충격흡수장치, 운전감시 및 압력밀폐 시스템, 2중 전력공급장치, 전기해빙 시스템 등은 어느 고속철과 비교해도 훌륭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금 비싼만큼 편의성 앞서

“요금이 비쌀 것으로 보여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운행시간이 기존 새마을호보다 1시간30분이나 단축되고 항공기와 비교해도 공항까지의 이동시간, 탑승시간 등을 고려하면 시간상 비슷한 수준입니다. 결국 시간면에서는 새마을호보다, 요금면에서는 비행기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고속철도 요금은 지난해 사업계획 수정에서 경제성, 재무성 분석이 새마을 요금의 1.3배, 항공요금의 70% 수준으로 평가됐고, 프랑스와 독일 등 고속철도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고속철 사업은 추진과정에서 설계가 자주 변경됐고 일정이 늦어지는 등 차질이 빚어졌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사전 준비가 미흡한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서는 준비기간이 보통 10년정도는 되는데 우리는 3년에 불과했으니까요.”

너무 서두르다 보니 차량 선정이 늦어졌고, 용지매수 조차 않은 상태에서 착공하는 등 공사초기에 혼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남서울역 추가건설이나 대전 및 대구구간 건설방식의 변경 등도 사전준비가 미흡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사업의정상화 기반 구축을 위해 어떤 점을 중시하고 있는지요.”

“설계 및 감리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고속철 경험이 풍부한 외국 감리단을 집중 투입, 엄정한 감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단은 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지진에 대비, 진도5 기준으로 내진 설계도 했다고 들려준다.

더 이상 부실공사는 없어

“사회 일각에서는 고속철 공사가 아직도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건 잘못된 비판입니다. 현재까지 4만명 가량이 공사 현장을 다녀 갔지만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 이사장은 부실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표시한다.

“경기도 고양시 능곡에 있는 고속철기지창 설치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수습은 잘 됐습니까.”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 이 문제가 법원에 계류중에 있습니다.”

국가적 대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주민들의 반발은 벌써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은 현 시점에서 보상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고속철 건설로 혹시 임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지는 않는지요.”

“퇴근후 직원들을 묶어두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자기시간을 가져야 하니까요.”

상당히 민주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사장이라 직원들은 마음편하게 근무하리라 생각된다.

“고속철 건설로 우리의 생활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무엇보다 과거 고도성장 정책 추진으로 빚어진 수도권 인구집중현상과 교통혼잡, 주택부족 문제 등이 크게 완화되리라 봅니다. 또한 전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송 및 전달매체의 등장으로 국민의 의식과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 이사장은 현재의 조그마한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고속철도 사업이 끝나는 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 새천년의 교통혁명을 기필코 이룩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인다.

사진캡션 : 유상열 이사장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