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새천년 KTX가 달린다

한국고속철도 34.4km 시험운행

공정률 45%, 2천4년 개통목표

글 / 趙喜坤(조희곤 편집 부주간)

새로운 교통혁명시대 카운트다운

새 천년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크게 각광받게 될 고속철도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잦은 설계변경과 부실 시공 논란,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따른 사업비 축소 등 온갖 시비와 우여곡절을 겪었던 경부 고속철 공사가 7년여의 긴 산고 끝에 12월초 시험운행에 들어감으로써 바야흐로 고속철도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게됐다.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우리 나라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실로 1백년만의 일이다. 이제 기존 철도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고속철이 곧게 뻗은 철로 위를 번개처럼 달리게 됨으로써 ‘21세기의 새로운 교통혁명시대’ 가 열리게 된 것이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이사장 柳常悅)은 지난 92년 6월에 착공, 지금까지 총 5조6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공사가 진행중인 경부고속철 공사가운데 우선 충남 연기군 소정면에서 충북 청원군 현도면을 잇는 34.4㎞구간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험운행을 1개월 남짓 앞둔 99년10월말 현재 총 공정률은 40.6%로 99년 말이면 공정률이 절반 가까운 45%에 이르게 된다.

이번 시험운행에서는 오는 2천4년 4월 전구간 우선 개통 시까지 52개월 동안 46편성의 열차를 시속 40㎞부터 최고 300㎞까지 각 1만∼4만㎞를 운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시험운행은 차량조정시험과 차량설계성능시험, 차량인수시험, 종합시험 등 4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며, 시험운행 결과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면 공단에 인수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속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이번 시험운행에 앞서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 기술진이 각종 기능을 재점검한 후 교류 2만5천볼트의 전류를 차량에 투입한 상태에서 각종 기기 및 기능이 국내 환경조건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했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은 또 이번 시험운행과 관련, 지난 10월말까지 노반과 괘도, 전차선, 신호, 통신 등 모든 공정에 대한 공사를 완료하고, 11월 한 달간은 실제 차량을 투입, 안전성 및 각 시스템간 상호 연계성을 검증했다.

공단은 시험운행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92년6월부터 2천4년 4월까지 우선 개통하고, 2천10년까지는 부산까지 완전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경부간 고속철 건설이 완공되면 총 운행 거리는 4백12.0㎞, 운행 시간은 1백16분, 평균 운행속도 시속2백13㎞, 최고속도가 3백㎞에 달하게 된다. 멀게만 느껴지던 서울∼부산간 거리가 불과 반나절 생활권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부산에서 사는 사람이 서울로 통근도 할 수 다는 있다는 의미다.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연결한다던 70년대의 자랑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연간 2조4천억원의 편익증진

경부 고속철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위성이 평가된다.

우선 수송 효율성 면에서 보면 고속도로는 재래식 복선철도나 4차선 고속도로에 비해 2∼3배나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소모율도 항공기나 자동차에 비해 19∼24%에 불과하며, 이산화탄소 등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도 현저하게 적어 환경 친화 적인 교통수단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고속철도는 또한 항공기 보다 값싼 요금으로, 기존 철도의 안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 도달할 수 있다.

고속철도는 국토 이용측면에서도 상당히 효율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즉, 단위 수송능력 당 소유 부지가 고속도로(4차선)의 29%에 불과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높고 교통사고 감소 효과 등 안전성 면에서도 다른 교통수단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그러면 고속철이 완공되면 우리의 생활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는 물론 지방경제의 활성화, 지역개발 촉진 등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여객수송능력의 경우 현재의 하루 20만명 보다 2.6배가 배가 많은 52만명으로 늘어나고 화물 수송능력도 현재의 8.6배 수준인 연간 3백만 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게 된다.

또 고속철도로 교통인구가 분산됨에 따라 고속도로 통행량도 감소돼 시간 비용과 운행비 절감 등 연간 2조4천억원의 사회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분산 및 기업의 지방이전 등 지방 경제 활성화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가 지방으로 신속하게 파급되고, 지방에서 생산되는 정보와 재화도 전국에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게 되며 관광객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밖에도 토목, 기계, 전기, 신호분야 등의 첨단 기술이 복합된 종합시스템인 고속철도의 기술을 이전 받음으로써 산업기술의 선진화가 촉진, 기술경쟁력이 한 차원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술 수준의 선진화 및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한국형 고속 철도 차량의 국내 제작 기반이 마련되게 됐으며, 축적된 기술로 아시아 횡단 철도 등 해외철도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됐다. 전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송 및 전달 매체의 등장으로 국민의 의식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불신과 시행착오 딛고 시운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고속철도가 시운전을 눈앞에 두기까지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외국의 경우 보통 10년인데 비해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이의 3분의 1에 불과한 겨우 3년의 준비기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용지 매수가 안된 상태에서 착공해야 했고, 이는 결국 대전 및 대구구간의 건설방식의 변경과 경주구간의 노선변경 등 잦은 계획변경을 가져왔다.

국내 기술수준의 미흡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험 없는 국내 기술(감리 기술 미흡, 책임감리제 미정착 등)로 설계하다 보니 공사 시행 중 교량형식을 당초 PC에서 ‘빔’으로, ‘빔’에서 다시 ‘박스’로 변경하는 등 설계가 자주 변경돼 공사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다한 민원 또한 원활한 공사진척을 어렵게 했다. 소음 및 진동 등에 따른 주민들의 보상요구와 공사방해는 공사기간을 최대 20개월이나 지연시켰고, 지방자치단체의 과다한 요구와 인·허가 협의지연 또한 고속철 공사의 진척을 더디게 했다.

체계적인 관리 능력 부족도 큰 어려움이었다. 계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계약, 구매 및 제반 공정간의 상호 유기적 통제가 곤란했고 공기 및 사업비 절감 등 원가 개념이 결여돼 공사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한국 TGV 아닌 한국고속철도

한국의 고속철도 하면 사람들은 우선 떼제베(TGV)부터 머리에 떠올린다. 고속철도는 그만큼 우리 기술과는 먼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실제로 경부고속철이 우리 기술이 아닌 프랑스 기술로 태어난 것이니 TGV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공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7년반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사이 우리의 땀과 눈물이 고속철에 짙게 배어있다. 그래서 고속철도건설공단에는 TGV가 아닌,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새로운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對)국민 공모와 공단 내 공모로 얻은 8백개의 이름 중에서 고민하던 끝에 태어난 것이 바로 ‘KTX’(한국고속철도)이다. 이는 Korea Train eXpress의 준말로 EXPRESS에서 ‘E’ 대신 ‘X’를 강조함으로써 신속감과 첨단성을 강조했다고 공단측은 설명한다. KTX는 특히 TGV나 ICE, AVE처럼 연계되는 발음이 아니고 이니셜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로고타입 자체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고속철도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좀더 나은 이름을 위해 그 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진 결과, ‘남북화합호’, ‘세계화호’ 등 갖가지 희한한 이름이 제기됐다.

심지어 ‘KTX는 너무 짧고 발음하기도 안 좋으니 이 글자사이에 모음을 넣어 KoTeX로 하면 어떠냐’는 안(案)도 나왔다는 것이다. 여자들 생리대 상표명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이름짓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뒷이야기다.

부실과 적당주의와의 결별

한국고속철도관리공단은 앞으로 사업의 정상화 기반 구축을 위해 철저한 품질관리와 사업관리체제 확립, 지속적 경영혁신 추진 등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품질관리 면에서는 교량상부공 시공시 ‘케이징. PSM’ 공법을 도입, 현장·인력작업을 공장·기계화 작업으로 전환, 공기를 단축하고 정밀시공을 도모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 부실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철거하는 등 적당주의 관행을 근절, 결코 ‘부실’이라는 단어가 발을 못 붙이게 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사업관리 확립측면에서는 공단과 벡텔이 통합조직을 구성, 공동으로 사업관리를 할 방침이다. 공동으로 사업계획 평가가 시행되면 시설 규모 조정과 공법변경 등으로 1천6백억 원상당의 사업비 절감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공단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조직의 탄력성 부여 및 전문성 제고, 공기 단축 방안 지속 강구,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전자 결재 시행 등을 통해 경영혁신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고속철도 건설은 당초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공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사진캡션 : 시험운행에 들어간 한국고속철도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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