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우리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

제4회 농업인의 날 맞아 다양한 행사

농림부,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

글 / 李漢城(이한성 전문위원)

권농의 날이 농업인의 날

권농의 날이 농업인의 날로 바뀐 후 네 번째로 맞은 농업인의 날 행사가 지난 11월 11일 농업 대강당에서 있었다.

농어업인과 소비자대표 등 1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다채롭고 성대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참석하여 농정발전 유공자 1백50명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하고 신지식 친환경 농업인의 성공사례도 발표되었다.

또한 올해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학술 대회를 비롯하여 흙을 살리자는 심포지움이 있었으며 우수농산물 품평회, 우리식품 전시회, 전국 쌀 축제 등 부대행사도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의 축제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택일한 것은 추수를 마칠 수 있는 시기 가운데 흙을 뜻하는 토월토일(土月土日)로 잡았다고 한다.

올해 농정발전 유공자로 훈포장을 받은 자랑스런 농업인으로는 낙농업가 김복용(金福鏞)씨가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은탑 김인식(金仁植) 동탑 정봉락(鄭捧洛)씨등 친환경농업과 수출농업에 앞장선 분들이다.

쌀의 전자직거래 성공

천안시 성환읍 복모리에 사는 이종우(李鐘祐)씨는 귀향하여 인터넷을 통한 전자직거래를 성공한 신지식 농업인이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한 이씨는 쌀 농사를 지어 쌀장사를 할까 궁리 끝에 무점포 쌀판매 해드림 쌀집을 차렸다.

일년 농사 추수를 끝내고는 컴퓨터 한 대를 장만하여 “내가 지은 쌀을 바로 배달한다”는 목표로 상표 해드림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이어 인터넷 정보회사와 계약하고 특수 쌀봉투를 제작한 후 컴퓨터 앞에 시루떡을 올려 큰절을 올리고는 전자직거래에 나섰다.

일주일만에 주문전화가 오면서 지금껏 하루도 거른날 없이 주문이 늘어 첫달 매출액 5백만원이 6개월 뒤에는 4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어떻게 해서 알지도 못하는 고객들로부터 주문이 밀려 왔을까 궁금하다.

이종우씨는 농사꾼이 직접 지은 쌀을 소비자와 직거래한다는 원칙하에 주문 받은 양만큼 바로 도정하여 택배를 통해 정확히 배달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귀농한 새 농민의 신지식 농법이 소비자의 신뢰를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접목 선인장으로 세계시장 개척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에 사는 이동운(李東運)씨는 한국의 접목선인장을 키워 세계 꽃시장을 개척한 분이다.

어릴때부터 온실에서 선인장을 가꿔온 이씨는 학업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후 곧장 선인장에 몰두했다. 처음에는 남미산 선인장 단오환을 대목으로 여러 종의 선인장을 접목하였으나 차츰 남들이 갖지 못한 품종을 찾아 신품종 개발에 심취하여 화려한 꽃을 피우는 선인장 육종 전문가가 되었다.

그러던 중 70년대 중반 화란의 바이어를 만나 여러 색상의 접목선인장을 수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았다.

신품종 육종에 매달린지 10여년만인 80년초 우리손으로 육종된 아름다운 선인장을 유럽시장에 선보인 후 미국, 호주,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으로 대량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선인장 수출은 연간 8백만 내지 1천만본에 달하지만 로열티를 지불하는 꽃과는 달리 경쟁력이 높고 부가가치도 높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전망은 매우 밝은편이다.

이씨는 육종분야가 경제적 시간적인 부담이 따르기는 하지만 새로운 유망분야라는 확신으로 선인장 육종에 계속 정진할 각오라고 밝힌다.

신지식 친환경농업의 길

WTO체제로 농업인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농업인의 날 행사를 크게 꾸미는 정책적인 의도가 바로 농업인의 사기진작을 위한 배려로 해석된다.

그리고 정부가 IMF체제하에서도 농업분야에 상당한 애정을 쏟고자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농어가부채 경감대책을 비롯하여 금리인하와 영농자금 상환연기 등 농가경영안정을 지원한 자금혜택이 1조4천여억원으로 집계된다.

또한 새해는 상반기 중에 60만 농가의 6조8천4백억원의 부채를 농신보로 대체하여 연대보증으로 고민하는 농업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농정방향으로는 친환경농업과 수출농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벅찬 개혁과제들을 추진 중에 있다.

금년초 농업기반공사법이 제정되고 새해에는 통합 협동조합이 발족하게 된다. 그리고 새천년 농업발전의 기본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업·농촌기본법도 새로 제정 공포되어 오는 2천4년까지는 45조원 규모의 제2단계 농촌 투융자 계획이 시행된다.

그렇지만 농촌문제와 농정과제는 아직도 산적하다. 농림부에서는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는 정책구호 아래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협력하는 농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선진농업을 준비하기 위해 농업인 경영혁신과 농촌활력화운동을 비롯하여 우리 농산물의 세계화 친환경농업과 생명산업지키기 운동을 추진중이다.

그리고 친환경농업 운동으로는 흙살리기, 물살리기, 푸른들 가꾸기, 생명의 숲 가꾸기, 아름다운 농산촌 가꾸기, 자원절약형 농업실천 식량자급도 1% 더 올리기 등 7대 과제가 선정되었다.

또한 정부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 농업이 다른 산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신지식농업인 시대를 열겠다고 목표하고 있다.

신지식 농업인은 새로운 발상과 창의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농업인으로 농업의 벤처기업인을 발굴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이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모든 농업인들의 고뇌가 풀리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농업인의 날 각종 행사장에서 나온 농업을 아끼고 농민을 사랑하는 말들이 행사용으로 끝나는 일과성이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우리농업은 농업인만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근본이라는 인식을 농업인들에게 들려줘야 할 것으로 믿는다.

사진캡션 : 금탑산업훈장 김복용씨(80세) 은탑산업훈장 김인식씨(46세) 동탑산업훈장 정복락씨(4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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