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노사

제약과 과보호 두갈래

글 / 裵茂基 (배무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아직도 노동탄압국인가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노사관계제도, 그리고 관행에 대해 노사 당사자들은 대부분 불만이 많다. 근로자측에서는 노동법의 근로자 내지 노동운동에 대한 보호가 약하다고 불만이다. 그런가 하면 경영자 내지 사용자들은 그 반대의 이유로 불만이다.

나는 최근에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노사관계제도가 외국인의 눈에 상당히 다르게 비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그 견해들을 살펴 볼까 한다.

첫째의 견해는 주로 ILO와 OECD내의 TUAC(노동조합자문위원회) 및 ELSAC(고용노동사회자문위원회)등의 견해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한국의 노동법제에서 근로자의 단결권보장이 부족하고 노동조합 활동상 제약이 크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아주 한국을 노동탄압국인듯 보아 온 입장이다.

1997년 3월과 1998년 2월의 대대적인 노동법 개정으로 이러한 그들의 우려는 크게 해소되었지만 아직도 옛날부터 지녀온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려고 하지 않는다. 금년 7월부터 교원노동조합도 법제화 되고 이제 단계적으로 접근키로 한 공무원등의 단결권 문제만 남아 있는데도 그러하다.

국제기준보다 높다는 불만

두 번째 견해는 사실 첫째와 정면으로 상치되는 것이다. 대부분 생산 및 판매현장에서 한국의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과 부딪치며 경영을 하고 있는 외국인 경영자들은 노동법제나 관행에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미 주한미국인상공회의소나 일본 상공인의 단체인 서울 저팬클럽, 기타 EU상공회의소 등에서 그 동안 제기해온 불만이나 요구들이 많다. 이들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들어보면 첫째는 국제적인 기준이나 관행보다 더 보호적이라고 주장하는 조항, 예컨대 여성의 유급생리휴가, 파업시 대체근로금지, 강제퇴직금제도, 평균임금의 70%의 휴업수당, 엄격한 정리해고제, 각종 유급휴가, 각종 형사처벌규정 등이 있다. 둘째로는 노조의 위법 월권적 행동 또는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등에도 불만이 크다. 다소 문화적이거나 관습상의 차이도 있지만 “무단침입””무단점거·농성”등에 대하여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의 불만을 불법이나 위법사항이 있어 경찰등 공권력의 제지를 요구해도 좀체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은 이미 위에 적은 주한상공인 조직들이 제기한 바이다.

이처럼 ILO나 OECD측에서 보는 시각과 국내에서 실제 경영일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경영자들이 보는 시각 사이에는 정반대라도 해도 좋을 만큼의 차이가 있다.

미국노동자도 한국 노동운동 부러워

그런데 작년 11월 중앙노동위원회가 국제심포지엄을 가졌을 때 미국인 노사전문가가 제시한 견해 역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고 생각한다. 평소 한국의 노사관계제도에도 밝은 그 교수는 미국의 노동법(와그너법)과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규정들을 1 대 1로 자세히 비교한 눈문의 발표석상에서 미국의 노동지도자들은 한국에 와서 노동운동을 하고 싶어 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핵심적인 법규정들을 비교해 보니 한국의 노동조합에 대한 보호가 훨씬 두텁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보는 주체가 학자(전문가)로서 앞서의 첫째, 둘째와 다른 제3의 견해이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째의 직접투자 경영자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나는 OECD의 TUAC의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교원노조가 허용된 것에는 크게 놀랐노라고, 통일 될 때까지는 안될 것으로 믿었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한국의 노동기본권 문제를 제기하였다. 내가 좀 설명을 하자 곧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을 앞당기는 것과 구속자문제를 언급하였다. 그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정보를 균형있게 받고 있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국내에서 경영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 그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 보라는 권고를 하였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기업의 경영자들에 대하여도 최근 약 2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노사분쟁의 해결과제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강연이 끝나자 한국의 노동법제에 불만섞인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나 역시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역사나 문화, 가치관, 관습이 다른 곳에서 기업경영을 하는 그 분들의 애로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법제는 나라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외국인 투자기업이라고 하여 우리가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아니며 당신네가 겪는 고충은 국내의 경영자들도 다 겪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현장 종업원들의 의식속에는 한국식의 온정주의적 사고, 가부장적인 사고가 있고 그들은 스스로 약자로 인식하므로 강자로 되는 경영자들이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고 감싸줄 것을 기대한다는 말도 하였다. 그리고 근로자나 노동조합에서는 같은 업종의 비슷한 기업규모의 다른 기업들에서 하는 “관행”이 요구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관행에 대하여 정보수집과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가 있다.

노동법의 목적은 근로자 보호

외국인이 어떻게 보든 또는 무어라하든 문제는 우리의 노동법과 노사관계제도가 기업의 경쟁력은 계속 높힐 수 있으면서 또 종업원의 복지 내지 직장만족도도 계속 높힐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노동법제에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노동법의 목적”이라는 명제를 수용하면서도 과연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궁극적인 보호로 귀결될 수 있으냐를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앞서 외국인들이 엄격한 정리해고 규정에 불만인 점을 지적하였다. 그들의 주장중에는 흑자상태에서 미래를 기획하며 정리해고를 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치 않는 한국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들어 있다. 우리의 노동법은 고용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주안점이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다음에라야 해고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미국에서 수년전 약 20만명의 종업원을 가진 대기업의 새 최고경영자가 흑자이긴 하나 그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만다면서 5만명을 줄이고 경영혁신을 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올리고 주가도 몇배가 오르게 한 일이 있었다. 그 결과 그 회사의 수천개의 협력 기업들에 취업중인 수십만명의 종업원들의 고용이 보장되고 또 늘어나며 일파 만파의 성장기반을 구축한 일이 있었다.

우리의 노동법제는 이 경우 흑자상태에서 5만명의 정리해고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다. 앞서 우리가 장차 우리의 법제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기업의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취업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치중할 것인가, 아니면 부분적인 인원정리의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경쟁력과 더 넓고 더 많은 고용안정을 추구 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선택의 과제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자를 선택해 왔으며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매일 이 원칙에 충실하게 부당해고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