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청사초롱 불 밝힌 한국의 파안대소

관광객 한명이면 TV 12대 수출효과

“불친절, 바가지요금 무서워 못 온데요”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 崔佛岩(최불암) 회장

글 / 金瑞鈴(김서령) 객원기자

DJ와 함께 국가홍보 CF 찍은 사람들

“기억하실 거예요. 작년 7월에 대통령이 가운데 서고 연예인, 체육인, 문화예술인 58명이 그 주위를 병풍처럼 빙 둘러서서 국가 홍보 CF를 찍었던 것을. 반응이 아주 좋았지요. 각자 청사초롱을 들었는데 불을 밝힌 뜻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는 길을 그렇게 환하게 비추겠다는 의미였지요. 한달후 모여서 시사회를 하는데 이렇게 일회적으로 모였다 흩어지지 말고 관광 한국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있으면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 보자, 그렇게 의견들이 모아진 거죠”

스크린 안에서처럼 밖에서도 최불암 회장은 편안했다.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는 그렇게해서 생겼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대통령 바로 곁에 서 있던 그가 만장일치로 회장에 뽑혔다.

지난 일년간 몹시 바빴다. 관광 한국을 위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는 것도, 지금까지 관광에 대한 정책과 투자와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할 말이 아주 많다. 안타까움이 크다는 이야기다.

“7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 보문단지를 만들면서 관광한국을 계획하다가 중간에 좌절되고 말았지요. 그 이후 20년 동안 관광의 중요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요.

역대 대통령들이 관광 마인드가 없었던 거지요. 관광이 잘되면 선진국이 된다고 볼수 있는 거거든요. 작년에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수가 427만이었는데 올해 통계는 아직 모르겠군요.

늘어나야지요 .관광객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텔레비전 수출 12 대 하는 것하고 맞먹는다잖아요...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말이 딱 맞는 소린데.

그러나 외국 관광객이 들어온다 한들 뭐 구경할 내용이 있어야지요. 하루 묵을 사람을 이틀 잡아놓고 물건 한가지 사갈 사람을 두 가지 사가게 만들고, 그런 관광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관광상품 개발을 하나도 못했단 말이예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들어오면 죽 손을 잡고 다녔잖아요. 불친절하고 바가지 요금 씌우고 무섭고 그러니까 요즘에 와서야 일본 관광객이 삼삼오오 다니는게 눈에 띄지 전에는 어디 개인 관광객이 올수나 있었습니까. 식당도, 교통도, 볼거리도 제대로 마련해두지 않고 자꾸 오라고만 하면 누가 오겠어요…”

러브호텔에 관광객 유치할 수야…

아직 공항택시의 바가지 요금도 뿌리뽑히지 않았고 관광객에게 제공될 호텔도 모자란다. 더구나 국민의 친절, 청결,질서, 정직의 정도를 따지면 아직 해야 할게 수두룩하다.

“공항에서 시내에 들어오는데 빙빙 돌아서 3만원을 받는 택시기사한테 그래서야 쓰겠느냐고 나무랬어요.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아니 높은 분들은 수천만원, 수억을 꿀꺽 삼키는데 우리가 까짓 2만원 정도 속이는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할 말 없어요. 위에서부터 제대로 잘해서 도덕적인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거지요.”

관광호텔에도 문제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중저가 호텔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싱가폴 같은 경우 내국인은 호텔에서 묵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장치가 되어 있어 호텔이 여유가 있는데 우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사대문밖에 장급 여관이 지금 수천개가 있죠. 그러나 관광객이 오면 잘곳은 없어요. 죄다 러브 호텔이라서 밤에 자고 가는 손님은 받지를 않는 거에요. 호텔은 또 내국인으로 꽉꽉 차고… 잘데가 없는데 어떻게 관광객이 하루라도 더 묵을 수가 있겠습니까. 중국인 관광객이 하룻저녁 20만원짜리 호텔에 묵을수 있나요. 그런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관광정책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관광객에게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줄게 뭐가 있을까를 연구하다가 웰컴 투 코리아가 생각한 것이 바로 각 지방마다 열리는 축제였다.

한국 문화의 원류를 구경할수 있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웰컴 투 코리아의 홍보위원들은 지난 일년, 적극적으로 그런 지방 전통 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축제는 비로소 축제다워졌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물결을 이뤘다. 흥겹고 북적거리고 신명이 솟았다.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고 찹쌀떡, 엿, 식혜, 비빔밥 같은 고유음식 저자도 발 디딜틈 없이 붐볐다.

사진-1 캡션 : 자원봉사 활동중인 최불암씨.

전통문화축제의 관광상품화

어느 고장, 어느 축제든 해외 관광객들의 하루 볼꺼리, 놀꺼리로 전혀 손색없는 마당이 만들어졌다. 아니 굳이 해외광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도 좋았다. 내지방 내문화부터 제대로 알아야 소개를 해도 제대로 할수 있을 것 아닌가.

지방 전통문화축제는 전국적으로 대략 마흔개쯤된다. 관광객이 거기 참여해서 낯선 문화속에 직접 몸을 담글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한국 고유의 특산품을 싼값에 사갈수 있다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일텐데 지금껏 그렇게 관광과 연결된 프로그램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큰 아쉬움이다.

“중구남방의 일회용 행사로 끝내기에는 아깝잖아요.구경꾼을 남의 나라에서도 불러모아야지요.”

제주 성산 일출제는 1월1일 신년 해돋이를 기념하는 축제로 ‘웰컴 투 코리아 1도 1축제지원 행사’의 첫 번째 행사였는데 KBS의 생방송 ‘아침을 달린다’에서 생중계를 해주고 해서 열기가 뜨거웠다.

경주에서 열린 전통술과 떡 축제에도 회장인 그를 비롯해 강부자, 신영희, 심양홍, 임현식, 안숙선, 박은수, 김미화, 추상미, 임성민, 클론, 홍록기, 현정화등 많은 수의 홍보위원이 참석해 분위기를 돋구었다.

관광객과 함께 가래떡썰기, 떡메치기, 그네뛰기, 펜 사인회등을 열고 저녁에는 연예인 특별쇼와 클론 콘서트가 열었고 지난 여름에 열린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서도 홍보위원들의 역할은 엄청났다.

무보수 자원봉사지만 큰 보람

그렇게 지난 일년동안 최회장은 10여군데 축제에 참여했다. 물론 무보수의 자원봉사였다. 보람도 있었지만 정신없이 바빴다.

“내가 사람만나기를 아주 좋아하는 성격인데도 하루에 백명 정도만 만나고 나면 피곤해서 축 처져요. 인사하고 악수하고 하는 일이 보통 힘드는 일이라야지요.

일요일에 축제 참석하고 나면 월요일 화요일은 쉬어야 된다니까요. 허허”

그는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덜 나가는 것이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 더 중요한 몫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쓰고 들어오는 돈이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와서 떨구는 돈보다 늘 세배가 넘는게 현실이니까.

“해외에 나가 다른나라 사람들 사는 것도 한번 보자는 것을 말리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신혼여행을 무조건 해외에서 지낸다는 것은 무슨 상스런 발상인지 모르겠어요.

첫날 밤이란게 얼마나 의미있는 밤입니까. 그걸 남의 땅에서 지낸단 말이예요? 아마 남의 땅에서 잉태된 첫 애기들이 상당수 일걸요. 별로 기분좋은 일 같지가 않아요.

음식도 내 땅에서 나는 것이 내몸에 좋다는 신토불이를 외치는데 하물며 다같이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가겠다는 사람들을 억지로 말릴 수야 있나요. 제주도보다 더 값이 싸서 나간다는 것을. 그러니 값싼 신혼여행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태국이나 괌보다 더 싸고 멋진 신혼여행지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요.”

정부지원 없이 회원들 푼돈으로

그동안 그는 이분야의 베테랑이 다 된것같다. 남들은 안해보던 고민까지 깊이 해왔고 문제 해결 방법까지 머리속에 들어있으니까.

그런 문제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곳이 관광공사일지 문광부일지를 묻자 “아무래도 가장 힘이 센 것은 방송”이라는 대답이다.

해외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반인의 관광 마인드를 바꾸고 하는 모든 일이 방송의 힘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는 사단법인이다. 정부로부터 한푼의 지원금도 받지못한다. 회원수는 지금 120명. 유명인들로 이뤄져 있지만 일반회원 신청도 받는다.

시민단체이니 만큼 회원이 많아야 회비로 여러 행사를 운영할텐데 아직 재정이 열악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마음대로 뛰어들지 못한다.

“뭘하나만 하려고 해도 전부 돈이 따라야 하니까 이제 숨이 차서 못하겠어요. 바쁜데 시간을 내주는 회원들한테 자꾸 손내밀기도 염치없고… ”

개인이나 단체에게 언제라도 문이 열려있다. 회원이 되면 한달에 한번 정도 지방 전통 문화축제에 유명인들과 웰컴 투 코리아의 캠페인 활동을 함께 하게 된다. (전화는 783-1001)

연기자로서 고민 많다는 한국인의 얼굴

최불암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한국인의 얼굴,한국적 아버지상.

과연 그렇다. 엄격해보이면서 따뜻하고 무심해보이면서도 자상한 남자다운 남자.

그 이미지 위에 시중 어디선가 시작되어 10년 넘게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파안대소하게 만드는 최불암시리즈와 국회의원의 이미지까지 덧입혀져 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그는 지금 고민이 많다.

“수사반장 20년, 전원일기 20년을 해 왔어요. 둘다 방송사상 최장수 프로죠. 지금은 드라마는 전원일기만 하고 있죠. 드라마가 온통 멜로물 위주로 나가니까 내가 할 역이 없어요. 연애하는 젊은 애들 아버지로나 나올까 뭐 할 역할이 있어야지요… 어른들이 볼만한 드라마가 도무지 없으니까.”

“밥 먹고 사는 방송사에 이런 말 하면 안되겠지만” 그는 사장이 바뀌면 편성이 바뀌고 오래된 프로그램은 자꾸만 죽은 시간대로 보내는 것이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한다.

전원일기는 개편때마다 방송시간대가 점점 나빠졌다. 오래 계속되는 장수 프로그램을 우대해야 마땅할텐데 홀대를 받고 있자면 우울하다.

“길어야 5년이면 프로그램이 끝나는데 20년을 계속해온다는 것은 대단한 거거든요. 그런데 일요일 11시에 누가 텔레비전을 봅니까. 그때 떡 편성해놓는단 말입니다. 그래도 시청자 의견이 무서우니까 없애지는 못해요. 시청률이 늘 20%가 넘으니까.”

20년을 계속해오던 수사반장은 새 시대에 범죄가 어디 있다고 이런 범죄 드라마를 존속하느냐 한마디에 싹 없어졌다고 한다. 코미디같은 일이다.

팔도강산 드라마 살려 봤으면…

그는 관광에 대한 꿈이 있다. “한국에 가면 그곳에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고 말할만한 멋진 테마 타운이 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손을 대선 안되고 민간차원에서 투자하면 좋겠지만 기업들이 다들 어려우니까 실현되기는 쉽지 않으리라 여기면서 생각을 굴려보는 중이다.

그리고 연기자로서의 꿈도 있다. “팔도강산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세요? 김희갑 황정순씨가 나왔던 것인데 70년대 산업역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국민을 한마음으로 모아 주었지요.

지금 바로 그런 드라마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도의 관광자원을 드라마 촬영장소로 삼아 홍보하고 개발도 하고, 물질위주의 가치관의 허울을 바로잡아 주기도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좋은 옷 좋은 자동차가 행복이 아니잖아요. 감동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필요하다구요. 맨날 잘사는 놈들 불륜관계 맺는 이야기만 할게 아니라.”

요즘 자주 쓰이는 ‘삶의 질’이라는 말을 맨 처음 한 사람이 바로 최불암 회장이었다. 멋지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하는 원고의 제목이 바로 삶의 질이었는데 이제 그말이 일반화되었으니 우리는 그말을 할 때마다 원작료조로 그의 이미지를 한번쯤 떠올려도 좋겠다.

호서 대학교 연영과 교수로, 현대예술극장 대표로, 여의도 예술문화이사장으로, 무엇보다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 회장’으로서 문화와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면서 그는 그렇게 오늘 ‘질이 높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때 국회의원 최영한… 정치란 못볼꼴

술, 담배, 커피를 좋아해서 하루라도 손에서 놓은 날이 없다.

“낭만시대에는 술한잔에 마음이, 담배한대에 생각이, 커피한잔에 대화가 열린다고 했는데 요즘은 다들 건강에 해롭다는 말만 하지요.”라고 그는 낭만주의자의 쓸쓸한 미소를 잠깐 지어보인다.

가장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여행이다.

“나만큼 세상구경을 많이 못한 사람도 드물 거예요. 대중속에 들어가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얼굴을 알아보니까 운신하기가 편치가 않아 어딜 돌아다니지를 못했죠. 사실 이건 행복한 비명이지만”

국회의원 최영한을 기억하기에 정치를 다시 할 것이냐고 물어봤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그는 결연하게 말한다. 하도 결연해서 “국회에 들어가 못볼 꼴을 많이 보셨군요.” 했더니 “아니, 많은 도움이 됐어요.”한다. 꽤 강한 부정이다.

“방송만큼 큰 정치가 없어요. 아주 위력이 강해요.지난 한해 기회만 있으면 방송에나가 이야기하는 바람에 관광에 대한 인식들이 새로워졌잖아요.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사진-2 캡션 :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찍은 국가 홍보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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