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호]

“고급인력 알선해 드립니다”

다국적기업에 맞서 시장지켜

토종 헤드헌팅사 ‘잡 비전 코리아’ 발족

선진형 고수준 벤처업종

토종 헤드 헌팅(Head Hunting) 회사가 공식 발족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 고가도로변 무림빌딩 4층에 지난 11월8일 문을 연 (주)잡 비전 코리아(Job Vision Korea)가 바로 그 회사다. 취업전문지인 리크루트와 월간 인턴에서 기자와 편집국장 등을 역임한 정징대(鄭澄大)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사업이라고 시작하고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회사를 경쟁력있게 키워볼 생각입니다.” 정 대표의 각오가 비장하다.

이 회사의 모태는 친목모임인 ‘우리회’이다.

현재 정 대표가 회장을 맡고있는 ‘우리회’는 지난 89년 삼성, 현대, 대우 등 국내 대기업과 IBM, 소니 등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인사, 홍보, 기획, 마케팅 담당 사원 65명으로 발족됐다.

실직 등 ‘어려울 때 돕고 살자’는 취지에서 조직됐다고 한다.

그런데 IMF체제란 한국 초유의 환란으로 회원 가운데 한사람 두 사람씩 직장을 잃으면서 회원들간에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어느 덧 실직한 회원이 10%에 달했다.

정 회장은 무엇인가 서로를 도울 일이 없을까 고심했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비전 코리아이다. “회원들을 실직의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 회사 설립배경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곳에는 D사 등 과거 내노라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많다.

이 회사가 하는 주 업무는 각 분야에서 첨단전문가 등 유능한 인물들의 이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가 해당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각종 취업과 직업, 기업관련 현장 여론조사도 실시하고 해외의 전문 채용잡지(또는 웹진)과의 정보교류도 한다.

소위 선진형 벤처업종인 헤드 헌팅업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번창하고 있는 업종이다.

전성기 맞은 인재파견 시장

이전에는 고급인력을 알선하는 헤드헌팅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 일각에서는 이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외국기업의 앞잡이로 매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체제를 겪으면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이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성기를 맞은셈이다. 현재 이 시장규모는 연간 2백50억∼3백억원 정도로 커져있다. 언뜻보면 군침을 흘린만한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업체들은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으면 우리 시장을 그들에게 송두리째 넘겨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대표가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임을 자부하면서…

이 회사는 국내 대기업 간부들과 변호사, 세무사, 대학교수, 언론인 등 주로 전문직 인사 50여명이 투자해 만들었다. 정 대표는 노동, 취업전문가이며, 감사직을 맡고있는 김병국(金炳國 )변호사는 벤처창업지원센터를 경영하는 노사문제 전문가이다.

또 리크루트와 월간 인턴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출신들이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참여자 대부분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 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총 1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별거 아닌 듯한 적은 액수 같지만 투자자들의 정성과 꿈이 깃든 알뜰한 돈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자본금을 4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그래서 국내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해외 다국적 기업에 당당히 맞서는 우량 토종 헤드 헌팅사업으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정 대표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다국적 기업은 든든한 자본력과 맨 파워로 단단히 무장해 있기 때문에 국내 토종기업이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때문에 무엇보다 인재파견 분야에서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비전코리아는 취업희망자에 전문교육을 시켜 산업현장에 내보내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의 인력관리는 선진국처럼 ‘아웃소싱’ 개념으로 바뀌고 있어요.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으니까요.”

비전 코리아는 벌써 B사로부터 1백 명을 보내달라는 주문을 받아놓고 있으며, 헤드 헌팅 요청도 2건에 달해 있다. 개업 1달된 회사로서는 큰 성과다.

정대표는 비전 코리아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2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 정보력과 기획력, 전문성이 돋보이는 회사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타 유사업체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전략이다.

전문화돼야 살아남는다

“이제 공부만 잘해 가지고 취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재주와 개성이 강하고 전문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한가지라도 남보다 앞설 수 있도록 자기개발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 “세상은 프리랜서 시대로 변해가고 었어요. 프리랜서는 곧 전문가니까요.”

정 대표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두가 일반대학에 진학하려는 우리 나라의 교육풍토에 대해 개탄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일반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자기의 특기를 살려 직업훈련을 받을 것을 권한다.

직업훈련을 받아 전문직 자격증을 따면 평생직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반대학은 그 숫자가 현재보다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신 기능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대표는 노동부의 실업자 재훈련 교육에 대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천편일률적 재교육 보다는 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써먹을 수 있습니다.”

비전 코리아는 향후 뚜렷한 경영 목표를 갖고 있다.

인재 파견분야에서 뚜렷한 전문성을 확보, 다국적 기업을 따돌리고 시장을 석권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존 인력 파견회사에서 해오던 것과 같은 단순 용역 제공업무에서 탈피, 석·박사 등 전문인력만을 파견하는 전문용역 회사로 가꿔 나갈 방침이다.

영역별 전문화로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에서 취업과 고용정보를 제공하는 웹진도 개설하며 최고 경영자 소개 등 ‘정보제공 사이트’도 운영할 계획이란다.

오는 2천2년에는 파견 인력수를 연간 5천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코스닥시장에도 상장시켜 3년내 업계 1위를 쟁취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2개의 독립회사로 성장시켜 세계적 다국적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홈페이지 WWW.job1919.com (02)393-1919

<사진캡션 : 잡 비전 코리아 정징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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