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호]

두 얼굴의 인기

가수 姜修智(강수지)의 변신

이오벨라화장품 홍보이사로 취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께요”

글 / 曺暢延(조창연) 본지차장

‘보랏빛향기’의 화장품

가수 강수지(30·姜修智)가 ‘경영인 강수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0년 ‘보랏빛 향기’로 국내 가요팬들을 열광시키면서 화려하게 가수로 데뷔했던 그녀가 최근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오벨라화장품(대표 白德鎬)의 홍보이사로 극적인 변신을 한 것이다. 한 동안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그녀가 어떻게 화장품 회사의 홍보이사로 취임하게 된 것일까.

놀라움 반 호기심 반으로 지난 2월14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기자를 만나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에게는 세월이 멈춘 듯 했다. 이미 데뷔한 지 10년이 다된 그녀이다.

고운 목소리만큼이나 아름다운 얼굴로 뭇 남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녀였다. 이제는 시간의 흐름이 얼굴에 드리워졌을 듯도 싶은데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먼저 그간의 근황을 물었다.

“이전에도 매년 꾸준히 활동해 왔습니다. 작년만 빼고는 매년 음반을 내기도 했지요. 단지 워낙 뛰어난 후배들이 많이 나온 데다 지난 98년부터 1년 6개월여를 일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시게 됐을 거예요.”

사실이다. 가수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음반을 내지 못했고 일본에 체류했던 지난해에도 그녀는 우리에게 모습을 보였다. 최근 홍보이사로 취임한 이오벨라화장품의 모델로서다.

“사실 그 사진을 찍은 후 친구들에게서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너 같은데 너 맞냐고’. 실물보다 오히려 예쁘게 나온 모양이예요. 거의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그녀가 이오벨라화장품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생각지도 않던 화장품 모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포스터와 지면광고에 6개월간 출연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사실 화장품모델은 모든 연예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분야일 겁니다. 게다가 마침 일본에서만 활동하고 있던 터라 어떤 식으로든 국내팬들과도 접촉하고 싶었지요.”

이오벨라화장품은 그녀를 모델로 기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다양한 마케팅정책과 영업력이 뒷받침된데다 기업이미지를 가장 훌륭하게 보여준 모델전략이 소비자를 움직였던 것이다.

그 결과 창업 6개월 남짓한 기간에 7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놀랄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성과가 결국 그녀를 홍보이사로 영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오벨라화장품 백덕호 사장이 지난해 말 모델 재계약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경영 참여를 제의한 것이다.

백 사장의 말이다.

“처음 강수지씨와 모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청순미가 우리 화장품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간 일본과 한국에서 자주 만났지요. 만나면 만날수록 성품과 자질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장품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도 뚜렷했고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을 받겠다는 느낌이 들어 이사자리를 제의했지요.”

창업 1년만에 70억 매출

이오벨라화장품은 어떤 회사일까. 이오벨라화장품은 법인 설립 후 이제 만 1년 남짓된 회사이면서도 유망한 기업으로 화장품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98년12월 법인 설립 후 약 3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70억원. 8개월간의 영업실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이오벨라화장품의 경영방침에서 찾을 수 있다. 이오벨라화장품의 경영방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기업의 가치경영을 통한 고객만족 극대화’이다. 또 매출 외형의 확대보다는 내실경영에 더욱 충실하다. 올해는 직원의 만족없이 고객 만족 역시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스톡옵션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복지에도 힘쓸 예정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가 먼저 변화하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서 매일매일 새롭게 접근한다는 것이 이오벨라화장품 직원들의 각오이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 대비 100% 이상 성장한 1백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영참여하는 홍보이사

혹시 얼굴마담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인터뷰 도중 내내 미소짓던 그녀가 갑자기 정색했다. 그러더니 단호히 말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회사의 주주이기도 하고 분명히 회사에 직함이 있고 연봉을 받습니다. 지금도 경영전략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벌써 경영진으로서의 관록이 붙은 것일까. 곧이어 질문한 기자가 당황할 정도로 당당하고 소신있게 국내 화장품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나라 화장품의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어느 나라의 유명제품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참여한 이오벨라화장품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당분간 연예활동을 병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걱정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모델로서든 가수로서든 홍보이사로 활동하든 모든 것이 홍보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연예인으로서 이오벨라화장품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녀는 계속해서 이오벨라화장품의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2월중 SK텔레콤의 TTL광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명천 감독과 TV-CF를 찍는다.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완벽한 이오벨라화장품의 얼굴이 되는 셈이다.

그녀의 회사 경영진 참여 결정은 업계와 연예계에서 신선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 연예인들이 은퇴 후 자기사업을 갖지 않는 한 진로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또 마땅한 업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현실에서 한창 자신의 연예활동을 전개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워 놓을 수 있다는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3월말에는 새 음반도 나올 예정입니다. 가수로서도 경영진의 일원으로서도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경영이론에 대한 수업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리를 지날 때마다 화장품광고나 판매전문점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고 한다. 거추장스러워 갖고 다니지 않았던 수첩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언제 떠오를지 몰라서이다.

훗날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카운셀러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는 그녀에게서 삶의 희열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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