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여성 수감 생활 이야기

감방에서 육아 ‘뭉클'

청주 교도소, 엄마와 함께 구김살 없이

옛 형무소에 여성 살인자 많은 까닭은…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기' 이야기가 뭉클하다. 청주 여자교도소에 여섯명의 어린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조선일보가 지난 12월 26일 청주시 산남동 19번지에 있는 여자 교도소를 어려운 절차를 거쳐 취재했다고 보도했다.

24시간 엄마와 함께

기자도 취재하는 마음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추운 겨울에 감방에서 젖먹이 아기를 기르는 심정이 오죽하랴.

수연이 엄마 박숙경(38 가명)씨는 12년형, 민철이 엄마 이영미(27 가명)씨는 1년형을 살고 있다. 왜 이곳 감방으로 들어왔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교도소 아이 여섯명은 24시간 엄마와 함께 생활한다. 감방이 아니라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인다.

유아방 6.8평이 좁은 편이지만 온돌마루에 라디에이터가 가동하고 싱크대와 화장실도 딸리고 기저귀와 속옷도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다. 식사 때는 아기 몫으로 밥 한그릇이 추가되니 관식으로 양육되는 셈이다.

우유와 기저귀 등은 독지가들이 보내 주지만 비교적 넉넉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산모와 유아의 영양이나 건강은 좋을 것으로 짐작된다.

교도소 아기들의 육아방

아기 낳은 수감자는 재소자들이 노역 나갈 때도 아기 양육으로 대신한다. 단지 5일에 한번씩 교도소내 목욕탕 갈때만 잠시 아기와 떨어진다.

유아방에서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TV 어린이 프로 녹화 비디오도 보여준다. 감기 등 예방 접종 때는 교도소 밖 병원을 다녀온다.

이 같은 현장 취재기를 들어보면 담장만 없다면 외부세계와 별 다름 없는 양육과정이다.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기'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달리 볼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다.

교도행정이 매우 낙후되어 내부 환경이 열악하다고 들어왔지만 양육 유아방은 잘 꾸며 놨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게 됐다. 재판 받고 교도소서 복역하는 아기 엄마의 심적 갈등이나 고통은 심하겠지만 제발 교도소 아기가 아무런 구김살 없이 훌륭하게 자라기를 기원한다.

여성 수감자 3천명 넘어

전국 29개 교도소와 8개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은 대략 5만명 선이라고 하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가운데 여성 수감자가 지난해 6월말 현재 3천174명이었다. 기결수 1천680명, 미결수 1천494명이었다.

이들의 75%가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들이다. 그리고 이곳 청주 여자 교도소에는 531명이 수감되어 있다.

이 같은 통계를 보면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교도소 아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유아방도 넓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대외적으로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불가피하게 수감생활하며 아기 낳고 길러낼 수 있게 된 것은 나라 형편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전국 평균 수감자 5만명이 나날이 줄어 감옥이 텅 비고 교도관이 할 일이 없어 하품이나 하며 공짜 월급을 받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조혼으로 남편 살해범 늘어

요즘과는 전혀 딴판인 수감자 통계가 있었다. 일제식민시절인 1930년대 형무소에 수감된 살인범은 141명이었다. 이중 남자가 75명인데 여자가 66명이었으니 깜짝 놀랄 노릇이다.

언론인 이규태(李圭泰)씨의 ‘개화백경'에 따르면 여성 수감자의 대부분은 남편 살해범이었다. 왜 이 시절에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많았을까.

당시 살인범의 남녀 비율이 100대 88이었다. 독일과 일본은 남녀 비율이 100대 10이고 대만은 100대 3이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여성 살인범 비중이 높았으니 큰 탈이었다.

이규태 씨는 이를 조혼(早婚)풍습과 연관시켜 풀이했다.

때는 미성년자를 부모가 마음대로 혼인시키던 시절이었다. 조혼부부 가운데 아내가 미성년이고 남편이 성년일 경우 초야(初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성행위란 곧 폭력이자 형벌이었다. 반대로 아내는 성숙하고 남편이 미성년일 경우 바람을 피우기 십상이다.

어느 경우이나 아내가 견디지 못해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가 생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니까 일제하의 형무소에 여성 살인범이 많았던 것은 ‘그때 그 시절'의 풍속사범이라 지적할 수 있다.

양잿물 보고 독살 충동

조혼의 악습은 남아선호와 혈통승계로부터 나왔을테니 남성위주의 시대상을 비판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철부지 신부가 밤이 두려워 남편을 살해한 뒤 형무소에 갇혀 지내다가 첫 월경을 맞기도 했으니 실로 시대적 형벌이자 악행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신랑을 성숙한 신부에게 맡겨놨으니 들어 내 놓고 말 못하는 심정에 살기를 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어머니 구박 받으며 온갖 허드렛일에 지쳤다가 다시 무서운 밤을 보내야 한다면 신부는 일년내내 마음편한 시간이 없다. 마침 빨래할 때 쓰던 양잿물(가성소다)이 가까이 있으니 독살을 생각하기 쉬웠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72%가 독살로 나타났다.

양잿물 독살이 77%로 가장 흔했다. 오두(烏頭)라는 독초의 뿌리를 찧은 즙을 먹이기도 하고 비상이나 수은을 먹인 경우도 있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소름끼치는 옛 이야기다. 지금은 조혼을 지나 만혼시대로 변했을 뿐더러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도 기피하는 세월이니 엄청나게 변했다.

청주 여자 교도소에서 자녀를 출산한 수감자들이 장하게 여겨지는 세월이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도 남편이 대신할 수 없는 출산을 아내가 거부하면 어떤 일이 빚어질 것인가. 보나마다 민족 망하고 나라도 망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어진다.

개화범 무서워 조혼 서둘러

쇄국에서 개화할 때 개화범(開化犯)이 많았다.

‘개화백경'에 따르면 1896년, 한성재판소의 바람둥이 김창수 재판이 가관이었다.

신식 양복에 보우타이 매고 실크햍 쓰고 다닌 그는 신식여성, 구식여성 가릴 것 없이 엽색행각을 벌이다가 체포됐다. 소문이 퍼지자 여성들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 나왔다고 한다.

순검이 있었지만 여성의 몸에는 손도 댈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김창수에게 손가락질 하고 침 뱉는 구경꾼들을 말릴 수도 없었다.

김은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친로파가 득세하자 아라사 공관 주사 명함을 들고 다니며 신여성들을 멋대로 농락했다. 구식여성에게는 새문 밖 김 판서 아들이라고 사칭했다.

노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여 통감정치 시절이 오자 금방 이등박문의 이등(伊藤)으로 창씨 개명하여 더욱 거침없이 엽색질을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개화범이 날뛰면서 조혼 풍습을 부채질했다.

일찍 시집, 장가 보내야 일본인 행세하는 건달들에게 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당사자들은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채 부모가 정해 준대로 철부지가 혼인하게 된 것이다.

화류정책과 조혼 풍습

일제의 화류(花柳)정책과 조혼 풍습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었다. 일제 총독부는 해외독립운동가와 국내유지들의 내통을 막기 위해 기생집이 번창토록 화류정책을 실시했다.

기생집에 몰려 음주가무에 빠져 있으면 감시하기 용이할 뿐더러 논문서와 집문서까지 기생 품으로 넘어갈테니 상해 임시정부로 밀송할 자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화류정책은 일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의 조혼풍습과 관련시켜 보면 미성년 아내를 맞은 신랑에게 애첩을 사귀게 되는 구실이 되었다. 또 과년한 아내 밑에서 철부지 설움을 받은 신랑이 자라 성년이 됐을 때 복수하는 심정으로 찾아가는 필수 코스가 됐다.

기녀가 나이 들어 노기에 접어들면 기둥서방 꺾기를 전과처럼 자랑했다. 이들 기둥서방 가운데 밤이 두려워 아내를 피해 다녔던 조혼 출신들이 많았다.

반면에 기녀에게 남편을 빼앗긴 아내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한스럽고 외로운 처지를 한탄하느라 눈물이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오뉴월 보리밭'이니 '삼밭놀이'에 빠지다가 들통이 나서 목을 매는 경우가 생겼다.

건달이란 이럴 때 신바람을 즐긴다. 보리밭이나 삼밭일을 눈감고 입 다물테니 몸도 주고 함구료도 달라고 한다. ‘꿩 먹고 알 먹기'가 바로 건달들의 몫이다.

그렇지만 1회성 지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심하면 계속 손을 내미니 견디지 못하고 끝내 최악의 선택으로 결말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바꿔 ‘여자라는 이름'의 학대와 자학은 완전 추방된 시절이다. 과거의 남성우위시대 악습과 허물에 대한 해명이나 변명은 통할 수 없지만 지금은 부분적으로 여성우위시대로 반전된 느낌이다.

청주 여자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육아하는 교도소 어머니들에게 새해의 축복이 내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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