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1999년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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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陳 稔 장관(진념 장관)

정부경영에 경쟁원리 도입

글/李啓民(이계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정부기능조정과 운영 시스템 개선

-국민의 정부는 ‘작지만 봉사하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가지 개혁조치들을 실시했다고 봅니다.정부개혁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그동안의 정부개혁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당초의 목표에 얼마나 다가섰다고 보시는지요.

“작지만 봉사하는 효율적인 정부는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 등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나 운영시스템,의식문화 등 소프트웨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때 달성되는 것입니다.그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개혁은 아직 멀었고 이제 초기 단계를 막 벗어나고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같습니다.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개혁은 우선 시급한 구조조정에 치중하면서 공공부문 혁신의 기본틀을 갖추는데 역점을 두어왔습니다.그런 점에서 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정부개혁이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특히 민간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얘기들을 흔히 합니다.구체적으로 성공적인 것과 미흡한 것을 구분해 본다면.

“우선 두 번에 걸친 조직개편은 정부의 기능을 핵심역량 위주로 재편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물론 의도했던 바를 충분히 달성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짧은 기간 내에 그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고 봅니다.

정부 산하기관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등 제도개선이 광범하게 이뤄졌습니다.모두 19개 기관을 통폐합했는가 하면 28건을 민영화하거나 민간 위탁으로 전환시켰고, 출연 연구기관을 경쟁체제로 바꾼 것 등이 개혁의 구체적인 사례들입니다.또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을 통해 경영효율 제고와 서비스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예컨대 한전·포철·한국통신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한 민영화로 현재까지 총 5조6천억원(46억달러)의 매각 수입을 올렸고,재정수입도 2조5천억원에 달했습니다.

외환위기 극복과 재정안정에 큰 역할을 한 셈이지요.하지만 정부개혁의 성과가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따라서 정부는 이미 수립된 개혁 방안들을 차질없이 실천되도록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바꾸어 국민들이 개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사실 정부조직 개편만 놓고 보면 실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두 차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따라 법안심의 과정에서 변질된 예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정부 경영진단 조정위의 건의안은 민간 컨설팅 기관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하나는 정부기능과 운영시스템의 개선을 제시한 부분이고,다른 하나는 기능 재조정에 따른 부처 통폐합이었습니다.우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기능조정과 운영시스템 개선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져 시행에 옮겼거나 추진중에 있습니다.

다만 부처 통폐합의 경우 경영진단조정위의 안 자체가 복수로 제시된 것이었습니다.특히 이번 정부조직 및 기능 개편은 과거와는 달리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쳤습니다.예컨대 진단조정위의 건의안 접수 후 국무위원 간담회는 물론이고 당정협의 등을 통한 각 부처와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견상 조정위 안과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오히려 당연한 게 아닌가요.그러나 부처 통폐합은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각 부처의 직제개편에 민간조정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봅니다.예컨대 금융 관련 기능과 해외투자 유치 기능 등의 교통정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기업 개혁은 정부조직 개편 못지 않게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 노력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공기업 개혁은 차질없이 추진돼야 합니다.지난해 확정한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방안은 수립 단계에서부터 노조 등 이해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입니다.따라서 후퇴는 있을 수 없습니다.다만 정부투자기관의 예산편성 지침과 관련해서는 원래 후생복지와 관련된 사항은 단체협약이 우선합니다.따라서 기존의 단체협약은 이행하되 후생복지분야라 하더라도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시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과 취지가 반영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깨끗하고 봉사하는 정부 구현

-정부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민간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효율 극대화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국가경영도 민간의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런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공공부문 개혁은 혁신의 기본틀을 갖추는데 역점을 두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제부터는 일하는 방식과 운영시스템을 개선하여 공직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국민들의 개혁체감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우선 공직자의 개방형 임용제도와 연봉·성과급 제도 등을 확산,정착시켜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기관별로도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해 낭비 요소를 줄여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정부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빠르면 내년부터 시장성 테스트 제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즉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정부 내부조직과 민간 공급업자를 공정하게 경쟁입찰에 참여시켜 보다 효율적인 공급자를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정부 내부조직들은 서비스의 공급 주체가 민간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원가 의식이 싹트고 가격을 낮추게 되는 등 자체적인 행태 변화가 촉진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인 정부는 실현될지 몰라도 봉사하는 정부를 정착시키기에는 미흡할 것같습니다.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이 절실하다고 보는데요.

“현재 대국민 서비스개선,행정의 투명성 제고 등 봉사하는 깨끗한 정부 구현을 위한 시스템 혁신 기본계획을 수립중에 있습니다.공직자들의 의식개혁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적인 여건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정부는 공공부문의 대국민 서비스 및 행정 투명성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해 정기적으로 공표할 예정입니다.아울러 국민 권리구제 절차를 개선하고 정보공개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정부 회계제도 개선과 부패방지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고객 중심의 정부 서비스 체제를 구축토록 하겠습니다.이같은 정부 운영 시스템 혁신이 이뤄지면 공직자들의 사기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적자재정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들이 많습니다.나라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예산처 장관의 입장에서 걱정이 많으실 것같습니다.

“그동안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가 불가했다고 봅니다.아직도 실업자가 많고 구조조정도 진행중이어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어렵기는 하지만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세입기반을 확충시켜 될수록 빠른 시일 내에 건전 재정으로 복귀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진캡션:진 념 기획예산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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