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파파라치’ 에 억대 포상

‘죄인 잡아들이라’

수천, 수억으로 도청, 몰카 양성하나

비정규직 고용, 실업자 구제책인가

정부는 앉아서 지시하는 사용자이고 국민은 세금 물고 과태료나 가산세 납부하고 “지정 날짜에 바쳤습니다”라고 신고해야 하는 피용자이다.

비리감시, 내부고발도 사용자가 국민을 비정규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꼴이다. 내부감시와 고발을 적극 권장하며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북녘 집권자가 강성대국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 국민을 내부감시 속에 묶어두고 있다는데 대한민국은 공직자가 편하고자 돈 주고 내부고발을 권장하는 꼴이다.

꼴불견 교통 파파라치 해고해 놓고…

세금이야 절대 의무이니 꼭 물어야만 한다. 그러나 앉아서 받아가며 납세신고 하라 강요하고 제 날짜에 못 내면 가산세 물라고 야단이다.

벌과금이나 과태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세금이나 공과금 징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지시하고 벌과금이나 과태료 등으로 죄목을 덧붙이는 일만 한다.

온갖 범칙금, 수수료 징수하는 묘안을 다 발굴한 다음 요즘엔 ‘파파라치’들을 양산하여 비리신고와 내부고발로 정부역할을 대신 시키려 한다.

미국의 재클린 여사나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 동정을 몰래 사진 찍던 극성 카메라맨을 ‘파파라치’라 부른다고 들었는데 재클린도 다이아나도 없는 우리나라에 웬 파파라치가 필요한가.

몇해전 교통질서 위반사범을 단속한다면서 교통 ‘파파라치’들을 대량 양성한 꼴불견이 있었다. 도로 사정이나 교통 환경은 생각지도 않고 비싼 카메라 설치하여 하루에도 수백 쪽의 사진을 찍게 하여 원성이 높았다.

그런 꼴불견 사라져서 좋다고 했더니 정부 부처마다 예산을 편성하여 수백 수천만원씩 신고 포상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수억대의 포상금을 주는 사례도 있다. 게다가 입법예고를 통해 온갖 비리, 내부고발을 더욱 권장한다는 부처도 부지기수다.

민간단체 마저 이를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미 구멍가게에서도 나무젓가락이나 1회용 봉투 관련 신고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들었는데 관과 민이 작심하여 온 국민을 감시와 고발로 꽁꽁 묶어 두려는 심산인가.

수천, 수억 포상금 기준 있는가

보도에 따르면 건교부의 불법 전매 신고 포상금은 최고 1천만 원, 토지거래 허가제 위반 신고 건당 50만 원, 정통부의 휴대전화 불법복제 신고는 1천만 원, 법무부의 선거범죄 신고는 무려 5억 원, 한전의 전선 도난 신고 3천만 원, 주택공사의 부조리 신고 2억 원, 공정위의 신문고시 위반신고 500만원, 재경부의 국세체납자 은익재산 신고는 징수액의 일정액 등을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이들 선발 부처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여 신규로 신고 보상금제를 입법 예고한 부처가 수두룩하다. 중앙정부의 시범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도 모조리 ‘파파라치’들을 고용하려 하고 있다.

해수부의 어업용 면세유류 불법 유통신고 100만원, 노동부의 실업급여 부당 수급신고는 수급액의 10%, 건교부의 불법 부동산 중계신고 50만원, 농림부의 수입쌀 부정유통 신고 100만원, 복지부의 의료보험 허위청구 신고 3천만 원, 관세청의 불법 외국환 거래신고 5천만 원, 특허청의 위조 상표 신고 1천만 원, 산림청의 재선충 신고 100만원, 금감원의 주식 불공정거래 신고 1억 원, 그리고 전국 지자체의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는 과태료의 일정률, 지방세 탈루신고는 1천만 원(서울시) 등 포상금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대로 높아졌다.

민간단체에서도 여신금융협회의 위장 가맹점 신고 1천만 원, 손보협회의 임직원 부당행위 내부고발은 최고 3억 원으로 보도됐다.

간첩 불고지죄는 없앤다면서…

정부 부처마다 ‘파파라치’ 고용비용을 예산에 반영하여 신고와 고발을 조장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공권력이 일일이 비리와 부정 현장을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니 국가와 사회적 법질서 유지를 위해 건전한 감시와 내부고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파파라치’를 고용하는 방식이 공직자가 우월적 지배권을 보유하여 피용자들의 품행을 단속하고 벌주기 위해 고발자를 훈련, 양성시키는 꼴이 아니냐는 말이다. 기존 예산절약이나 낭비요소를 발굴하여 포상금을 마련할 생각은 없이 아예 국민의 세금으로 몽땅 포상하겠다니 정부는 무슨 역할을 하는 셈인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간첩을 보고도 신고치 않는 불고지죄(不告知罪)도 없애야 한다는 세칭 인권정부 시대이다. 중대 범죄를 신고해야 하는 국민의 의무는 인권유린이고 경범죄나 재산관련 불법 행위는 거액의 포상금으로 적극 권장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수 있는 떳떳한 노릇인가.

산불 방화를 신고하고 기업의 분식회계를 내부에서 고발하는 것은 권장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간통이나 성희롱 같은 악성범죄를 친고죄(親告罪)에서 풀어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동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고유역할에 관한 감시와 비리신고를 거액의 포상금으로 권장하려는 것은 행정의 태만이나 편의주의의 발상이란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파파라치로 실업자 구제하나

내부 감시가 아니고서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은밀한 불법 행위를 근절시키기 어려우니 내부고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을 최고 5억 원으로 크게 높인 것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판신문 규제용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신문고시 위반에 포상금을 내걸어 관련 언론단체들을 지원하려는 방침이 올바른가.

포상금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수천, 수억원이 어디서 나온 기준인가. 민주시민이 민주질서 유지를 위해 “차마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시민 정신으로 감시, 고발할 때 실비나 지급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남의 비리를 캐고 다니면서 포상금 타먹는 직업적 ‘파파라치’양성하여 실업자 구제하겠다는 따뜻한 정성이라 우길 생각인가.

국가와 사회적 감시, 견제, 고발기능이 절대로 필요하지만 제도와 시스템으로 해결할 방도를 연구해야 할 것을 손쉽게 예산 타내어 포상금 줄테니 신고하라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사용자 지위에서 “죄인 잡아들이라”고 호령하는 꼴이 아닌가.

정부 내부 곳곳에 예산 낭비가 있고 부처마다 유사, 중복예산 있고 부처 산하에 수천억, 수조원 기금, 금고들 거느리고 있지 않는가. 매년 말이면 예산이 남아 억지로 집행하느라 고심하다 낭비하는 정부가 연구나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누구에게 좋은 일 시키려고 ‘파파라치’만 생각하는가. 행여 각계각층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NGO들을 보살펴 주려는 의도는 아닌가.

앉아서 세금과 준조세 징수

정부가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내부에서 최선을 다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밤 세워 고심해 본적이 있는가.

문제가 생기면 외부기관에 용역 맡기고 NGO들의 목소리 담고 공청회 의견 조립시키는 시늉으로 시비와 책임을 모면하려는 자세가 아니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정부가 예산을 따내는 방식에도 지극정성을 쏟았다고 자부하겠는가. 배후 압력과 로비 동원하며 전년도에 비해 얼마큼 증액해야 한다는 논리로 예산확보 실적을 자기네 업적인양 과시하지 않았던가.

정부는 경기와 상관없이 “세금은 누르면 나온다”고 믿는 모양이다. 재벌은 부도덕과 불공정 잣대로 엄포하면 그만이고 재산가들은 세무조사나 투기조사하면 그만이다.

땅 지닌 이들은 소유, 개발, 이용, 매매 등 어느 과정에서나 세금을 물게 된다. 중앙에서 국세 징수하면 지자체에서 지방세 뜯어간다. 자동차 구입에서부터 보유, 운행, 매매 등 전 과정에 세금이 붙는다. 자동차용 휘발유에는 교통세에다 교육세, 농특세 등 온갖 목적세까지 첨부된다.

참으로 정부는 세금 징수하기 편리한 제도를 운영하며 군림한다. 경기가 침체하다고 세수결함이 크게 생길 턱이 없다. 세무조사를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에 달려있고 신규 세목을 발굴하느냐 유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정부가 이토록 손쉬운 방식으로 국민을 쥐어짜면서 준조세(準租稅)격인 신고 포상금제를 무제한 늘려가는 법이 옳은 것인가.

몰래카메라, 불법도청 권장하나

직업적 ‘파파라치’를 실업자 구제용으로 착각치 말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신고 포상금의 기준이 합리적 이어야 한다. 수천, 수억원은 포상금이란 도둑질한 장물을 분배할 때나 있을 수 있는 수법이다.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얼마이고 최저 생계비가 어느 수준인데 감시, 신고의 대가를 그토록 어마어마하게 제시했는가. 영세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파파라치’ 포상금 때문에 빠져나간 종업원을 다시 구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렇지 않다고 3D 기피업종이라 지탄 받고 있는데 수천, 수억원의 횡재를 얻을 수 있는 귀족직업이 생겨나니 어쩌면 좋은가. 아예 정부와 공직자들의 부적절 접대골프와 예산낭비 및 뇌물수수 현장이나 쫓아다닐까.

역대 정권이 불법 도청으로 야당이나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자료들을 수집, 악용한 사실이 거의 들통 났지만 이제 온갖 ‘파파라치’들이 불법 도청과 몰래 카메라 등으로 못살게 굴지 않을까.

제발 정부가 몰카나 도청꾼들을 고용한다는 악담은 듣지 말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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