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라면 발암물질 파동

관제(官制) 유해사건

식약청, 평생무해 뒤엎고 회수조치 파문

여론재판, 검찰기소 ‘우지라면’ 사건 교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2-12-09_145338.jpg 라면회사 죽이고 소비자들 골탕 먹이고 우롱한 꼴이다. 라면 스프에 발견된 발암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가 국회에 다녀와 회수조치를 내렸으니 이런 관청이 있을 수 있는가.

‘평생무해’ 뒤엎고 자진회수 파문

식품안전에 관한한 소비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발암물질이라면 당장 기겁하게 되어 있다. 농심라면 스프에 벤조피렌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면 깜작 놀랄 일이다.

그러나 식약청 이희성 청장이 지난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농심라면을 검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답변했다가 금방 뒤집으니 이런 법이 어디 있는가.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이 “부적합 원료를 사용했는데도 그냥 두느냐”고 따지니 금방 시정조치를 약속하고 자진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 결과 농심라면 제품의 타격은 물론이고 전 라면업계에도 즉각 영향이 파급됐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회수조치가 내려졌으니 그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가. 문제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되어 회수조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알고 보면 라면 스프에 함유된 발암물질은 전혀 무해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식약청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회답변을 통해 마치 인체에 유해한 것처럼 회수조치를 내렸으니 식품업계에 미친 타격 뿐만아니라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가.

이번 벤조피렌 파동은 MBC가 먼저 보도한 후 인터넷 괴담이 퍼져 마치 라면을 먹으면 암에 걸리든가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식으로 난리를 피웠으니 식약청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로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런데도 청장이 국감장에서 발언번복으로 발칵 뒤집었으니 식약청이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기관인가.

식품 전문가 의견 무시한 관제사건

식약청장의 엉터리 발언뒤의 후속보도를 읽으니 벤조피렌은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지만 기준치 이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더구나 벤조피렌은 음식물을 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을 때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으로 라면 스프 뿐만아니라 생선이나 고기류 및 된장군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특히 돼지 삼겹살을 불에 구워 먹을 때는 라면 스프보다 1만 6천배나 많은 양이 나오지만 별탈이 없다는 비유가 나왔다. 그러니까 일상생활 중에 대다수 식품조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으로 식약청장 자신이 “평생 먹어도 무해하다”고 해놓고 이를 뒤집은 것은 무슨 처신인지 알 수 없다.

식품분야 전문교수들의 모임인 한국식품안전연구원과 식품위생안전성 학회가 식약청의 조치로 일부 라면회사 뿐만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만 정부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회수명령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중대사태에 관해 식약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음해성 고발 우지라면 여론재판사건

라면업계는 벌써 20년이 훨씬 넘은 1989년 11월의 날벼락 악몽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언론이 라면의 우지(牛脂)원료가 인체에 해롭다고 대서특필하고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하여 라면회사 대표들을 구속한 사건이다.2012-12-09_145639.jpg

우지라면 사건은 어떤 음해성 고발로 시작됐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여론재판 형식으로 라면업계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당시 라면 원조(元祖)로 식품업계를 대표해 온 삼양식품은 라면시장 1위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고 전중윤(全仲潤) 회장은 악덕기업주의 표상이 되고 말았다. 최근 벤조피렌 파동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농심라면이 바로 우지라면 파동을 계기로 업체 1위로 올라섰다.

우지라면 사건은 삼양식품으로 하여금 10년간의 법정투쟁 시련을 안겨주었다. 1심 재판은 4년간 재판부를 다섯차례나 교체한 시간끌기 끝에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판결하여 라면업계의 명예를 살려주었다.

그렇지만 상처뿐인 명예회복이었다. 선발기업은 기업터전을 잃고 후발기업이 시장을 지배했으니 공권력에 의한 기업도살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농심라면 스프사건을 보면서 2012-12-09_145652.jpg 라면업계의 악운이 돌고 돈다는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식약청이라는 정부에 의해 라면업계를 또 한번 못 살게 구는 사례를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여겨진다.

우지라면 사건에 8가지 의혹있었다

우지라면 사건으로 10년 세월을 허송한 삼양식품은 1심 재판에 이어 항소심에서 부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우지를 수입사용 했다는 판단으로 무죄가 선고되자 1998년 재기를 선언하여 지금은 옛 명예를 착실히 회복 중에 있다.

그러나 여론재판을 주도했던 당시 언론이 전문가의 해명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불통(不通)자세를 보여준 점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또 검찰이 식품단속원과 식품수사관들의 비 전문적인 의견에 편중하여 무리하게 기소한 점에 특별한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도 의심한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대법원에 의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 우지라면 사건 8가지 의혹을 기록으로 남겼다.2012-12-09_145707.jpg

라면업계를 죽이려는 음해성 투서나 제보는 누가 했을까. 대법원의 무죄판결 이후에라도 그들을 왜 벌하지 않았을까. 수사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비전문가인 유해성 참고인의 진술을 채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지원료를 사용한 라면업체 가운데 하필이면 이북출신 등 5개사만 기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 명예회장은 이에 관해 여러가지로 짚이는 대목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0년 법정투쟁이 끝난 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관련자 처벌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참고 견디었다고 한다.

전 명예회장은 삼양식품의 재기과정이 절치부심(切齒腐心)이자 강원도 태생으로 ‘암하노불’(巖下老佛)의 심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전 명예는 지금 경영은퇴 후 2세가 경영하는 삼양이 옛 가족들을 불러들여 착실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족한다. 이번 농시라면의 벤조피렌 파동에 대해 직접 말하고 싶지 않다고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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