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호]

주가조작, 망가지는 증시

신한증권 鄭義錫(정의석) 부장

“증시 신뢰상실이 큰 문제”

글/ 宋今姬 기자


<신한증권 鄭義錫 부장>

주가작전 사례비로 15억챙겨

지난 7월 4일 (주)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혐의로 주식매입 대가로 돈을 받은 유명 펀드매니저 6명과 세종하이테크 최종식 대표, 한양증권 명동지점 이강우 부지점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그동안 공공연히 자행되던 주가조작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작년 11월 세종하이테크 최종식 대표는 12월 11일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회사간부를 시켜 한양증권 이강우 부지점장에게 주식을 끌어올려달라는 부탁하고 자사주식 매입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총 15억을 건네줬다.

이에 이씨는 대한투신 주식운용본부 백한욱 차장, 대한투신 리스크관리팀 황보윤 차장 등 평소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 6명에게 세종하이테크 주식 1?2만주씩을 사달라고 부탁, 그 대가로 1?3억원씩 모두 9억원을 주고 자신은 나머지 6억원을 챙겼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6명의 펀드매니저들은 모두 서울 명문대 출신들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던 펀드매니저란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있다.

<문제의 1998년도 현대전자 주가추이>

뒤늦은 발표, 엉뚱한 피해

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세종하이테크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주가조작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예전에 월스트리트(Wall Street)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올리버스톤이 감독하고 마이클 더글라스와 찰리쉰이 주연한 영화였는데 주식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전의 실체를 비교적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죠.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고 있지만 주가작전의 문제점은 특정한 소수의 이익을 위해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는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보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가조작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상실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신뢰의 상실은 당연히 매수세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태에서 주가의 상승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붕위에 올라가서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세종하이테크 주가작전이 코스닥에 미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이같은 맥락이죠.”

주가조작의 폐해가 더 고약한 이유는 뒤늦게 작전 사실이 적발될 경우 작전 시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아닌, 적발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의 전혀 엉뚱한 투자자들이 ‘홍두깨를 맞는다’는 것이다.

“세종하이테크에 대한 주가작전이 이루어졌던 시기는 지난 1월 즈음이었지만 결과는 수개월이 지난 7월에 발표됐습니다. 그러면서 세종하이테크라는 주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이 최근 코스닥시장 전체의 주가하락으로 엉뚱하게 피해를 입었죠.”

개인투자자 실패 이유있다

주가작전이 연중행사처럼 주식시장에서 계속 적발되는 근본적 이유는 작전세력이 적발돼도 처벌이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버젓이 본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나라에서 주가작전의 근절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요. 모증권사의 사장처럼 증시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주가를 조작해 구속됐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가 우리나라 증권시장입니다.”

그는 또 “작전세력을 적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작전이 다 끝나고 한참 뒤에야 적발결과를 발표하는 감독원도 문제가 있다”며 “사후 조사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조기 적발할 수 있게 경보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개인투자자들이 실력이 딸리기 때문이죠. 공부를 하지않고 무작정 뛰어들어 문젭니다. 두 번째,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증권사와 애시당초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습니다. 개인은 증권정보에 있어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있어요. 작전세력들이나 기관내부에서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죠.”

염증느낀 투자자 시장 떠나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투명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시장의 발전은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염증을 느껴 주식시장을 떠나기 때문이죠. 작년에 코스닥이 활황을 보인 것도 거래소에 염증을 느낀 일반투자자가 코스닥으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아예 주식 하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반응이 나올수도 있습니다.”

그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일반 투자자들이다. 주가조작으로 주식시장에서 그렇게 당하면서도 기관이나 증권사에 계속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신뢰 잃은 한투, 대투같은 기관에 계속 돈맡기는 투자가들이 이해가 안간다. 공정한 게임과 정확한 분석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기관에만 자금을 맡겨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발전하고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펀드매니저가 불공정거래나 주가조작에 가담했을 경우 다시는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불법거래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조치가 취해져야 해요. 세종하이테크사건으로 구속된 펀드매니저들을 볼 때 현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펀드매니저들이 자기직업에 대해 최소한의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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