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와 완승, 양 거두의 전면전 사연

전경련 초대회장 이병철 삼성그릅 창업회장과 5대를 중임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사진=각社, 편집=이톡뉴스)
전경련 초대회장 이병철 삼성그릅 창업회장과 5대를 중임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사진=각社, 편집=이톡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두 분은 한국 최고, 제1을 넘어 대한민국을 빛낸 글로벌 브랜드로 큰 족적을 남겼으니 그 공적을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다. 두 분의 최초 사업진입 종목은 정미업과 쌀장수로 같은 계열에 속했다. 

그로부터 이 회장은 경공업 분야에서 ‘제일주의’ ‘무패’(無敗) 기록을 남겼다. 평소 부실기업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죄악이라고 지적하며 삼성경영 전선에 부실과 적자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반면에 정 회장은 중공업 입국론의 제1선을 도맡아 ‘대형주의’로 완승(完勝)을 기록했으니 양 거인 간 성공지수의 우열도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다가 10·26 국변으로 비상계엄하인 1980년 3월 15일, 삼성과 현대 간 감정대립 성격의 분쟁이 폭발하여 언론이 ‘이병철과 정주영의 전면전’ 아니냐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조간신문 1면 5단통 광고가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임직원 명의로 "중앙 매스컴의 사실과 다른 과장보도에 대해 해명합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현대가 수주한 한·이석유(쌍용그룹)가 1979년 3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증류탑 사고 등 부실공사로 지연되고 있다는 요지였다. 
중앙 매스컴 보도에 대해 정주영 회장이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과 이춘림 현대중공업 사장을 불러 즉각 대응을 지시했으니 양 그룹은 물론 국내 경제계가 요동칠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시청에 나와 있던 계엄 보도검열반이 신문보도 내용을 사전 검열하면서 양대 재벌 싸움의 우려 사항이 위로 보고된 모양이다. 이에 양 그룹도 즉각 긴장하여 삼성 이건희 부회장이 현대 이명박 사장에게 전화하고, TBC 김덕보 사장도 이명박 사장과 접촉하여 갈등이 수습되는 모양이었다. 

1980년 3월 15일 동아일보에 광고로 게제돤 현대건설·현대중공업의 성명서. (사진갈무리=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1980년 3월 15일 동아일보에 광고로 게제돤 현대건설·현대중공업의 성명서. (사진갈무리=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러나 다음날 중앙일보가 다시 현대건설이 시공한 김포공항의 부실공사를 보도하니 현대가 두 번째 광고성명을 준비했다. "중앙 매스컴은 사회의 공기(公器)인가, 삼성의 공기인가 묻습니다"라는 큰 제목아래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4·19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신변 이야기까지 거론했으니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현대 측이 준비한 두 번째 광고성명은 끝내 게재되지는 못했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과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지금 시국 하에 양대 재벌이 이렇게 싸움질해서야…”라고 우려하자 신현확 전(당시 삼성물산 회장) 총리가 나서 화해를 중재한 것이다. 

1984년 3월 27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회장 등 재계 중진 24명을 초청해 다과회담을 가졌다. (사진=국가기록원)
1984년 3월 27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회장 등 재계 중진 24명을 초청해 다과회담을 가졌다. (사진=국가기록원)

이에 사건 3일 만에 조선호텔에서 정주영 회장, 이명박 사장, 홍진기 회장, 김덕보 사장 등 4자 회동이 성사되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 출장 중이었다. 회동 장소도 삼성 측이 호텔신라를 주장했지만 현대가 거부하여 조선호텔로 정했다. 이날 4자 회동으로 양 그룹 간 화해가 성립됐지만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3주일 지나 이병철 회장이 조선호텔서 정주영 회장을 만나 공식 화해하고 다시 이 회장이 전경련으로 정 회장을 방문, 화해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재계비화'에 수록된 ‘이병철과 정주영의 전면전’은 1983년 4월 정경문화에 게재된 기고로 200자 원고지 200여 매에 달한 장문이었다. (회고록 '배병휴 경제기자 일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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