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한자도 우리 민족이 만든 글 (6)]

‘日‘字와 금까마귀

글/陳泰夏(진태하 인제대학교 석좌교수)

일반적으로 ‘日’字를 보면 그저 ‘해’를 뜻하거나, 하루 이틀의 날짜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약 3400년 전 은(殷)나라 갑골문(甲骨文)에서 ‘日’의 자형을 찾아보면 태양의 윤곽을 둥글게 그리고 반드시 가운데 점을 찍어 ‘?’의 모양과 같이 그려 놓았다.

태양을 ‘○’ 또는 ‘¤’의 형태로 그리지 않고 ‘?’의 형태와 같이 가운데 점을 찍어 놓은 것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인류가 문자를 만들기 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말을 사용하여 오면서 구구전승하여 오던 신화, 전설, 고사 등이 상형문자(象形文字)인 표의문자를 만들 때, 그 문자의 모양에 가형(加形)된 것을 엿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日中有金烏(일중유금오), 곧 해 가운데는 금까마귀가 있어 그 날개를 활짝 펼 때, 금빛이 반사되어 땅에까지 비치는 것이 햇빛이라고 생각한 전설이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그러므로 은대 갑골문을 만든 사람들은 단순히 해의 윤곽만을 그리지 않고 해 가운데 금까마귀를 점으로 표시하여 놓은 것이다. 뒤에 의 자형과 같이 ‘乙(새 을)’자를 그리어 좀더 구체적으로 금까마귀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문자학자 중에는 동그라미 가운데 점을 찍은 것은 태양의 흑점을 표시한 것이라고 풀이한 이도 있는데, 이는 너무나 현대적인 해석이다. 망원경도 없던 당시에 어떻게 태양에 흑점이 있는 것을 알고 표시하였겠는가? 억측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해 가운데 금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은 ‘日’이라는 글자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구구전승되어 온 아주 오래된 전설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겨울에 따뜻한 햇볕을 좋아하고, 해를 향하여 살던 북방민족에 의하여 만들어졌음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살펴보면, 우리나라 북방과 만주 쪽에서 발굴된 많은 고구려시대 고분에 그려진 벽화 중에 해를 그리고 세발 금까마귀(三足烏)를 그려 놓은 것이 상당수 있다.

중국 남방의 고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해 가운데 세발 금까마귀를 그려 놓은 벽화에서 우리는 한자(漢字)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학자들이 한자(漢字)는 이른 시대 동이족(東夷族)이 만들었다는 학설과 일치되는 것이다.

‘日中有金烏’의 전설과 이른시대 고분 속에 사자(死者)의 영생을 위하여 실제로 해 가운데 금까마귀를 그려 놓은 민족이 ‘해’의 상형자를 ‘?’의 형태로 만들지, 다른 민족이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日中有金烏’의 전설이 전래되고 있지만, 이상의 사실들로 볼 때, 이 전설은 본래 우리의 조상인 북방민족 중에서도 동이족(東夷族)에서 유래된, 적어도 3400년 이전부터 내려오는 태양 숭배의 전설임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은 속속 고증되는 자원설(字源說)을 통하여 한자(漢字)는 중국민족이 만든 것을 빌어다 쓰는 차용문자(借用文字)라는 의식을 하루속히 버리고, 본래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東夷族)이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표의문자로서 가장 발달한 이른바 한자(실은 고한글(古韓契), 또는 동방문자라고 칭해야 옳다)와 표음문자로서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의 장점을 취하여 한글과 한자(漢字)를 잘 융합해서 쓰면 우리 나라는 문자활용 여건에 있어서 가장 이상국(理想國)이 될 수 있고, 세계 최고의 선진문화국을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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