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생각 바꾸면 미래 보인다

金在哲(김재철) 씨, ‘지도를 거꾸로 보면...’/김영사

한국지도 거꾸로 보자

발상을 전환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각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 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살던 사람들에게 발상을 전환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부산수산대를 졸업하고 원양어선 선장을 거쳐 현재 한국무역협회 회장이자 동원그룹 회장인 김재철(金在哲)씨가 자신이 쓴 책에서 ‘가능성의 민족’ 한국인들에게 지도를 거꾸로 돌려놓고 세상을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영사에서 나온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김 회장은 이 책에서 ‘둥근 지구에 위아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럽인들이 유럽을 위로, 아프리카를 아래로 해서 만든 지도를 그동안 아무런 의심없이 진리인 것처럼 믿고, 보고, 또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작은 반도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우뚝 서 태평양 드넓은 해원(海原)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있는 민족번영의 터전’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21C 세계무역 중심은 아시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열린다는 그의 발상이 ‘뭐 다를 게 있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한편으론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심각하게 자문해 보게 된다.

‘육지에서 본 한반도는 인구가 많고 자원이 적은 볼품없는 나라지만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면 한반도의 가치는 사뭇 달라진다’는 그의 견해가 단지 무분별한 애국심의 발로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한반도가 갖는 지리적 위치와 21세기 세계무역의 중심은 아시아가 될 것이라는 세계적인 중론 때문이다.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관문(Strategic Gateway)에 해당하는 요충지이며 바다에서 육지로 이르는 교두보(橋頭堡)이자 육지에서 바다로 나가는 시발점’이고 ‘대륙으로는 중국, 러시아, 유럽 등으로 연결되고 바다로는 태평양, 인도양으로 무한정 뻗을 수 있는 지경학적(Geo-Economical)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논거가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수려한 해양환경,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세계적인 황금어장, 리아스식 해안으로 곳곳이 천연항구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남해안, 온대성 기후와 아름다운 다도해 풍광 등을 볼 때 한반도는 해양관광지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김 회장은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돼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16%에서 2010년에는 27%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역사발전의 주류(主流)가 태평양을 건너 동북아시아로 이동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북아시아가 21세기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엔진이 된다는 것이다.

한민족, 정보화시대 자질갖춰

그러나 저자가 볼 때 우리민족이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화(和)’의 덕목.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한민족이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서로 짓누르기에 바쁜 탓에 국민적 역량을 결집시키는 인화(人和)를 이룰 기회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민족이 쉽게 인화단결되지 못해 핵심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특히 위기에 강한 한민족의 자질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기업을 일궈 내는 과정에서 나라 밖에서 머문 경험이 많다. 이 과정에서 외항 선원이든, 일반기업 사원이든, 전문 직업인이든 관계없이 어느 지역에서나 3년 정도만 지나면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만큼 다른 민족보다 근면하고 우수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한국이 여러 가지 사상과 종교가 혼재해 있으면서도 특별한 갈등이나 대립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포용력과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민첩성, 지적 모험심이 강한 기질, 우수한 두뇌, 높은 교육열 등이 세계화 시대 정보화시대를 이끌어 가는 유리한 자질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매력있는 한국 만들자

김 회장은 한민족에 대한 담론이 자화자찬에서 끝나지 않고 한민족이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고 우리나라가 21세기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가지 ‘신무역전략’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항만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물류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내륙 중심으로 몰려있는 산업단지를 임해지역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셋째, 동북아시아의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한반도를 국제적인 관광거점으로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품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

이것은 좀더 쉬운 말로 풀어쓰자면 ‘국토는 아름답고, 제도는 편하고, 인간은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어 세계의 물자와 정보, 사람과 돈이 한반도에 모여들게 하는 ‘매력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

그렇게 될 때 저자는 대한민국이 ‘내륙국에서 해양국으로, 근육질형 제조업에서 물류·관광·금융 등의 굴뚝 없는 두뇌산업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뛰어 올라 제2의 한강의 지적을 다시 한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은 페이지마다 저자의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녹아있다. 그렇지만 풍부한 자료와 도표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맹목적인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다.

‘매력있는 나라, 위대한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는 김 회장은 ‘지도를 거꾸로 보면…’에서 비전과 전략이 없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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