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하버드로부터 온 충격]

한국학생은 시험부정

교수 추천장도 판에 박은 엉터리


글/ 宋貞淑 편집위원 (송정숙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정년을 한 두 해 남겨놓고 있는 M교수는 최근에 아주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자신이 미국 유학을 할 때 친하게 지낸 클래스메이트가 지금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이 하버드 대학의 친구 교수가, 최근까지 하버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게 된 한국 유학생을 통해 『M교수에게 반드시 전하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 그것을 전해들은 것이다.

한국유학생 나쁜짓 3가지

내용은 3가지.

첫째 하버드에서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외국학생은 거의가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라는 것.

둘째는 한국 학생들이 하버드에 입학하기 위해 들고 오는 한국에서의 모교 교수 추천장은 대개가 학생의 이름만 바꿔 적었을 뿐 내용이 다 똑같은 것이어서 입학 사정에 참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하버드의 입학 사정관이 앉아 있는 심사 테이블 앞에는 주의서가 붙어 있다. 한국 학생을 심사할 때에는 그들이 제출한 추천서에 의존하지 말고 묵살할 것 이라고 적힌 주의서인 것이다.

셋째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서 하버드대학을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외국 사람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잠깐 들렀었거나 다녀 간 것을 가지고 이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공식 문서에 기재한다든지 전혀 연고가 없으면서 이 대학 출신임을 사칭(詐稱)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외국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조사에 의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의 3가지 사실을 자신의 동창생인 M교수에게 반드시 전해서 국가적인 노력으로 이렇게 부정직한 한국인 상이 바로잡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당부하는 내용의 전언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듣기에 소름이 끼친다.

그러지 않아도 조직적인 SAT부정 사건이 불거진 참이라 국가적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러운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부정에 휘말려 장래를 망치는 일이 한심하고 기막혀 어쩔 줄을 모를 판인데 M교수가 전하는 이 소식은 우리를 한층 더 심각한 우려의 늪에 빠지게 했다.

왜 부정 유혹에 빠져들까

우리는 부정에 대한 유혹에 왜 이렇게 집요하게 걸려드는 것일까.

오래 전 일이다. 정말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 아주 잠깐 상사였던 사람이었는데 그는 매사를 적당히 속이는 것으로 생활을 뚫어나가는 사람이었다. 기한을 정할 때 그는 늘 가능하지 않은 것을 제시해서 일을 땄다. 규정이나 법규에 관한 책을 만드는 일을 맡아 가지고 내용을 슬쩍슬쩍 빼먹기도 했다. 상대에게 들키면 백배 사죄를 하고 비굴할 만큼 빌면서 열심히 변명을 하고 가엾을 만큼 애원을 해서 국면을 벗어났다.

너무 그런 일의 반복이어서 한번은 정색을 하고 그에게 따져 보았다. 그러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이도 딸처럼 어린 사람한테 이런 충고를 듣고 나도 참 부끄럽네. 그런데 여기 한국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살아. 저기 옛날에는 공비 사건 같은 것이 있었지. 빨갱이들이 파출소를 접수하고 비상 연락망을 통해서 서원들을 불러들이거든. 그러고는 문 뒤에 숨어서 기다리지. 맨 먼저 달려온 순경부터 맞아 죽어. 게을러서 좀 늦게 도착한 순경은 앞의 동료가 맞아 죽는 걸 보고 도망가서 살지. 공연히 정직하게 굴면 언제나 손해여.』

이런 모습으로라도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 그를 보며 그 시절의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아서 애처로웠다. 5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깊은 곳에 박혀서 잘 빠지지 않는 부정의 유전인자는 이런 것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자꾸만 새끼를 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우리의 자손을 아주 불행한 경우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직은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경쟁력이다.

세상을 살아보니까 정직하게 사는 것은 부정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재산이 되어 준다. 약게 꾀꾀대로 거짓말도 해가면서 이로운 일을 좇아 사는 사람을 이웃이나 세상은 투명하게 알아본다. 결코 모르고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결정적인 일이 있을 때 그 빚을 갚게 한다. 틀림없이 그렇다.

국가적으로도 그렇다. 눈 속여서 잘 넘긴 것 같은 일은 반드시 드러나서 이자까지 갚게 한다. 자녀를 경쟁력 있게 기르는 일은 정직하고 당당하게 기르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보고 얻은 결론이다. 이 경쟁력을 위해서 나라와 사회가 정책을 세우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지키는 눈이 엄격해서 부정한 일을 생념도 못하게 하는 정책도 필요할 것 같다. 미약하지만 이런 일부터라도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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