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진퇴양난 세종시]

강자의 포용력 필요

강약 권력 충돌은 공멸이다


글/宋孝彬편집위원 (송효빈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세종시, 제기시기와 방법 모두 잘못됐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태생적으로 여의도 정치를 싫어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엔 비주류는 없다“고 공언하면서 엄연히 존재하는 비주류의 박근혜세력을 거부한다. 정치는 현실이다. 있는 존재를 거부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실용주의적인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정치문제로 보지 않고, 정책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자체가 세종시문제의 해결을 꼬이게 한다.

행정부의수반인 대통령이 제기하는 의제 설정은 곧 바로 정국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그뿐 아니라 다시 이렇듯 다시 문제화된 세종시 문제를 에워싸고 한나라당의 친 이계와 친 박계로 갈려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 자체가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권력투쟁이다.

우선 첫째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렇게 중대한 국정문제를, 당론도 거치지 않고, 의원 총회도 열지 못 한 채, 정치적으로 미숙한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원안의 수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와 방법이 크게 잘못됐다.

두 번째는 6.2 지방선거를 코 앞앞에 두고 세종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 시기가 부적절하다. 자칫 잘못하면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MB정권의 중간평가 까지 겹쳐, 6월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회를 통과한 세종시 원안을 백년대계라는 이름으로, 4개월만에 급조, 수정안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 붙이는 것은 독선이다. 야당은 죽기 살기로 반대투쟁에 앞장서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나라당의 친박계의 50-60명이 똘똘 뭉쳐 반발하는 마당에, 원내 분포상 국회통과는 불가능하다.

강자의 양보는 아량, 약자의 양보는 비굴

그뿐 아니라 이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와 치열하게 싸운 끝에 1%의 근소한 차로 이겼다. 석패한 박 전 대표는 깨끗이 승복하고 “당의 염원인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대인지풍에 국민을 감동시켰다.

박 전 대표는 곧 이은 17대 대통령선거에서 MB의 충청권 득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MB는 충청권에 가서 세종시 원안 고수를 공약했지만, 충청 민심이 움직이지 않자, 박 전 대표에게 충청도의 지원유세를 부탁했다. 박근혜는 흔쾌히 승낙하고 충청도에 내려가 ”나를 믿어 달라. 세종시 원안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 전 대표에게 일언반구의 상론도 없이, 백년대계를 앞세워 군사작전 하듯이 원안백지화를 밀어 부치는 것은 동반자에 대한 예우도 아닐 뿐 더러, 정치 신의에도 어긋난일이다. 어쨌거나 영남과 호남이 지역 정치에 매몰돼 있는 상황에서 충청표는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는 가늠자가 됐다.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이후,15대 김대중 대통령, 16대 노무현대통령, 17대 이명박 대통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충청표에 의해 당선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중 가장 선두주자인 박근혜가 당론 고수라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지닌 ‘세종시의 원안고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강자인 MB가 당을 살리고,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진퇴유곡에 빠진 세종시 문제를 철회하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실업문제를 해소하기위한 서민경제의 해결이 백년대계보다 더 급하다.

이 대통령, 외화내빈의 외교와 내치될라

요즘 MB의 외교활동이 눈에 띈다. 우선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호전됐다. 이런 MB의 활발한 외교적 업적을 보면서 건국의 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닮아, 외화 내빈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CEO 출신인 MB가 실용외교로 활발한 외교를 펴는 것은 좋지만, 여야간의 소통이 부족하고 아직도 코드 인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요 20개국 (G20)정상회의를 유치, 의장국이 됐고, 400억 달라의 아랍 에미리트의 원전 프로젝트를 따냈다. 다보스포럼에선 특별 연설을 통해 국제개발 격차를 해소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구축을 제기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국내정치의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빛을 잃기 마련이다.

세종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한나라당이 분당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MB와 박 전 대표는 역사에 대역죄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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