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샐러리맨은 솔직하다

이장우,'당신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 / 한국능률협회 刊


콘서트같이 즐거운 일터

“나는 일이란 콘서트처럼 하나의 퍼포먼스(performance)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열광하는 관객, 소비자, 동료직원이 있는 퍼포먼스. 관리부는 영업부가 고객이고 영업부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고객이고 총무부는 회사 동료들이 고객이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욱 중요한 고객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벤처열풍, 창업열풍이 일면서 일부 샐러리맨들은 한동안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 얻는 것은 박봉과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전부. 상사와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면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은 더욱 절박해진다.

수세미 파는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직장생활 14년만에 사장자리에 올라 4년째 샐러리맨 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이장우 씨.

그는 현재 3M에서 분사한 주식회사 이메이션 코리아의 사장이면서 대기업이나 대학강단에서 뉴마케팅 패러다임, 21세기 경영전략, 자기개발 등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유명한 강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샐러리맨 선배’된 입장에서 ‘초라해진’ 샐러리맨을 위해 경영 지침서를 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샐러리맨들을 창업 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마치 거기에 꿈의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이러한 흐름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내는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다”

샐러리맨 이래서 좋다

이 사장이 지적한대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샐러리맨의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생활하는 사람? 연금보험, 의료보험을 포함하여 국가의 재정수입에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퍼센트를 차지하는 성실 납세자? 이렇듯 부정적인 샐러리맨상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책의 서두에서 샐러리맨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끄럽거나 비참하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자신이 선택한 일에 후회없이 매진해왔고 지금은 회사의 오너는 아니지만 샐러리맨 경영자로서 자신의 일터가 최우량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누구나 한번쯤 기업의 CEO가 돼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말단사원이라도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CEO의 꿈도 가능하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오히려 CEO보다 샐러리맨이 누리는 혜택이 훨씬 많아 앞으로도 창업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

샐러리맨은 가정에 충실할 수 있어서 좋다. 또 상사나 후배 등 자신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땐 그것을 지적해 줄 동료가 있고 선후배가 있다.

샐러리맨만이 가질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은 샐러리맨들이 오너보다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 샐러맨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면 그만이지만 오너는 리더십에 손상이 갈까봐 솔직하기가 쉽지 않다.

또 샐러리맨들은 공짜로 교육받을 기회가 많아 교육을 통해 자신의 선입견,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이 사장이 말하는 샐러리맨의 장점이다.

도전해야 성취할 수 있다

저자가 샐러리맨 예찬론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샐러맨 생활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업에 실패하기 쉽고 성공한다 해도 오래 갈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샐러리맨생활 없이 일찍 창업전선에 뛰어든 사람은 샐러리맨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소신은 뚜렷하지만 직원들을 상대로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은 거래처 사장들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신뢰를 얻을지언정 직원들에게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힘든 사업을 꾸려 왔던 기억 때문에 직원들로부터 일종의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선배와 후배가 있어 끌어주고 비판해 주는 생활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직장생활의 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샐러리맨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발전하리라는 것은 당연지사. 저자는 샐러리맨의 기를 죽여 회사의 발전에 지장을 주는 상사의 유형을 소개하면서 반면교사 삼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첫 번째, 지나치게 존대말을 하는 상사. 이런 상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힘든 상사들이다. 둘째 술은 잘사면서 책은 사주지 않는 상사. 후배 직원이 정작 뭐가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는 상사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셋째, 휴가 간다고 인상쓰는 상사. 휴식의 가치를 모르는 상사는 십중팔구 기획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다.

넷째, “왜 하필 바쁜데 교육을 가느냐”고 짜증을 내는 상사. 미래에 투자할 줄 모르는 짧은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여섯째, 지각을 할 때면 문 앞에서 지켜보는 상사. 눈감아 줄 때도 아량있는 상사가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당신도 경영자가…’는 오직 ‘샐러리맨에 의한, 샐러리맨을 위한’ 책은 아니다. ‘샐러리맨 예찬’외에 ‘가치경영’ ‘미래경영’ ‘성공경영’ ‘디지털경영’ 등의 추상적인 테마를 자신의 소소한 경험과 함께 쉽게 풀어놓아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경영에 대한 마인드도 새롭게 할 수 있다.

특히 저자가 미국 본사의 회장과 국제담당 사장에게 ‘최선을 다해 일하겠으니 사장자리 달라’는 이메일 공세를 편지 2개월만에 무려 네 직급이나 뛰어넘어 사장으로 일하게 된 일화는 현실에 순응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고 있다.

경희대 영문학과 졸업한 이장우 사장은 현재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교수, KIST 경영대학원 마케팅 강사, 미래사회포럼 회장직 등을 맡고 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