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아직도 노조가 방송을...]

강성노조 뭘 노리시나요

파업하던가, 방송 문을 닫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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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태평양위원회 이사장)

언론은 아직도…

권력의 수중에 언론이 있으면 그건 독재국가입니다. 북한을 보세요. <노동신문>이 있긴 하지만 북의 유일·무이한 정당인 ‘노동당’의 기관지일 뿐, 남한에서처럼, 정부와 여당의 시책을 비판하지는 못합니다. 찬성 또는 찬양할 자유는 있지만 항의나 비판을 할 자유는 없습니다. 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정치범수용소’에서 벗고 굶고 매를 맞다 죽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시민이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조건은 하나 있습니다. 반드시 사실이어야 합니다. 사실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면 철창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 하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그들의 노선이 ‘반미·친북’이었기 때문에 북에 있는 김정일 정권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답답한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유 편에 선 많은 유권자들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냈습니다. 그렇게 됐으면 언론은 달라져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은 여전히 ‘반미·친북’으로 일관하니 참으로 복통할 노릇입니다. 이번에 있었던 법원의 파렴치한 판결을 보고 대부분의 언론은 대한민국 편입니까, 아니면 인민공화국 편입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정부의 요인들, 이 꼴을 보고도 말 한 마디 안 하고 계속 침묵을 지킬 겁니까. 옛 글에는 “나라는 패했으나 산과 강은 여전하다”고 있지만, 김정일이 이기면, 산과 강도 남지 않습니다.

<▲국내 언론사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강성노조>

김정일을 만나서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김정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마디 하여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벌써 어느 일간지의 아침 사설은 ‘남북정상회담’, 정부가 좀 더 냉철해야 할 이유를 들어 이명박 정권이 신중하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회담을 한다면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해야 하고, 이를 비롯해 남북간에 걸린 본질적인 현안들을 푸는데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는 회담이어야 한다”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과거에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있었고, 김대중과 김정일, 노무현과 김정일이, 평양에서 만나 이른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적화통일을 바라는 자들이야, 북에서나 남에서나, 그 때마다 ‘만세’를 불렀겠지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습니다.

제1차의 6·15선언이나 제2차의 10·4선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면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대한민국은 소멸되고 한반도 전체가 김정일 세상이 될 것은 불을 보 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정상회담의 결과로 우리는 북에 퍼주고 또 퍼주며 감싸주고 밀어주어 된 일이 무엇입니까.

김정일은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준비했습니다. 서해에서는 연일 우릴 향해 대포를 쏩니다. 제3차 정상회담은 어디서 할 겁니까. 또 평양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앞으로 두 번은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려야 하고, 김정일이 “6·25를 사과한다”고 할 때에만 만나야죠.

끝까지 당당하게

토니 블레어가 영국의회의 청문회에 불려가 ‘이라크전쟁에 관한 심문’에 응하는 광경을 BBC 방송을 통해 지켜보았습니다. 청문회 밖에서는 파키스탄과 이라크전쟁에 영국을 참전케한 블레어 수상을 반대하는 젊은 놈들이 블레어에 대한 욕설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어서 그는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하실문으로 청문회에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참전을 후회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떳떳한 자세로,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사담 후세인을 그때 제거한 것은 잘한 일인데 무슨 후회가 있겠느냐”며 자기의 입장, 자기의 신념을 명백하게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국민 앞에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는 대통령들을 여럿 보았기에 토니 블레어의 자세가 더욱 돋보였는지도 모릅니다. 포악한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는 죄 없는 백성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

한국전쟁에서처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투가 3년 만에 끝이 나고 직업적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섬멸됐더라면 토니 블레어는 윈스턴 처칠과 나란히 영국역사의 위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진정 대영제국의 수상답게 ‘백인의 짐’을 기꺼이 지겠다는, 져야 한다는 19세기의 영국을 대변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들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임하기를 바랍니다. 총리나 장관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고, 대통령 자신이 웃음 띤 얼굴로 떳떳하게 나서야 될 일이라고 믿습니다.

저런 죽일 놈들

문명국의 지성인들은 모두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들었습니다. 나도 한국을 문명국으로 여기고 나 자신을 지성인으로 간주한다면 마땅히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해야 옳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나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극악무도한 범법자를 살려두어서 무엇에 쓸겁니까.

개과천선한 살인강도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쇄살인범 같은 자는 그럴 가능성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김일성을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라고 우러러보는 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그는 자기 자신의 영화를 위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연출한 것입니다. 질이 매우 나쁜 전범자입니다.

그를 도와 1950년 6월 25일 새벽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감행했던 스탈린의 동상이 러시아와 동구권 각처에서 무참하게 철거되는 것을 보고, “진작 그렇게 됐어야지” 했습니다. 자기의 맞수이던 트로츠키가 멕시코에 도망가 있는 것을, 자객을 보내 도끼로 찍어 죽이게 한 스탈린, “저런 죽일 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정일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여러 번 주장했습니다. 그런 자들을 모아, 사형을 집행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인도 하나를 제공하고 “살 수 있는 날까지 살다가 가라”고 일러주면 될 일입니다. 그 무인도를 천국으로 만들건 지옥으로 만들건 상관 안하겠다고 언명하고, 그 섬에서 헤엄쳐 도망 나오다 상어의 밥이 돼도 상관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저 ‘죽일 놈들’이 살게 될 섬 하나를 기증할 독지가는 없습니까.

강성노조는 무엇을 노리는가

우리나라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있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잘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위원회이고 유명무실한 위원장입니다. 2007년 이전 10년 동안 방송사마다 박아 넣은 강성 노조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도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위원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자 그대로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아직도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도 못 채우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기를 바라는 자들, 물러나게 하려고 투쟁하는 자들이 방송사를 여전히 점령하고 앉았는데 대한민국 당국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렇게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까.

다른 기업도 아니고 언론이 ‘이명박 타도’를 부르짖는 반민주적 악성 인사들 수중에 그대로 있는 한, G20 회의를 한국에 유치해도, 400억 달러짜리 원자로 수주를 대한민국이 따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왜 모릅니까.

악성 노조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어떤 방송사가 파업에 돌입했다고 합시다. 그걸 그대로 두지 왜 손을 쓰려고 합니까. 불법파업이 계속되면 방송사는 문을 닫게 됩니다. 문을 닫아야 합니다. 방송사는 하나만 살아 있으면 됩니다. 아니, 다 문 닫아도 좋습니다.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묘기를 못 보는 것은 서럽지만 참을만 합니다. 방송국마다 도사리고 앉았다는 강성 노조원들에게 전국의 시청자들이 자존심을 잃고 노예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파업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방송사의 문을 닫으세요. 방송사들보다는 대한민국이 백배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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