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裵洵勳(배순훈) 전 장관의

소액주주 피해 체험

경영권 없는 회장 실패담


<裵洵勳 전 장관>

글 / 申貞姬(신정희) 부장

소액주주 피해 체험

배순훈(裵洵勳) 전 정통부장관이 벤처기업인 ‘미래온라인’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주식 처분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현재는 또다른 벤처기업 ‘리눅스1’의 회장으로 여전히 벤처기업가로 자부한다. 배 회장은 ‘미래온라인’의 대주주인 ‘미래산업’과의 공방이 끝난뒤 괴로운 사연을 조용히 설명한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리눅스1’ 회의실에서 만난 배 회장은 시종일관 그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울러 ‘경제풍월’을 창간때부터 잘 읽고 있음을 언급하며 창간 1주년이 지난 만큼 앞으로도 깊이 있는 글들을 지속적으로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미래온라인에 재직하는 몇 달 동안 경영권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 동업을 하자고 제의해 합작회사인 미래온라인을 설립했고 저는 1/3이하의 주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식을 1/3이상 가져야 특별결의를 발의할 수 있고 기타 여러 가지 결정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진 주식수로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3이상의 주식을 가진 대주주인 미래산업과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제가 가진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요. 그 과정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엄청난 오해와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나 홀가분합니다.”

배 회장은 과거 대우전자에서 탱크주의로 명성을 날렸었다. 그때 본의 아니게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미래온라인사태로는 자신이 소액주주 입장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라고 말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저를 미래온라인의 대주주라고 표현했는데 1/3이하의 주식보유자는 어디까지나 소액주주라는 유권해석입니다. 2/3이상의 주식을 가진 대주주가 특별결의로 저를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게 했어도 저는 법적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입장에서 당하기만 했습니다.”

배 회장 소유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명한다.

주식을 액면가로 넘기라고…

“제가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냈고 또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음을 알았던지 여러 벤처회사로부터 영입제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리눅스1’ ‘파이버 텍’ ‘바이오존’ ‘에스크솔루션’ 등 여러 벤처회사에 회장직함을 갖고 있거나 약간씩 투자를 했습니다. 그러나 미래온라인은 제가 가장 많은 액수의 돈을 투자한 회사입니다.”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회사인 만큼 배 회장이 가졌던 4만주의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게 됐다는 것이다. 미래온라인의 주식값은 한때 시가로 50만원 정도까지 오르내렸으며 액면가는 5천원이었다. 따라서 배 회장이 주식을 팔려고 하자 대주주인 미래산업측은 액면가나 액면가의 두배 정도로 자기들에게 넘겨주길 바랐고 배 회장은 시가만큼은 못 받더라도 더 많이 주겠다는 원매자에게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대주주인 미래산업 측에서 자회사인 ‘미래온라인’을 해산시키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배 회장의 주식을 인수한 측에서는 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염려가 있는 만큼 배 회장이 도덕적으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미래온라인은 해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게 되었으며 인공위성사업 등 경영도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벤처투자자는 돈 벌지만…

“우선 저 자신이 벤처기업의 경영상태를 잘 모르고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여러 벤처회사에 적을 두고 경영내용을 들여다보니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벤처회사 근무자 등의 임금수준이 아주 낮고 열악한 근무조건이 제일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벤처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돈을 벌지만 종업원들은 어디에서 위안을 얻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종업원들이 지금은 말 그대로 벤처정신 하나로 열악한 조건을 견디지만 성취감을 얻지도 못한 채 집단적으로 좌절하거나 회의를 느끼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 그 사태수습은 어떻게 해야할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벤처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망해나가는 일이 허다한데 이 모든 어려움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연구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벤처기업들의 상호간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도 오늘날 벤처들이 겪는 위기상황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배 회장은 언젠가 벤처인큐베이터 회사를 하나 만들어 창업보육을 도와줄 작정이다.

벤처코리아 프로 통해 벤처활약

“제가 요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 중 하나는 KBS 1TV가 매주 금요일 낮에 1시간 동안 방영하는 ‘벤처코리아’의 진행을 맡아 그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일입니다. KAIST나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등에서의 초청강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들이지요. e-비즈니스 등 총괄적인 이야기들을 제가 맡았기 때문에 단기과정이지만 한 강좌도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배 회장은 현재 몸담고 있는 벤처회사들의 사업내용을 소개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리눅스1’은 컴퓨터 병렬처리 프로그램개발로 오늘날의 기업을 일으켰으며 미국의 골드만삭스사와 인텔사가 각각 60억원씩 투자할 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 ‘파이버텍’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인 20마이크론 정도의 쇠줄로 그물을 짜서 에어컨 등의 필터로 사용하게 하는 기업이다. 세계첨단기술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전력 등 대기업이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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