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원로회고]

온통 세상이 변했구료...

IT혁명과 一黨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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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尹能善(윤능선 미래사회연구원 회장,전 경총 상근부회장)

원로가 본 IT혁명

‘조지 오웰’의 SF소설 ‘1984년’은 20세기말에 사회주의 독재국가들이 극도의 폐쇄사회를 만들어 인간의 자유를 뺏고 소위 BIG BROTHER-大兄의 독단장이 된다는 끔찍한 예견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80년 후반에 접어들어 그들 독재국가들이 잇따라 붕괴되어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하였다.

21세기에는 그나마 남아있는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일당 독재는 존재할 수 없다는 예측들이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일본의 저명한 평론가인 하세가와(長谷川 慶太郞)씨가 그 대표적 논객이다. 한마디로 하면 IT혁명-정보기술혁명이 가져오는 필연의 결과라는 것이다.

20세기가 전쟁과 혁명의 세기라면 21세기는 장기간 평화와 안정의 세기가 된다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 적어도 2천10년 쯤에는 지구상에 공산국가라 할 중국이나 북한, 월남, 쿠바 등이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을 예로 들자.

현재 휴대전화가 5천만대로 세계 제3위이다. 작년 한해에 2천2백만대가 늘었고 금년에는 아마 3천만대가 늘 것이니 8천만대 시대가 실현된다. 아무 간섭없이 정보를 발신하고 또 수신하게 되는 정보유통의 혁명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필자도 목격한 1979년 6월 천안문 사건 때 FAX를 통한 선진국과의 정보통신으로 그 진상이 낱낱이 세계에 알려지고 핵심 인물들이 외부 지원을 받아 탈출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一黨 독재란 정보를 독점하는 당이나 정부가 항상 우위에 서게 되는 데서 이루어지는 만큼 IT혁명은 사실상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IT혁명의 핵심이라 할 인터넷도 중국은 1천만대를 돌파했다. 인터넷은 아직은 통제가 가능하다지만 이것이 더욱 발전되면 가공할 영향력을 구사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 속담에 “위에는 정책이 있지만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고 한다.

즉 위에서 무슨 정책을 쓰든 나름대로의 백성들의 대응책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니 민심이 천심이란 우리 속담도 알만하다.

작년(99년도) 전 세계의 핸드폰은 1억8천만대였다. 올해에는 4억으로, 2천1년에는 6억으로, 그후에는 15억대까지 된다니 인구 네명에 하나 꼴이다. 이러한 폭발적 증가는 상식을 뒤엎는 지각변동이요, 이것이 IT혁명의 실상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종필 자민련총재를 방문한 尹能善 회장>

글로벌경영은 속도전

정보기술이란 이제 전 세계 규모로 기술개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어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으로 치닫게 하는 첨병이다.

요즘 휴대전화는 초미니로 급변 단계에 있는데 액정(液晶TV)으로 만든 경량제품은 급기야 손목시계 만하게 되고 시계처럼 쓰일 날도 멀지 않다고 한다. 액정으로 만들 때 너무 적어지면 액체가 새는 니켈판과 유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꾼 결과 0.1g까지 적어지고 견고하여 이 새 제품은 아무리 만들어도 수요에 못미쳐 이를 독점한 일본 3社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처럼 극소형의 제작에는 최신 로봇이 필요하다. 정밀공업의 정수인 첨단로봇은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초소형 공작기계가 등장했고 이는 신비로운 제작과정을 보여 일추월장의 단계에 있다. 세계는 그 부품을 앞다투어 구하고 있어 先需要 시대가 왔다고 한다.

이를테면 모든 원자재는 인터넷으로 전 세계시장에서 찾아 이를 주문하는 동시에 항공기로 택배를 하니 이것이야말로 글로벌경제요 글로벌경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혈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경질화, 소형화인데 승부처는 전지의 성능에 달려있다. 결코 고장나지 않는 오래가는 전지, 액체가 아닌 전해에 의한 제품의 성공으로 한쪽팔에 휴대전화, 한쪽 포켓에 인터넷TV를 갖는 현대 경영인의 출현도 멀지 않다.

한편 이 IT혁명의 생명은 속도에 있다. 지난번 싱가포르에 출장갔던 큰놈이 돌아와 깜짝 놀랐다고 전한다. 그 곳이 세계에서 알려진 IT혁명의 본고장인데 아직도 우리가 이미 폐품화한 큰 휴대전화를 모두가 쓰고 있더란 것이다. 어떻게 된 까닭인지 한국인 1세대에서 2세대를 넘어 3세대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우리의 속도가 놀라운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대형TV나 냉장고, 자동차는 물론 인터넷, 휴대폰 어느 것이고 최신이기 때문이라, 하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이것을 쓸 만큼, 소화할 만큼 두뇌와 손재주가 비상하다는데 긍지를 가질 만 하지만 이러한 하드를 만드는데 얼마나한 기술력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경없는 지구촌

엊그제 TV방송을 보니 세계 수학올림픽(정식 명칭이 아님)에서 여섯명의 남녀학생이 세계 수십개국이 참가한데서 단체 제4위를 땄다고 한다.

두뇌, 재치, 순발력, 창의력…이것이 모두 天分인 것 같지만 이를 키워나가는 분위기, 좋은 교사, 좋은 부모,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아무튼 중국, 러시아, 미국 다음이라니 마음 든든하다.

21세기 우리는 참으로 멋진 구호를 갖고 있다.

‘근대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어찌 구호만이랴.

21세기 평화와 안정의 시대란 희망은 우리에게 한맺힌 20세기를 보내면서 또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는 조금만 뒤져도 따라가기 어렵고 패자부활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IT혁명은 어떠한 사회를 출현시킬 것인가. 이는 역사에서 배울 것이 있다. 1896년(19세기)에 시작한 세계적 극심한 불황은 26년간이나 물가가 매년 20%씩 떨어지는 디플레였다. 생산자는 지옥이고 소비자는 천국이다.

이 대불황때 무엇이 달라졌는가.

첫째로 기술개발이 왕성하였다. 새상품, 새원리 발견과 제품화가 아니면 쓸모가 없었다. 기술개발, 신제품은 그야말로 기업의 생사를 가름하였다.

둘째로 물가는 떨어지는데 인간의 값은 한없이 올라갔다. 기술개발에도 인재요, 경영경쟁에도 인재가 필요했다. 교육투자는 백년대계이며 연수, 훈련은 당장의 쓰임새다. 그래서 서구선진국, 미국, 캐나다는 이때에 보통선거, 부인 참정권, 남녀평등, 사회보장제도 등의 기치가 높이 올라갔었다.

세계 경제 어디로 가나

글로벌경제란 자금, 사람이 국경없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말한다.

일본의 모 은행은 인도인을 3백명을 채용하고 그들 풍습과 기호에 맞는 주택, 학교, 교회, 쇼핑센터를 마련하고 영주하도록 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 중국인, 유태인, 인도인 그리고 한국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과 같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인도인, 동남아는 영어권이고 인구가 많으니 수재도 많다. 그러나 생활수준은 낙후되고 있어 영국 등에 유학한 우수한 인력이 일본의 10분의 1, 20분의 1의 임금으로 일본에 수입되어 간 것이다. 그들 생산력은 현재의 일본인으로서는 역부족인 것이다. 따라갈 때까지 간격을 메우려면 그렇게 꺼리던 인력수입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움직임도 자못 괄목할 만하다.

영국의 대륙을 잇는 도바 해저터널은 영국의 EU 가입과 함께 파운드화를 갖고 합류하고자 터널 배가 공사를 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東進하여 동구 3개국을 합치고 러시아까지 뻗힐 기세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스웨덴까지 16km나 되는 다리를 개통하였다. 덴마크가 유럽의 중심축의 하나가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해저터널도 에너지 자원과 함께 부각된다.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는 2천20년 세계 2억톤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베리아의 혹한 땅에 기술과 자금은 일본과 서방국가가 담당하고, 자원과 땅은 러시아가 제공, 인력과 기술 건설에는 우리 남북한이 담당한다면 극동의 풍요한 경제와 평화가 어찌 꿈만이겠는가.

일본은 러시아와 천연가스의 30년간 공급을 전제로 장기계약을 맺어 5년텀에 가격을 조정한다는 기본 기획하에 임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디플레 전망과 글로벌경제하의 21세기가 불과 반년도 안남은 이때 우리는 무엇을 결심하고 미친 듯이 밀고 나갈 것인가 결단의 시점에 서 있다.

국가는 국민의 창의와 경쟁을 극대화하는 시장 경제의 원리에 투철하여 모든 규제를 네가티브 시스템으로 대전환하고 교육의 백년지계를 세워 제3의 혁명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은 인재의 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넓은 시야에서 창조와 기술, 경영혁신에 전력해야 하리라.

지식인은 새 문명의 전도사가 되고 온 국민은 21세기, 이 찬란한 격동의 시대에 과거의 못다한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정성을 다하여 대약진의 대열에 동참할 일이다.

<필자 소개>

경제단체 대변 40여년 구수한 財界秘話 연제미래사회연구원 윤능선(尹能善)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과장 시절부터 경제기자들을 상대로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경제인 모임에 자주 참관하여 재계 움직임에 정통한 데다가 언변이 좋아 경제기사를 많이 보급했다.
윤 회장은 경제단체 대변인으로도 통한다. 지난 97년 ‘ 경제단체 인생 40년’ 을 출간, 政經관계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1952년 상공회의소 입사로부터 전경련 조사부장(64) 상무이사, 경영자총협회사무국장(70) 상근부회장(80년) 경제단체협의회 상근부회장(82?92) 등에 이르기까지 장장 40년간 경제단체를 두루 대변했다.
퇴임후에도 미래사회연구원 회장으로 활약하며 고대 서강대 동국대 경기대 국제경영원(IMI)에 출강도 하고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는 名人名詩감상(73) 孫子의 경영학(74) 등 다수.
경제풍월 원로컬럼에서는 IT혁명과 일당 독재로부터 시작하여 60?70년대 財界秘話를 구수하게 연제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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