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누구를 위한 고용허가제인가?

글 / 李國老(이국노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불법체류와 인권이 관계 있나

1994년 2월이었다.

명동성당 사제관 앞에는 엄동설한에 오들오들 떨면서 20여명의 네팔 외국인 근로자가 소곤대고 있었다.

외국인 연수생으로 한국에 와서 돌아가지 못하고 불법체류자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야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보니까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연일 신문과 방송은 이들의 딱한 사정을 인권문제로 보도했다.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박상규(朴尙奎) 회장(현 민주당 부총재)과 필자가 나서게 되었고 밤 3시가 되어 겨우 협상이 끝났다.

문제는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주면서도 상대편 협상대표가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라 재야 인사라는 사실에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 인권을 팔아 돈을 챙기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지금 정부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입법화하겠다면서 인권문제를 대입하여 혼란스럽게 끌어가고 있다.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인권문제가 아니라 능력문제로 가치를 평가해야 됨은 당사자나 사용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우리는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한국에 올 때 수백대의 높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백만원씩 커미션을 송출회사에 주고 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이렇게 어렵게 온 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체류 허가를 연장하고 불법 체류자로 남는다는 사실 또한 인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국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25만명중 15만여명이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다. 현재 그들의 임금이 자국에 비하여 10배 또는 50배 정도를 벌 수 있다는 것 또한 능력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내세우면서 인권문제로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다.

문화와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그들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하고 상여금, 퇴직금, 연월차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며 고용기업에는 국내근로자와 임금차액을 고용부담금으로 부과하겠다니 누구를 위한 정부정책인지 의구심이 먼저 간다.

아무데나 시민단체 나서나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의 경우 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월 70만원의 급여와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고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지시하는 사람은 한국인으로 때에 따라서는 격한 언어가 사용될 수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서 손이 갈 때도 있을 것이다.

기술을 배우러 온 사람의 입장에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야 당연한 것을 가지고 문제삼을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현장에서 거친 말들이 나올 수 있는 것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그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 종업원의 60% 이내의 노동 생산성밖에 더 기대할 수 없다.

지금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현장에서 산재사고의 위험성은 외국인 근로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의료 및 산재 보험 등의 혜택은 한국인과 똑같이 받고 있다.

현행 외국인연수 고용제도 가지고도 이들의 문제가 얼마든지 해결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 이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당사자가 문제가 없는데 노동부가 나서고 재야나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권’을 빙자해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을 빼앗아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익집단의 사주에 의했거나 아니면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고용주)을 볼모로 권력을 남용하겠다는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 졸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

15만명이 넘는 불법체류자의 문제는 인권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더욱이 인권침해 사례가 있다고해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고용허가제를 내국인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상황을 단지 인권문제로만 보지 말고 경제적인 개념에서 능력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이익을 전제로 한 고용주가 반대하고 고용주나 국가가 현금으로 손해 보는 이런 착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현장에 있는 국민이 바라는 정책이라는 시대적 요구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생활이 불편해지는 국가정책이 있어서도 안되며 그 정책이 성공한 예가 인류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우리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만약 외국인 근로자 25만명에 대한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라 중소기업체가 추가로 부담할 연간 비용은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퇴직금 등을 합하여 무려 1조4천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IMF를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르는 천문학적 추가 비용부담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가 이래도 되는지 모를 일이다. 부자나 권력자라도 가난한 사람과 똑같이 1인 1표로 투표를 하여 대통령을 뽑는다.

그렇다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똑같이 세금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의 권리와 능력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혼돈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을 빌미 삼아 어려운 중소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추가비용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겠다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발상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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