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원칙없는 대북지원

글 / 金東基(김동기 고대 명예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학술원 회원, 경박)

아마추어와 프로의 협상

최근 박 재규 (朴在圭) 장관은 2차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측의 1백만톤 식량자원차관요청을 한데 대해 50?70만톤 정도의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태국산 쌀과 중국산 옥수수를 수입해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3당 대표를 방문하여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굶주리고 있는 많은 북한 동포들을 돕기위해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정부당국의 기본 방침은 옳다.

그러나 지원의 원칙과 방법이 문제이다.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 협력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남북협력관계를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남측의 단독 러쉬와 북측에 끌려다니는 인상이 짙다.

첫째 상호주의 (Principle of Reciprocity)의 상실이다. 결코 1대1의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북측은 우리에게 받기만하고 주는 것은 거의 없다. 가난하고 경제사정이 어려운 북측에 대해 우리는 물질적 대가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조건없이 순수한 인도주의 차원에서 우리가 돌려 보낸 63명의 미전향 장기수에 대해 북측도 국군포로, 납북어부, 그리고 납북인사등을 상호주의 정신으로 전원 남쪽으로 송환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북협상 창구 책임자인 통일부 장관은 ‘법적으로 북한에 국군포로란 없다’라고 단언하는 해프닝을 국회에서 보여주었다.

국방부에서 공식으로 통일부장관의 이러한 발언을 부인했었는데 박재규 장관은 엄밀히 말해서 대북협상 전문가가 아니다. 북한의 김용순(金容淳)이나 전금철(全金哲)은 수십년간 대남공작과 대남협상을 전담해온 대남공작의 베테랑이요 대남협상의 전문가이다.

말하자면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의 협상과 같은 남북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군포로 송환협상은 어떻게…

남측은 미전향장기수 송환이나 식량지원을 국군포로와 납북인사의 송환조건부로 협상을 해야 하는데 무슨 약점이 있는지 아니면 협상기술이 서툴러서인지 일방적으로 주기만하고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절대적으로 물질적 보상이 아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남측에서 비료나 식량을 지원하면 북측도 답례로 물질적 보상대신 국군포로나 납북인사송환을 해야 한다.

남측에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조건없이 송환한 미전향 장기수들은 북한으로 돌아가자 마자 당,정부 및 군부등에서 영웅적인 환영을 받았고 도처에서 환영군중대회가 열렸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북측에 포로로 잡혀간 우리 국군들을 정부당국은 겉으로는 송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남북간 장관급회담이나 적십자사간 교섭에서 정식의제로 오른적이 없다.

나라가 이처럼 돌보지 않는데 과연 이나라의 젊은이들이 일조 유사시에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로 싸우려고 하려는지 몹시 걱정스럽다.

미국은 한국동란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유해를 찾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써가면서 한국동란이 발발한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해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때 미전향 장기수 송환을 요구했을 때 북측에서도 국군포로나 납북인사를 남측으로 보내주면 우리도 보내 주겠다는 의연한 협상자세를 우리측은 왜 못 보여 주었는지 국민들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는 국민이나 군에 입대하는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확신을 심어 주려면 국민과 군인의 생명, 재산 그리고 명예를 정부는 끝까지 지켜주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친구(북한)를 얻기 위해 오랜친구(미국,일본)를 버리거나 멀리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SOFA 개정이나 독극물 한강방류방지 요구는 주권국가로서 절대로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미군철수나 한미방위조약 폐기로 비약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일본과의 기존 관계를 유지, 강화하면서 북한이라는 새친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민여론도 수렴해야 마땅

지금까지 미국은 겉으로는 한국측의 대북유화정책을 환영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경계와 견제를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이후 북한을 올해 IMF년차 총회에 초청하자는 것도 거부했고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 (ADB) 가입도 미국의 반대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서 개최된 밀리니엄 정삼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뉴욕행 ‘아메리칸 항공기’를 탑승하려던 김영남(金永南) 북한 인민최고회의 상임 위원장에 대한 몸수색은 바로 한국의 대북 접근자세에 대한 미국의 불쾌감과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셋째, 한국 국민들의 정서나 여론에 비추어 볼 때 대북 경제지원(식량지원포함)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금 IMF 사태이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몰락해서 실업자와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국내사정을 외면하고 북한에다 엄청난 국민세금으로 조달한 식량이나 비료를 일방적으로 제공한다면 국민들의 반발과 반대로 계속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인 만큼 우리 내부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여야 협력과 국민의 지지가 절대로 필요하다.

정부당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을위해 싸우다가 북측에 의해 포로가 된 이땅의 젊은이들이나 납북인사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남한으로 송환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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