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호]

[교수컬럼]

경제개혁 과제와 시각

글 / 이종훈(중앙대 총장, 경실련공동대표)

IMF 졸업 자랑하고 싶지만…

얼마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고 평가하고 ‘졸업’을 정식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쳐들게 되었다. 물론 멕시코 등 많은 나라들이 IMF체제 3년차를 넘기지 못하고 재입학하는 징크스에 걸린 경험을 생각할 때 그 졸업을 자랑만 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원유가격이 폭등하면서 IMF체제의 졸업을 즐길 여유도 없이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산업구조의 개편을 통하여 탈(脫)석유형 산업(소프트산업)과 에너지절약형 산업을 개발함으로써 매년 원유수입액의 증가율을 감소시키고 있다.

과거 10년간 미국을 비롯한 유럽선진국의 경우 원유수입액이 10%정도의 증가에 그치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의 경우 3배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우리의 소비생활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변했고 오토바이는 다시 자동차로 변했기 때문에 원유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체국민 9명중 1명이 해외여행을 할 정도로 비행기 여행수요도 사상 최고기록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우리의 산업이 경공업이든 중화학공업이든 석유다소비형 산업이며 굴뚝산업이었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면 할수록 원유수입은 그 이상으로 증가하여 국민총생산(GNP)의 석유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입구조에서도 원유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짐으로써 무역적자의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선진국과 같이 원자력과 천연가스 등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소극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이나 자동차 10부제 운행으로 대응하고 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국경제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번영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구조와 산업구조 그리고 기업구조 모두를 획기적으로 구조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한국경제 靑年期(청년기) 아니다

과거 30여년간 우리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경공업이든 중화학공업이든 대부분 에너지다소비형의 굴뚝산업이었는데 이들 산업이 이제 구조상의 피로현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이라고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선진국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드리고 있는 한국·대만·싱가포르 등 중진국 역시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세계적인 불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경제 역시 선진국에 비하면 소득 수준도 낮고 기술수준도 뒤떨어지고 있으나 최근 생활용품의 수명이 연장되어 새로운 수요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최근의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환란의 주범이었던 외환 보유고도 사상 최대 규모인 9백4억달러를 기록해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고 스탠리 피셔 IMF 수석부총재도 인플레를 억제하고 경제개혁을 강력히 실천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정도이다.

신체검사도 모든 검사항목이 좋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각종 지표만으로는 잘 나간다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전체의 구조와 틀을 관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80년대 일본경제가 잘 나갈 때 영국의 경제학자가 일본경제를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2시 경제’라고 평가하면서 영국경제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 경제’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경제는 해가 힘차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오전 10시 경제’라고 비교하여 말 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당시의 일본경제는 ‘장년경제’였고 영국경제는 ‘노년경제’였으며 한국경제는 ‘청년경제’였다고 그 성격을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경제가 IMF체제를 졸업하고 금년에도 8.5%의 고도성장을 달성한다고 해서 다시 청년경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며 착각인 것이다.

경제 體力(체력)과 體質(체질) 관리 할때다

최근의 한국경제는 옛날처럼 자고 일어나면 키와 체격이 동시에 크는 청년경제가 아니다. 늦은 오후의 장년경제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장년기에는 잘 먹고 휴식을 취해도 키는 크지 않고 체격만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경제가 아닌 우리로서는 현재의 고도 성장 조짐을 좋다고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것은 곧 비만경제이며 거품경제이기 때문이다.

체격이 커지면 체질이 바뀌기 마련이며 이는 다시 체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 엄청난 차관을 도입해 과잉투자를 계속하여 고도성장만을 노려온 결과 국민총생산(GNP)은 커졌지만 결국 IMF체제를 불러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MF체제의 경험을 통해서 경제의 구조와 조직, 그리고 그 패러다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이를 개선하고 개혁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아직도 청년경제인 줄 알고 돈을 풀어 다시 고도성장만 노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는 거품경제의 성장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경제의 체격과 체질을 관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을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IMF체제를 졸업했다고 만족하기보다는 경제구조와 산업구조 그리고 기업구조 및 조직의 피로현상을 제거해 장년경제의 틀을 튼튼히 함으로써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정부와 정치권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결국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만이 석유파동을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인 물가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총체적인 불경기를 동시에 극복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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