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위기의 40대 직장인

글/ 金潤卿(김윤경 서울은행국제금융부부장)

제1대 베이비붐세대

요즈음 신문, 잡지마다 위기의 40대, 높은 40대 사망률, 40대의 가장 높은 사망 원인 등 현재를 사는 40대만이 가장 위기에 처한 세대인 듯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1988.1.14일자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에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 한국 40대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질병사망통계가 나왔다. 지금 40대가 태어난 것은 2차대전의 패망기에서 해방 직후로 먹을 것이 없어 얼굴이 누렇게 뜨는 부황시대였다.

곧 태중에서부터 영양실조로 태어나 겨우 뼈가 굵기 시작하는 열 살 안팎에 다시 6.25전쟁을 겪어 골격의 골도 제대로 얻지 못한 세대다.

겨우 빈곤을 면하게 되자, 이제 사회의 중견이 되어 밤낮 쉴 틈없이 허겁지겁 뛰어 다니지 않을 수 없는 세대의 고리에 얽매이게 되어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하는 세대가 되고 있으니 40대는 불쌍하다.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는 세계 제일이나 조금만 경쟁에 뒤지면 남만큼 살지 못하는 데다가 어릴 적부터 골수에 사무친 헝그리 정신이 상승하여 심신의 중압이 병의 온상이 됐음직하다.

40대라는 연배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과거 어느 시대,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10여년 전에도, 지금도, 10여년 후에도 40대는 위기에 처해 있지 않을까.

내 자신이 40대이니 지금의 40대의 위기는 왜 시작 되었는 지 생각해 보고 싶다.

6·25전쟁이 끝나 폐허와 빈곤 속에서 전쟁 중에 못 태어났던 아이들이 우르르 태어나 제1대 베이비붐 세대를 이루게 되었고 상급학교 진학 시마다 치열한 경쟁으로 시험을 치렀고 학교 다닐 때는,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 되었지만, 버스 차장이 짐짝 밀 듯 밀면 운전수 아저씨가 뱀이 뒤틀며 달리듯이 버스를 좌우로 흔들어 사람들을 흔들어 비집어 넣은 후 겨우 문짝을 닫고 출발하던 콩나물시루 버스에 매달리며 다녔다.

명예퇴직 대상 1순위

베이비붐 세대이다 보니 직장에 들어와서도 입사 동기들이 많아 승진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선배들은 30대에 부장, 이사를 달았는데 하며 한탄하다가 겨우 40대에 중견의 자리에 올랐으나 선배들이 누리던 아침 출근 후 여유 있는 커피 한 잔, 오전 중 신문 읽기 등의 환상적인 직장생활은 어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처럼 생각되고 있다.

컴퓨터가 도입되고 경험과 속칭 짬밥이 중시되던 아 그리운 옛날은 가고 직접 컴퓨터를 다루며 일하거나 컴퓨터를 못 다루면 발로 뛰는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해도 머리가 팽팽도는 컴퓨터세대 후배들의 추격에 몰리게 되었고 초조한 가운데 늦게나마 OA교육을 받으며 컴퓨터를 또닥거리는 데 이건 또 웬 날벼락인가.

펀더멘탈이 좋아 문제없다고 호언 장담하던 정부가 갑자기 두손들고 겨울을 코앞에 둔 시점에 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우리 국민 모두 싸늘한 방에서 촛불 켜고 공동화장실에, 공동 수도(아마 펌프가 나타났었을 지도 모르겠다)를 이용하며 지내야 할 지도 모른 다니. 이후 직장 및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졌다고 하나 코너에 몰린 것은 40대이다.

대다수는 직장이외의 미래를 준비하지도 않았고 아이들은 독립할 만큼 크지도 않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져 노후의 기간도 길어졌으며 대책을 마련해 놓을 여유도 없었는 데 정년이 보장되던 직장에서도 갑자기 명예퇴직의 칼바람이 불고 대상 1순위는 급여 수준 높고 컴퓨터시대에 생산성 떨어지는 40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만만한 세대가 40대라 40대의 희생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40대를 즐기자

게다가 우리의 아이들은 제1의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하여 낳았으니 제2의 베이붐 세대를 형성하고 또 다시 치열한 입시 경쟁에 고액 과외까지 시켜야 하니 부모들이 한창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처지이다. 현상은 이해하지만 우리 40대는 억울한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은 스트레스를 낳고 쌓인 스트레스는 암이 되어 지금의 40대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위기에 처한 40대 직장인 동지들이여. 지금은 더욱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때입니다. 생명의 흐름대로 흐르게 두면 지치지도 병이 나지도 또 눈물을 흘린다는 법이 없다는 노자의 생명철학이 있습니다. 이는 즉 인간이 바이오리듬만 타면 병도 줄고 장수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신체의 생리기능이 부침하는 23일 주기의 생리파, 감정이 부침하는 38일 주기의 감성파 그리고 지성이 부침하는 33일 주기의 지성파가 있다고 하며 복잡한 현대의 경쟁사회는 이 주파의 리듬을 혼동시키고 그 어긋난 주파의 상승에서 병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겠지요. 언젠가는 위기의 40대라는 말은 사라지는 때가 있겠지요. 어쩌면 노후를 준비 못한 지금의 40대가 대거 위기에 처해 처량한 60대, 70대라는 말이 새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황금의 40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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