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대북정책 불안하다

글/ 成貴鈺(성귀옥 주부, 사회봉사자)

왜 북한에 끌려만 가는가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의 들뜬 마음도 잠시, 4달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에 있어 많은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없이 정부 혼자의 독주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도록 일을 추진하고 있는 수행자들에게 있다.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일-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정부수립일에 비교할 수 있을까?

북한이 자신들의 명절이라고 주장하는 이 대단한 날 행사에 남한의 30개 기관, 단체, 몇몇의 개인에게 초청장을 보내왔다. 간다, 안간다 찬반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북측은 즉각 비난을 하고 나섰고 방북승인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정부는 드디어 방북허가쪽으로 결정을 했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단계적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우리의 남북연합정책이라면 굳이 못 보낼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이미 지나간 대한 민국 헌법의 공포를 기념하는 우리의 국경일인 제헌절(7월7일)에 우리가 먼저 북측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을 초청했어야 했다. 앞으로 현충일에도 초청하여 그릇된 역사 속에 희생된 영혼앞에 화해의 묵념을 하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포용정책으로 북한의 문을 열었다는 우리 정부는 왜 앞서가지도 못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며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인상만을 국민에게 주고 있는 것일까?

마냥 들떠 북측 비위에만 급급

북측은 지금에 와서는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이라는 단어조차도 거부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와 위대한 결단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뜨거운 가슴과 차분한 머리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나가자고 한다. 그러나 그 밑의 수행자들은 차분한 머리는커녕 마냥 들떠 북측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 같다.

지난번 방북때 대통령을 수행하고 돌아온 어느 장관의 발언을 신문에서 인용하여 본다.「그는 실용주의자였다. 김 위원장은 환경문제에 대단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속된말로 “인간이 창조한 것에 의해 인간이 망친다”고 말하며 “남쪽언론이 평양을 한가하다고 했는데 더 이상 차도 사람도 못 들어오게 했다”고 소개했다.」이 글을 읽으며 일반 서민의 한사람으로서 과연 내가 이북에 살았더라면 평양시민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북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통제된 사회라는 것을 김 위원장의 말을 통해 다시 한번 가슴 섬뜩하게 확실해지지 않았는가!

그 다음부터는 TV에서 재탕 삼탕 보여주는 평양거리와 시민들을 보면서 저들은 이북에서 대단히 선택받은 10%이내의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이북인구 2천5백만, 평양인구 2백50만명)

그러니 평양이 거대한 세트장에 평양시민이 일사불란한 엑스트라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학생때 월남 패망 지켜봤더니…

1975년 대학 3학년때 월남의 패망을 지켜보았다. 베트남 대학생 90%가 반미활동을 하면서 지하운동을 했건만 정작 통일된 베트남에서는 엘리트 계층이라 하여 그들이 제일먼저 숙청대상이었고 많은 도시민들이 줄줄이 지방으로 분산되었다. 더욱이 고위관리, 군인, 경찰, 교사, 종교지도자, 대학생의 지식계급은 개조작업의 일환으로 재교육을 실시한다며 산간오지로 분산·배치되어 5년에서 길게는 15년간의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했다고 한다. 통일을 위해 체제를 져버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김 대통령의 신임을 잔뜩받고 방북때 동행까지 했던 우리측 장관이라는 분은 그 말을 환경문제와 결부하여 김 위원장을 환경주의자처럼 표현하고 있다. 과연 강아지 새끼를 안고 있는지 호랑이 새끼를 안고 있는지 분간을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안목과 판단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굶는 호랑이 새끼 먹이고 키워서 잡혀 먹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내배 고프면 통일도 뒷전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한다. 이렇듯 상대를 착각하고 무엇을 포용하고 있는지 조차 망각한 지도층인사의 발언은 심히 우려할 만했고 현재의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북의 김 위원장을 만나고 그와 친분을 맺었다고 송이버섯을 선물로 받았다고 들뜰 일이 아니다.

김 대통령은 식량문제는 상호주의 원칙에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는 원수라도 도와야 하는데 하물며 한핏줄이지 않은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고, 생활고에 돈만 퍼붓는 식의 대북 정책에 점차 시큰둥해지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국민의 염원이라는 통일문제도 내배가 고프면 뒷전의 일이다.

지금 서민들 사이에서 국민의 정부를 이북국민의 정부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나오는 것도 넓게는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남북관계는 현정권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또 다음 정권에 들어서 단절되어서도 안된다. 우리는 5년마다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다음 정권을 우리 국민은 어디에 지지를 보낼지 모른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만은 여야의 합의에 의한 일관성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어느 한사람의 생각에 의해 5년마다 좌지우지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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