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산후바람과 '血의 道'

글 李雄楨(이웅정)

이른바 ‘산후풍-산후바람’이란 말은 옛부터 항간에 널리 퍼져 내려오는 속칭어로서 부인이 출산후 조리를 잘 못하여 얻은 병을 집약하여 널리 통용되고 있는 속칭병명의 하나라고 본다.

산후바람이라고 호소하는 자각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전신에 기운이 없으며 피로하기 쉽다. 온 몸이 쑤시며 뼈마디가 저리고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며, 얼굴에 상기가 잘 된다. 잘 놀래며 가슴이 잘 두근거린다. 머리가 아프며, 신경질이 잘 난다. 잠이 잘 오지 않으며, 꿈이 많다. 머리가 어지럽고 하품이 잘 난다. 눈이 침침하며, 귀에서 소리가 난다. 속이 언짢아 헛구역이 나고 자꾸 토할 듯하다.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된다. 허리가 아프며 좌골신경통과 어깨아픔이 자주 일어난다. 아랫배가 이상야릇한 느낌과 함께 아프며, 소변이 잦으며, 냉이 흐른다. 월경양은 적어지고 주기가 일정하지 않으며 월경통이 있다. 얼굴에 기미가 끼인다’

이와 같은 증상군은 갱년기장해로 일어나는 자율신경증상군과 비슷하다. 산후바람을 시골의 할머님이 말씀하시는 속칭 ‘血의 道’라는 부인과의 병명이 과연 존재하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확실히 의학사전에도 그와 같은 병명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증상군으로 항상 몸이 좋지 못하고 그 가운데는 오랫동안 누운채로 일어날 수 없어 신경의 탓으로 신경증이라면서 신경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뚜렷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보통 만성병은 무엇이든지 혈도(血道)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부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생리현상과 관계를 가지고 일어나는 정신 신경장해라고 하겠다.

산후바람은 ①월경전후 ②갱년기 ③유산후 ④산욕시 ⑤노년기로 증후군도 자각증상과 타각증상으로 분류하며 자각증상이 타각증상보다도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며 증상은 유동적이고 증상의 발현은 환경인자의 영향을 받기가 쉽다.

증상의 특징은 가령 구름이 끼이고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악화하며 고부간의 불화나 동거생활이 증상을 악화시킨다.

한방의료에서는 이러한 증후군을 ①심인성의 경우는 기의 변화 ②내분비성의 경우는 어혈의 변화 ③심인성과 내분비성이 혼합된 경우는 수독(水毒)의 변화에 의해서 발명된 것으로 보아 각기 원인에 따라서 나누어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홍삼(紅蔘)차 및 산초(山椒)를 잘게 썰어서 400?600㏄ 정도로 달인 물에 감주(甘酒-보통 감주와 제법이 같음)를 만들어 1일 2?3회 매회에 보통 유리컵 한 잔을 공복 또는 식간에 복용하면 좋다고 양생결(養生訣)에서 말하고 있다.

아울러 늦벼쌀을 쌀날이 풀어지게 푹 끓인 흰 죽을 새벽에 일어나서 먹으면 위에 좋고 비장을 편안하게 하고 진액을 만들고 하루동안 정신이 밝고 상쾌하여 보양됨이 적지 않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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