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최고 경영자의 德目(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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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裵云燮(배운섭 (주)三進 회장)

기업경영자의 德目 여섯가지

최고 경영자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단체나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말한다.

따라서 규모면에서 보면 한 가정의 가장에서부터 한 국가의 대통령까지 이에 해당된다. 단체나 조직의 목적에 따라 보면 영리 목적의 기업체에는 회장이나, 사장, 정치 목적의 정당에는 당수나 총재, 종교단체의 경우에는 교주(敎主)나 주지(住持), 목사(牧師), 신부(神父), 그 외에도 비영리 법인인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이사장, 국영기업체의 사장, 학술단체의 이사장 등 다원화된 현대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조직과 단체가 있기에 최고 경영자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졌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최고 경영자로서의 기업체의 수장(首長)이나 기업의 경영인에 필요한 덕목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 필요한 덕목도 다른 최고 경영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知), 신(信), 인(仁), 엄(嚴), 용(勇), 충(忠)의 여섯가지 덕목(六德目)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지(知)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지식 이외에 그 업체의 특수성에 따른 업무에 관련하여 상당부문에 걸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때에 최고 경영자가 생산, 기술, 영업, 경리, 관리 등 모든 부서에 대하여 지엽말단(枝葉末端)의 세부적인 지식까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나 그 회사의 고유한 업무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사장으로 취임한다면 업무수행은 물론 직원 통솔도 어렵게 될 것이다.

둘째로 신(信)은 절대적인 신의(信義)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회사의 사장이 한번 한 말이나 약속은 꼭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회사내의 직원들도 믿고 따르며 거래처를 포함하여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얻게 되므로 신용이 생명인 기업체로서는 그 생명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인자하면서 엄격해야

셋째로 인(仁)은 인자(仁慈)함을 의미하며, 잔인(殘忍), 포악(暴惡)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한다.

모름지기 최고 경영자가 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보다 남을 사랑하고 부하를 아끼는 마음이 뛰어나야 된다. 잔인한 경영자는 남의 고통을 이해할 줄 모르고 부하직원을 혹사(酷使)하며 노동착취(勞動搾取)나 일삼게 된다. 그러니 누가 그러한 회사에서 일하려고 할 것이며 그런 회사와 거래를 하려고 하겠는가?

넷째로 엄(嚴)은 공(公)과 사(私)가 분명하고 엄격해야 하며 기강(紀綱)과 질서(秩序)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 마음이 착하고 어진 사람은 엄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모름지기 최고 경영자는 인자하면서도 엄격한 양면성을 갖추어야 회사가 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로 용(勇)은 우유부단(優柔不斷)해서는 안되며 용기(勇氣)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해 나아가다 보면 경영여건의 변화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런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는 냉철한 판단에 따라 올바른 결단(決斷)을 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때 마음이 나약(懦弱)해서는 아무 일도 추진할 수가 없다.

여섯째로 충(忠)은 충성심(忠誠心)을 의미한다.

한 기업체의 최고 경영자는 그 기업체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충성을 다해야 한다.

“스스로 불타지 않고서는 남을 불태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장이 열심히 일하고 솔선수범할 때 모든 직원들도 열성을 다한다.

사장이 나태하고 방만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만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이 없다.

모든 최고 경영자에게 이상의 여섯가지 덕목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덕목이므로 이중에서 다섯가지를 다 갖추었다 할지라도 나머지 한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그는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없다.

시대가 公人의식을 요구

뿐만 아니라 이 여섯가지 덕목 중에는 대치되는 요소가 많아 양자를 다 겸비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지식(知識)은 많지만 지혜(智慧)가 부족한 경우, 지식과 지혜를 모두 갖추고도 용기가 부족한 경우, 그리고 지식과 지혜가 용기를 다 갖추고도 일에 대한 열성과 충성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에 해당되는 경영자는 성실성이 부족하여 일시적으로 회사를 잘 일으켰다가도 지속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육덕목이 모두 만점인 최고 경영자가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라 할 수 있겠지만 다섯가지의 덕목이 만점이고 나머지 한가지 덕목이 합격 미달점인 경영자보다는 여섯가지 덕목이 고루 합격점인 경영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기업의 생명체설을 주장하는 학자의 말을 인용치 않더라도 한가지 덕목의 치명적인 결함은 회사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는 위의 여섯가지 덕목 외에도 또 한가지 중요한 덕목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바로 공인의식(公人意識)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 덕목이 최고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덕목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인은 공 사기업체(公 私企業體)를 불문하고 상인과는 의식이 달라야 한다.

아무리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체라 할지라도 대, 중, 소의 모든 기업인은 반드시 많은 종업원과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여야 하고 수많은 거래처와 소비자의 권익까지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기업인은 공인의식이 꼭 필요하다. 그 이유는 투철한 공인의식을 가진 자만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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