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교수컬럼]

事大주의 외교 문제다

글/ 金東基(김동기 高大명예교수, 명지대 석좌교수,학술원경제. 경영분과위원장)

중국과의 외교가 중요하지만…

얼마전 중국에서 수입한 꽃게에서 수많은 납덩어리가 발견되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 준 사건이 있었다.

그때 우리 정부는 즉각 중국 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꽃게 수입을 중단했어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국측 수입 업자로 하여금 선적전에 납 투입여부를 검사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납꽃게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장로교, 카톨릭교, 불교 등 여러 종교단체들이 공동으로 종교행사를 위해 달라이라마를 초청했는데 주한 중국대사가 초청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만약 초청하는 경우 단교(斷交)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협박과 공갈에 우리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다가 끝내 초청자측에 주룽지 중국총리가 ASEM(아세아-유럽 정상회의)회의 참석차 10월 하순에 방한하게 되어 있어 이 기간동안만 참아 달라고 초청자측을 달래다가 마침내 초청불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화가 난 강원룡 목사는 “어디 중국이 종주국인가. 한국이 중국의 속국인가. 세상에 우리정부의 외교주권은 어디를 갔느냐”고 호통을 쳐봤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인 것 같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의 민선 총통은 달라이라마를 국빈으로 초청한다니 천수이볜 총통의 줏대와 배짱이 몹시 부럽다.

한국의 사대주의 외교는 이제 자주외교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홍순영 전 외무장관을 주중대사로 임명했을 때 중국정부는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속으로는 한국정부가 완전히 중국영향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이제 한국은 다루기 버거운 나라가 아니라 호락호락 말을 잘 듣는 말하자면 다루기 쉬운 나라로 취급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 슬슬 흘러나온다.

국익 중요하나 국가 자존심도 중요

북한은 중국의 혈맹이요 가장 가까운 우방이지만 외교부장(외무부장관) 출신을 주중대사로 임명하지 않는 나라이다.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의 카루치대사와 미·북 제네바협상때 배짱과 고단수 외교수완으로 북한측이 양보한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미국측으로부터 얻어냈다. 매년 수천만 달러의 중유와 식량지원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강석주의 외교수완은 미국 외교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무리 중국이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품격과 자존심을 살리는 북한정부의 외교 자세를 우리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 중국대사는 외교관답지 못한 언동으로 우리나라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정작 외무부는 중국대사가 국가의 자존심과 품격을 손상하는 발언을 해도 항의 한번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방문에 앞서 KBS TV 방송국 기자가 가졌던 일본 모리 수상과의 인터뷰에서 모리 수상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장면이 있었는데 KBS는 이 부분을 빼고 방영했었다.

외무부가 항의를 안 함으로써 일본정부는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모리 수상의 주장을 한국측이 받아 드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니 도대체 정부는 스스로 국가의 자존심과 품격을 떨어뜨리는 짓을 하는 자해(自害) 행위자로 전락하고 말았단 말인가.

한국과 중국과의 양국관계에 있어서 가장 굴욕적인 사건은 병자호란(丙子胡亂)이라고 할 수 있다.

1636년(인조14년) 12월부터 1637년 1월에 걸쳐 당시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제2차 침략으로 일어난 싸움이 바로 병자호란이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1637년 1월 30일 인조(仁祖)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三田渡)에서 청나라의 태종(太宗)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항복한 사건은 한중관계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인조의 이 항복으로써 조선은 청나라의 완전한 속국이 되었는데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할 때까지 조선의 중국에 대한 주종관계는 계속 되었다.

왕세자도 중국에 끌려가 10년의 볼모생활 끝에 봉림대군과 함께 귀국하였으나 2개월만에 죽었고 봉림대군이 나중에 인조의 뒤를 이어 효종(孝宗)으로 왕위에 올랐었다. 효종은 10년에 걸친 볼모생활의 굴욕을 씻고자 북벌(北伐)계획을 추진하였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중국인은 ‘알아도 모르는 척’ ‘잘나도 못난 척’ ‘있어도 없는 척’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어 문화 인류학자 베네딕드나 미드 등은 중국인의 이런 특성을 위장성(僞裝性)이라고 특징지었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똑같은 역사의 반복을 경험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중국민족은 중화사상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중국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다가 이웃의 작은 나라들을 깔보는 경향을 갖고 있다.

월남전이 한창일 무렵 혈맹이라고 생각했던 중국군이 월맹국경를 넘어 월맹을 쳐들어 왔을 때 월맹군은 총력을 다하여 중국군을 국경밖으로 격퇴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 뒤부터 중국지도자는 다시는 베트남을 침공할 생각을 안갖게 되었고 월맹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외무부는 국가의 자존심과 품격과 체통을 살릴 수 있도록 줏대있는 고품격 외교를 펄쳐주기 바란다.

우리정부의 사대주의적 저자세 외교의 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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