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관광과 화장실문화

글 / 李完宇(이완우 환경일보 편집국장)

아직도 취약한 관광산업문화

정부가 2천1년을 한국관광의 해로 정하고 외국 손님 맞이에 한창이다. 관광명소도 정비 단장하고 한국을 상징하는 관광토산품도 개발해야 하고 무엇보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확충과 명랑한 생활화와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외국 손님에 대한 친절교육을 새로운 모토로 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관광사업은 갈수록 열악해져 관광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IMF이후 한동안 뜸하던 해외 관광이 해마다 늘어나 이제는 붐을 이뤄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관광 입국자보다 해외 출국자가 더 많다.

휴가철이면 해외 출국자 때문에 항공권을 구할 수가 없고 사업을 위한 해외업무보다는 돈을 쓰러 나가는 관광객이 더 많으니 관광수지는 적자일 수밖에 없다.

문화관광부가 집계한 관광 수지는 지난 8월 중 5억9천6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나 여행자가 해외에 나가서 쓴 돈은 7억1천3백만달러로 1억1천8백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매월 관광수익이 적자를 나타내고 있으니 연간 관광 수익목표달성이 난감하다.

국회는 내팽개친 채 해외여행을 일삼는 정치인이나 정부예산으로 해외 나들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구의원 시의원들도 문제이지만 해외도박을 일삼는 재벌 2세나 밀수꾼들, 가진 자들의 해외여행에 돈 씀씀이가 도가 지나치다는 평이다.

재벌들이 해외에 호화 별장이나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 워크아웃이나 퇴출위기에 몰린 기업이 비자금을 해외에 숨겨놓는 심사도 아이러니한 세태다. 세계를 향한 우리의 관광사업도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

점차 달라지는 화장실 문화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이 화장실 문화다. 한국의 화장실은 더럽고, 냄새나고, 공중 화장실엔 낙서가 심하고 수세식 변소는 물이 흐르지 않아 오물이 쌓여있는 것을 종종 보아온 우리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화장실이 개선됐다는 느낌이다.

어느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본 첫 느낌은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이야기다. 자국의 화장실에 비해 너무 깨끗해 퍽 인상적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외국 관광객이 접할 수 있는 한국은 공항이나 호텔, 고궁 등으로 이들 외국인 관문은 화장실이 깨끗할 수밖에 없다. 시설이 청결해야 손님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화장실은 깨끗해야 된다는 일반의 인식이 어느 틈엔가 바뀌고 있다.

서울시가 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해 각 구별로 2개 동을 선정해 화장실 시설을 개선한 바 있다. 화장실 공간도 늘리고 장애인 화장실도 별도로 개설하고 늘어난 공간엔 화분이나 그림으로 단장을 하고 향수도 비치해 냄새도 제거했다. 성동구에서 1차로 시설 개선한 응봉동과 행당2동은 각각 1천2백만원의 예산으로 화장실을 개선했다.

주민들이 쾌적한 화장실 견학을 위해 몰려들 정도다. 서울시의 각 동사무소가 너도나도 화장실을 먼저 개선하자고 나섰다. 동사무소 자체시설보다 공원이나 경로당 등의 공중화장실 시설 개선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동대문·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도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미지 변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명동 금싸라기 땅에 신축한 명동 밀레오레는 지난 6월 문을 열었으나 매출이 당초 예상한 절반에 불과해 파격적인 상품 할인과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재래시장들이 지저분한 화장실의 편의 시설을 뜯어고치고 낡은 건물 외벽을 새로 단장하면서 고객 끌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야

가뜩이나 백화점·할인점이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이면서 손님을 빼앗기는 데다 경기 침체로 최근 장사가 안되고 있고 외국 관광객도 백화점으로 몰려 재래시장은 자구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있다.

남대문시장은 거액의 예산을 들여 화장실 보수에 나섰다. 주부손님들을 위해 화장실내에 어린아이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하고 복잡한 상가 안팎에서 화장실을 쉽게 찾도록 표지판을 곳곳에 달았다. 노후한 건물의 균열을 찾아 정비하는가 하면 상가건물이 환하도록 조명시설도 보강했다.

재래시장 중 가장 노후한 광장시장도 상가 안팎 보수공사를 10월중에 끝냈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혐오감을 주던 상가 외벽은 석재로 바꿨고 화장실은 현대식 수준으로 뜯어 고쳤다.

지방이나 농촌지역도 고층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화장실 문화도 도시 수준으로 평준화되고 있다. 화장실이 깨끗하고 쾌적해지면서 관광한국의 이미지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는 외국 관광객이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게 알려졌다. 의류제품이나 골프장갑 가죽제품들은 한국상품이 제일 값싸고 품질이 좋다고 정평이 나있다.

작은 일에도 마음먹고 개선하면 얼마든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올 들어 8월말까지의 총 관광수익은 44억7천7백만달러로 관광 지출 43억6천5백만달러보다 1.5% 증가에 그쳤지만 노력만 하면 연간 목표의 초과 달성이 가능하다.

우리가 자랑하는 수려한 자연자원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남북경협으로 추진중인 금강산 관광이나 백두산관광도 운영의 묘를 기하면 관광수익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올림픽을 개최한 호주가 시드니 올림픽에서 엄청난 관광수익을 올렸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한국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관광 이미지 개선과 변신으로 한국관광을 발전시켜야 하며 외국 관광객에게 외면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