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領袖(영수)회담의 정례화

글 / 宋孝彬 편집위원(송효빈 한국기자협회 고문)

金尙憲(김상헌)과 崔鳴吉(최명길)이 부등켜안고 통곡

우리나라는 9백31번의 크고 작은 外侵으로 난리를 겪어 왔다. 반만년의 역사는 이 숱한 난리를 이겨낸 國難克服史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國難중에도 가장 어려웠고 굴욕적인 항복의식을 치른 것이 병자호란때 삼전도의 군신의 예다. 인조는 세자와 신하 5백명을 이끌고 지금의 송파구에 있는 삼전도에 나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세 번 읍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 내외 그리고 척화파의 주동자인 淸陰 金尙憲및 삼학사 등 중신과 1백만명의 무고한 백성들을 볼모로 심양으로 보내야 했다.

치욕의 병자호란은 인조 14년(1637년) 존명배청(尊明排淸) 노선에 불만을 품은 청 태종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쳐 내려와서 일어났다.

불과 6일만에 조선의 수도인 한양은 적의 손에 떨어졌다. 소현 세자와 봉림대군 그리고 비빈만 강화도로 피난했고, 인조는 길이 막혀 미처 강화도로 빠저 나가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남한 산성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남한산성에는 군량이 적고 구원병도 올 수 없는 어려운 지경이었다.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병들은 보란 듯이 아녀자를 능욕하고 분탕질했다. 그 위에 강화도도 함락되어 왕자와 비빈도 포로가 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나라가 이 지경에 처하자, 주화파인 遲川 崔鳴吉과 척화파인 淸陰 金尙憲이 마주 앉아 하루낮 하루밤을 꼬박 새면서 열띤 논쟁을 벌렸다. 최명길은 무차별로 살육하는 오랑캐 군대로부터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서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화론의 논지였고, 명과의 의리를 저버리고 오랑캐한테 항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 척화파 김상헌의 반박이었다.

주화파인 최명길이 항복하자는 상소문을 썼다. 이를 읽어본 척화파인 김상헌이 항복하자는 상소문을 찢었다. 지천이 상소문을 쓰면, 청음이 찢고, 이렇게 밤새도록 되풀이 한 끝에, 최명길과 김상헌은 主和論을 주장하는 지천이나 斥和論을 주장하는 청음이 다같이 백성과 나라를 위한 애국심에서 우러나온 주장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부등켜 앉고 통곡했다. 여야 영수 회담에서, 우리는 김상헌과 최명길과 같이, 당리와 당략을 떠나 애국심과 애족심에 바탕을 두고 논쟁을 벌리는 것을 보고 싶다.

領袖회담 정례화는 헌정사에 없는 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당의 날치기로, 꽉 막혔던 정국이 9일 민주당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의 영수회담으로 확 뚫렸다. 여섯 번 째 만나는 두 여야 영수는 이제까지의 대좌 중에 가장 긴 세 시간동안 허심 탄회한 의견교환 끝에, 경제위기 극복과 남북문제 등 시급한 현안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공동 대처하는 한편 영수회담을 2개월마다 정례적으로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 영수회담의 정례화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써, 김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 중요 국정 현안에 대해서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행정책임자인 대통령과 원내 제1당인 이회창 총재와의 신뢰관계를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이 총재의 정치적 입지를 격상 시켜 주는 효과 마저 주었다.

김 대통령이 당 내부에서 여야 영수회담의 정례화를 건의해 올 때마다, 현안이 있을 때 만나면 된다고 거절했다가 이번에 김 대통령이 직접 제의, 성사시킨 것은 소수 여당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정 후반기를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 국정 파트너로써 동행하겠다는 뜻을 담아낸 것이라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권자가 4·13총선을 통해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여야 어느 쪽도 독주를 하지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운영하라는 천명이었다. 김 대통령이 이 순리를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수회담이 국정의 모든 현안을 다뤄서는 안된다. 또 다른 의미의 정치 실종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여야영수회담을 운영함에 있어,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여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권능을 침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총무들이 할 일을 여야영수들이 해서는 곤란하다. 여야영수회담이 나라가 가야할 길에 대두리를 봐주고, 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쓸어주고 어루만져 주기를 우리는 원한다.

聲東擊西(성동격서)식 삼국지정치 이제 그만

이번의 여야 영수회담이 나라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상극의 정치에서 상생의 정치로 한 단계 정치적 차원을 높여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영수회담에서 합의 못지 않게 실천이 중요하다. 여야는 악수하고 헤어지기가 무섭게 불신에 빠지지 않도록 상호간에 언행을 조심해야겠다. 영수회담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지 말아야한다.

지금 유가 폭등과 반도체 경기의 하락으로, 경제불황이 가시화 하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겨울은 다가오는데 기름 값과, 물가는 계속 뛰어 오르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인수포기와 한보철강의 계약파기는 주가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금융구조조정은 1백10조원을 쏟아 붓고서도 모자라서 40조원의 공적 자금을 더 투입해야한다고 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래저래 세금만 올라가 내년엔 4인 가족 1가구에 1천만원을 내야 할 판이다. 설상가상으로 11월 경제 위기설 마저 돌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합심해서 총력을 다 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개혁에 앞장 서야한다.

政治는 협잡이 아니라 바르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곧, 正治다. 성동격서식 삼국지 정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돈 안 들고 국민을 향한 투명한 정치로 탈바꿈 해야한다. 국난을 당했을 때, 척화파와 주화파와 같은 선현들이 파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논쟁하고 상소한 것 과 같은, 그런 진지한 여야논쟁이 필요할 때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