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호]

[IMF 개혁을 평가한다]

수혜자와 피해자로 양분

첫 수확자는 IMF와 정부

DJ는 경제재건 YS는 파산

JP, TJ는 정치적 자산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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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裵秉烋(배병휴) 대표 편집위원

IMF 개혁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외환위기를 말끔히 수습한 성과로 IMF를 조기졸업할 수 있었으니 성공이다. 그렇지만 개혁의 성과가 어디에 반영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개혁의 득실이 문제이고 빛과 그림자로 구분되는 성과의 배분이 또한 문제이다.

아직 개혁은 끝나지 않았고 성공했다고 평가할 것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IMF에 의한 한국경제 개혁의 빛을 누리는 사람과 그림자에 가려져 우울해진 사람들로 구분될 수는 있을 것이다.

개혁의 빛을 먼저 받은 계층

최대 수혜자는 金正日

IMF와 한국정부가 먼저 누려

IMF에 의한 한국경제 개혁의 최대 성공을 누리게 된 사람은 단연 IMF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사와 S&P사와 함께 IMF는 국제기구로서 한껏 위상을 높였으니 수혜자 첫째로 꼽을 수 있다.

다음에는 IMF 조기졸업을 내외에 과시한 한국정부가 혜택을 받고 다 망친 경제를 되살렸다는 집권당이 개혁의 빛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이나 평화대통령으로 추앙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생겼다.

노동계와 저소득층 등 이른바 경제적 약자와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개혁의 혜택을 입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가장 획기적인 개혁의 혜택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받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정부는 IMF 개혁 프로그램에 의해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자마자 대북화해와 협력정책을 추진하여 대북지원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쉽게 요청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반면에 외환위기 극복의 첫 단추를 끼운 금모으기운동에 참여한 국민이나 재(財)테크에 참여했던 투자자와 부동산 및 금융자산가는 개혁의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에다 경기활성화와 개혁 온기(溫氣)의 양극화로 빛을 못보고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는 국민이 더욱 많다.

은행장과 은행인들도 개혁의 피해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관치(官治) 순종의 책임으로 손해배상 소송의 위험에 빠져 있다는 입장이다.

재벌은 IMF 개혁의 첫 과녁으로 오너를 퇴출시키려는 개혁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울상이다. 지위와 명예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앞으로의 개혁일정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무리한 의약분업에 의해 의사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의료보험 통합에 따라 직장의보 가입자들도 손실만 받게 되었다는 표정이다.

이밖에도 남북관계 활성화에 따라 거처가 불안해진 탈북자와 귀순자, 그리고 건국에서부터 6·25참전까지 나라를 지켰던 우익 보수인사들은 말과 행동이 어려워졌노라고 통탄한다.

대체로 IMF 개혁에 의한 손익계산은 쉽지 않지만 아직은 개혁과정에 있기에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수는 없지만 국민에게 성과가 배분되기도 전에 국제기구나 정부, 그리고 정치권에서 먼저 나눠가지지 않았느냐고 보여진다.

IMF, 국제기구 위상 최대 과시

IMF는 지난 6월 한국정부와 마지막 정책협의를 마친 후 한국경제 재건과정을 자찬했다.

한국정부의 성공적인 개혁을 평가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개혁을 당부하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IMF가 한국경제를 되살려준 공적을 스스로 확신하는 발언이었다.

IMF가 한국경제와 같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구제해준 경험이 없다. 멕시코나 인도네시아 경제를 우리경제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IMF는 자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IMF는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혹독한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한국정부와 국민은 지극히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결과적으로 IMF 체제하에 한국경제는 외환보유고의 급증, 수출증가와 경기회복 등으로 당초 일정을 앞당겨 구제금융을 상환할 수 있었다.

정부는 올 IMF 총회를 계기로 당초 2천4년까지 갚기로 약정했던 스탠바이 차관 60억달러를 금년말부터 내년까지 조기상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니까 IMF는 한국경제 개혁을 통해 국제기구로써 위상제고는 물론 지원금융의 조기상환 등 얻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얻어냈다는 뜻이다.

IBRD와 ADB도 유사한 성공을 누리며 국제기구로서 역할을 평가받게 되었으니 역시 한국경제 개혁의 수혜자에 속한다.

IMF 개혁기간 중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 미국의 무디스사와 S&P사가 과시한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한국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의 등급평가에 운명을 걸고 매달렸었다. 마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시피 군림할 수 있었느니 그들도 실속과 권위를 다 챙겼다.

또한 IMF 개혁에 의한 시장개방과 부실채권처리 그리고 자산의 해외매각과 외자유치 등에 의해 혜택을 누린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와 회계전문회사 등이 엄청난 시장을 지배하며 개혁비용을 얻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탈은 단돈 5천억원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포드사는 대우차 인수포기를 선언하고 네이버스 컨소시움은 한보철강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아도 채권단으로부터 어떤 책임도 추궁당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외국의 투자자본이나 법률 및 회계전문회사들은 아직도 한국경제 개혁시장에서 상당한 몫을 획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추가로 공적자금 40조원을 투입하게 되면 외국기관이나 자본가들의 시장이 다시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개혁 稅收(세수)로 복지 약속

한국정부는 IMF 조기졸업을 통해 경제개혁의 성공사례를 자랑하게 되었다.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이 IMF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공적 개혁을 공표했다. 그리고 대기성 차관 60억달러의 조기상환으로 대외신인도가 크게 향상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IMF 졸업성적은 훌륭했다.

GDP 성장률, 외환보유고, 물가, 환율, 실업률 등 어느 것으로 봐도 외환위기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비록 개혁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로도 국내외적인 평가를 자신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개혁성과를 국민보다 앞질러 분배받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새천년 장밋빛 청사진을 통해 우리의 교육환경, 첨단기술, 복지향상 등을 OECD나 G7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비롯한 생산적 복지확대를 약속하고 일자리 2백만개 창출과 완전고용, 주택보급율 1백% 등도 국민의 정부 임기내에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선진국형 복지를 약속하고 올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은 배경이 있었다.

IMF 개혁의 성과가 골고루 배분되기 전에 세수(稅收)가 늘어 엄청난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이 발생하여 복지예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개혁세수(改革稅收)인 셈이다.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앞세워 놓고 관치개혁을 주도하면서 세금징수가 늘어났다.

기업의 자산매각이나 수익개선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고 재벌총수의 사재출연도 있었고 세무사찰에 의한 세수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또한 재고판매가 끝나고 수입이 다시 증가하면서 관세도 늘고 증시가 오르락내리락 거듭하며 증권거래세가 폭증하고 자동차와 석유류 관련세금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같은 세수를 배경으로 분배와 복지로 선심을 베풀게 되었으니 정부가 엄청난 개혁의 혜택을 먼저 누리게 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제대로 개혁이 끝나기도 전에 풋과일을 따서 정부가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YS는 경제파탄, DJ는 재건 자부

IMF 체제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정부의 산물이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정부는 파탄된 유산을 정리하느라 골몰했노라고 비교된다.

이 때문에 YS는 경제를 망친 대통령, DJ는 경제를 되살린 대통령으로 평가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에서 IMF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DJ라고 볼 수 있다.

DJ는 취임하면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했었다. 그리고 외환위기가 수습되면서 복지대통령 인권대통령에다 노벨평화상을 기대하는 통일대통령까지 꿈꾸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IMF 개혁이 DJ에게는 기회였지만 YS에게는 정치적 파산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YS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IMF를 불러들인 외환위기의 절반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DJ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YS는 집권당시 금융개혁, 노사개혁 등을 강력히 추진코자 개혁입법을 국회에 상정시켰지만 DJ가 철저하게 반대하여 무산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DJ 정부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YS 정부를 지목할 때마다 DJ를 독재자라며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전직대통령 가운데 YS는 청와대 초청 모임마저 거부하는 신세가 되었다.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고 김정일의 서울방문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추진하며 DJ를 압박한다.

YS는 황장엽(黃長燁)씨 면담마저 거부되고 있다면서 전직대통령 예우가 이럴 수 있느냐고 분노한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YS를 경제를 망친 사람으로 혹평한 적이 있었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은 나라를 거덜낸 사람이 아니냐고 빈정거리기도 했었다.

물론 북한 최고당국자가 함부로 말하는 꼴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IMF 개혁하에 전직대통령 가운데 최규하(崔圭夏)씨는 득실관계가 없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은 DJ의 외교정책을 평가해 준 발언으로 무사히 지내고 있으니 득을 본 셈이다.

반면 민주당과 공동정권으로 DJ 정권의 출범에 참여했던 JP와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는 정치적 밑천이 거의 날라갔으니 득보다는 손실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정당에 있어서는 민주당은 소수당으로 JP를 끌어들여 공동정권을 잘 유지하고 있으니 정치적 자산을 크게 증식시킨 셈이고 한나라당은 다수당으로 원외투쟁으로 싸워야 했으니 본전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정치권 전체로 보면 IMF 개혁에 따라 어떤 계층보다 전반적으로 혜택을 입은 흑자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金正日에게 비쳐진 햇볕 혜택

IMF 개혁의 정치적 이해만을 계산할 때 가장 손쉽게 혜택을 누린 사람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라고 믿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일약 TV스타가 되었다. 은둔의 독재자에서 활달하고 식견있는 지도자로 세계에 알려졌으니 정치적 재벌이 된 격이다.

뿐만 아니라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거의 모든 주도권을 행사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어낼 수 있게 됐다.

남북장관회담 일정이나 의제며 장소까지 김 위원장이 지정하고 남쪽 언론사 사장단을 초청하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지시했다.

방북 국회의원들의 백두산 관광코스마저 그의 지시가 아니고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6·15선언이후 DJ 햇볕정책을 혼자 온몸으로 받은 격이다.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성취하고 8·15이산가족 상봉을 실현시켜 남한 천지가 눈물바다를 이루게 만들고는 식량 60만톤 지원도 요청할 수 있었다. 전력 1백70만Kw의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환영하며 행여 언론이나 여론이 북한을 자극할까 각별히 신경을 쏟는다.

어느 날 갑자기 식량 60만톤 지원요청설을 흘려놓고는 금방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남북협력기금으로 구입해서 보내주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새해 예산안에는 남북협력기금 5천억원을 반영시킨 열성을 보였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혜택이 얼마인지 계량하기 어렵다. 쌀과 비료지원이며 금강산 관광에 따른 입산료나 벌금이며 선물이란 명목으로 알게 모르게 갔다바친다는 방북대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대북경협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경제의 협력은 통일비용을 줄여가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IMF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세수(稅收)의 여유가 있다고 일방적 대북지원을 늘리는 것은 말이 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이 요청한다는 한마디에 아무런 검토없이 주기만 하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IMF 개혁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달라고 하면 무조건 줄 수 있는 남한 정부를 옆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은행권, 官治순종이 부실책임

은행원과 은행장이 누렸던 좋은 시절은 IMF 체제로 지나가고 말았다.

IMF를 졸업한 지금 은행장은 어디로 가야 은행이 살아남을까를 고심하게 되었다. 한시절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던 은행장 자리가 손해배상 소송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공적자금 64조원을 먹어 삼킨 하마에 비유된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40조원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금융권에 대한 비판이나 감시가 혹독해지고 책임추궁제도가 강화되었다. 은행장 인사가 독립되었다지만 신관치(新官治) 개혁하에 자율선임 절차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장 임기가 보장된다지만 수시로 도중하차하는 것도 관례다.

그러니 은행장은 가시방석에 앉아 노조의 눈치도 보고 정부와 정치권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사람들은 IMF 개혁의 최대 피해계층이라고 생각한다. 은행경영 부실의 책임이 없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은행장 인사나 은행대출의 외압이나 관치의 책임은 어디갔느냐고 묻는다.

관치에 순종했던 책임이 엄청난 도덕적 해이라던가 민형사상 문책으로 돌아온다니 말못하고 당하는 개혁피해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말이다.

금융권은 2단계 구조조정기를 맞아 독자생존의 길을 백방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오리무중이다. 독자생존의 길은 안 보이고 필경 합병이나 지주회사로 넘어갈 팔자이다.

은행원의 대량 감원도 불가피해졌다.

감독원의 특명으로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대량감원 약속을 했지만 전혀 자신이 없다.

정부가 금융개혁의 조기 마무리를 추진하면서 부실징후기업들의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영업을 해봐야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살생부다. 그러나 명부작성이 어려운 문제다. 감독원 지침이 내려왔다지만 살생여부를 가려낸다는 것은 엄청난 외압을 겪어야 할 일이다.

단지 그동안의 워크아웃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측면도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업가치회생 작업이란 명목으로 부채를 탕감하고 신규자금을 지원해 주던 워크아웃 기업을 퇴출시켜 공적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차 구조조정으로 은행을 팔아 넘긴 은행장, 은행원을 무더기 해고한 은행장,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케 한 은행장으로 낙인찍힐 가능성 때문에 안절부절이다.

재벌 오너, 君臨에서 경영권 박탈

은행돈으로 문어발경영하며 금융권을 부실화시킨 주범으로 재벌오너가 꼽혔다.

금융권 부실채권이 어디서 나왔으냐고 물으면 재벌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IMF 개혁의 초점이 재벌이고 오너였다. 대체로 오너들의 권위와 명예의 퇴출이 개혁의 주제였다.

IMF 이후 재벌총수들은 기조실 사장이하 막료들을 호령하던 총사령관에서 일개 함장 자격으로 격하되었다. 게다가 얼마 안되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아래 소유와 경영지배구조 개선의 표적이 되었다. 그래서 이미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이 달라지고 기업성과의 배분을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부실이 심한 경우 오너의 경영권이 박탈되거나 포기되었다. 2단계 금융구조조정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오너가 무더기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하의 IMF 개혁이 오너들의 의식과 행동개혁이라고 비판한다.

특정그룹으로 보면 현대가 개혁으로 최대의 손실을 입지 않았느냐고 지적된다. IMF 초기때 현대는 가장 신뢰받으며 떠오르는 태양처럼 비쳐졌었다.

국민의 정부가 염원하던 대북사업의 창구이자 개혁의 걸림돌이 된 부실 투신사를 인수한 협조로 정부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보였다. 재벌사업의 빅딜 때 전문가들의 판단과는 달리 LG반도체를 현대전자로 넘길 때만 해도 일반적인 관측이 그러했다.

그러더니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후 현대그룹을 껴안기가 부담스러워진 모양이다.

곧이어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자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그룹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촉구되어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이 정부에 항복하는 자세를 보였다. 일부 사재를 출연하고 3부자의 퇴진도 약속했었다.

그렇지만 현대건설의 자구노력은 성과가 부진하고 구제금융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과 LG그룹 등은 정부의 개혁방침에 순응코자 하는 자세를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한 재벌이었다.

그러나 위기를 모면했다는 확정이 없다.

삼성자동차 처리를 위해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희사했지만 아직도 생명보험의 상장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 회장 장남의 벤처사업이 편법상속이 아니냐는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 예측불능이다.

벌과금을 물고 매듭이 날는지 이 회장에 대한 문책으로까지 확대될는지 알 수 없다.

LG와 SK 등도 계속되는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에 대한 감사 등으로 어떤 처벌이 내려올지 가슴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해서 재벌은 IMF 개혁의 당위성을 백번 수긍하면서도 개혁의 피해가 너무 과중하지 않느냐고 탄식하게 된 것이다.

金모으기 참여후 빈익빈 부익부

IMF 개혁의 최대 협조자는 국민이며 최대 희생자도 국민이라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극복의 시발인 금모으기운동에는 이름없는 국민들이 열성으로 동참했었다. 대량해고에 따른 실업의 고통이나 노숙자 신세도 일반국민의 몫이었다.

그러나 초긴축 고금리 처방에 의한 IMF 개혁의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나타났다.

경기가 활성화되었다고 하나 양극화현상이었다.

일부 업종의 호황 뒷켠에는 중하위 계층의 생활과 직결되는 주택과 건설산업 등의 끝없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지역간 역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경기회복의 온기(溫氣)가 양분되고 개혁성과의 빛과 그림자가 갈라지고 있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

재(財)테크도 모두가 망했다는 사람들뿐이다.

증시와 벤처에서 투자이익을 회수했다는 사람이 없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모르지만 주식투자로 IMF 퇴직금을 몽땅 날린 사람들 천지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철저하게 망했노라고 말한다. IMF 체제가 부동산 경기를 완전히 죽여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법인이나 개인은 다시 회생할 수 없는 지경으로 알려졌다.

금융자산가들도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탄식한다.

내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가 시행되면 금융시장은 어찌되고 남아있는 금융자산은 어디로 가야 하는냐고 걱정한다.

벤처 열풍의 뒷 소식도 처량하다.

어느 날 갑자기 재벌총수들 보다 돈 많은 부자가 되었다던 벤처사업가들은 아직도 건재할는지 모르지만 벤처투자로 재미봤다는 이는 없다.

벤처가 시장가치가 아닌 벤처라는 회사명칭 가치만으로 투자를 유인했으니 투자가치가 보장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벤처투자로 벤츠차 타겠다던 꿈이 공원 벤치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처지로 바꿨다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개혁스타 군단… NGO의 세월

IMF 개혁의 빛과 그림자는 단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개혁이 완성되면 혜택이 언젠가는 모두에게 분배되어 질 것이다. 다만 개혁의 고통분담과 상관없는 계층이 먼저 수확을 차지하는 현상이 오늘의 문제라는 판단이다.

IMF 개혁기에 출중한 스타군단으로 부상한 사람은 NGO(비정부기구)라고 할 수 있다.

시민운동단체들의 역할이 갑자기 생겨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IMF 개혁으로 권위와 파워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것이 틀림없다.

4·13총선때 정치권을 압박한 위력을 보였고 댐건설이나 간척사업, 그리고 재벌개혁과 환경보존, 난개발문제 등 다방면의 NGO 기능은 재론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다만 NGO의 역할은 긍정적이지만 인적구성이나 활동범위에 대한 시비가 없지 않다는 점도 사실이다.

노동계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져 개혁시대 햇볕을 누리는 계층으로 비춰진다.

IMF 개혁입법을 다시 개정하여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을 폐지하고 근로시간 단축의 입법화를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것이 노동계의 힘이었다.

여성계도 IMF 개혁의 빛을 누린다.

곧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 여성부가 발족될 것이고 이번 국회에서는 여성근로자의 출산휴가를 90일로 늘리고 배우자 출산시 유급 간호휴가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밖에 환경운동단체, 농민단체 등도 IMF 개혁의 수혜자 그룹에 속하여 정부가 귀를 기울이는 NGO로서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고 사외이사들은 비윤리적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개혁의 그림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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