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호]

한국 이대로 가면 망한다

시스템경영만이 살 길

지만원 著 ‘ 한국호의 침몰’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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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범인은 시스템”

사회발전 시스템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지만원 시스템 공학박사가 ‘한국호의 침몰, 이대로 가면 진짜 망한다’라는 책을 냈다. 저자는 책에서 왜 한국경제가 IMF 구제금융을 받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한국경제가 망하지 않으려면 어떤 궤도수정을 해야하는지 명쾌한 직설화법을 펴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주체와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저자의 신변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통렬하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다. 책에는 한국경제에 대한 21가지의 진단과 22가지의 전략으로 비판과 대안이 모두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지만원 박사가 보는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시스템의 부재’에서 오는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IMF의 범인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첫째, 불량한 제품이 불량한 시스템의 산물이듯이 경제환란도 불량한 경제 시스템의 산물이다. 둘째, 개인의 힘으로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개선을 하려면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모든 개혁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없고 체계도 없고 분석은 더더욱 찾아 볼 수 없는 한국경제는 구멍가게식 경영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허술한 관리와 경영에서 비리와 부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 박사는 정부, 기업, 농어촌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수준낮은 경영능력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책에서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고품질의 정치인을 양성할 수 없듯이, 한국의 기업 시스템도 고품질의 경영인을 양산할 수 없다”면서 “한국 경제가 몰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고품질의 경영인과 수리공학을 위주로 하는 프로 수준의 분석팀을 양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고 갈파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입법·사법·행정 간의 견제 시스템이 유지되야 되듯이 시장경제 역시 주주·경영·공인회계 간의 견제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 박사는 “국가에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3권 분립 시스템을 가동하면 지금같은 정치적 비능률과 무질서의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기업에 3권 분립 시스템만 설치하면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빅딜을 주도하고, 살생부를 만들고,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국유화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를 필요가 없어진다.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빅딜도 하고 합병(M&A)도 하고 빚도 줄일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자료 조작하는 회계사 퇴출시켜야

공기업과 정부의 경영에도 강도높은 비판은 이어진다.

“정부조직과 공기업은 지금의 30% 수준으로 작게 만들고 효율성은 수십 수백배로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개혁 노력은 하지 않고 IMF 구조조정 자금을 모두 국민에게만 씌우고 있다. 국민세금을 걷어서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작년 8천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지하철공사에 직접 찾아가 지하철공사의 전체적인 조직구조를 파악하고 서울역에 가서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관찰하는 등 손이 아니라 발로 쓴 흔적이 역력하다.

저자의 거침없는 문체도 독자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그것이 글발에 의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풍부한 자료가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 박사는 과도한 규제가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이 일자리는 국가경쟁력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규제가 까다로워야 담당 공무원에게 검은돈이 생긴다. 공무원에게 1달러의 검은 돈을 벌어주려고 우리 사회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행정 규제 때문에 낭비하는 비용이 GNP의 50%는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저자는 시장경제의 성패는 금융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자유자재로 빌릴 수 있어야 하고, 빌린 돈에 대해서는 반드시 은행이 공인회계사를 고용해 사용과정을 감시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수리과학으로 무장한 과학자를 대거 기용하거나 용역을 의뢰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고 불필요한 인력은 아무런 제한없이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지 박사는 특히 공인회계 시스템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한국 기업이 내놓은 재무재표 자료를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이 없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연말재고와 비용 등을 맞춰 조작해낸 유령 당기순이익만 존재할 뿐이다.

지 박사의 지론에 따르면 공인회계의 신뢰성이 타락하면 천하의 미국 시장경제라도 그 즉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 공인회계사는 기업을 감시하는 경찰관으로서 권한이 막강하고 재무제표에 이상이 있으면 공인회계사가 100% 책임진다”면서 “국민은 공인회계사의 서명만 믿고 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며, 은행은 재무재표를 믿고 대출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공인회계사의 수임료를 대폭 높여주는 대신 재무재표에 문제가 있을 경우 회계사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 있을 정도로 회계사에게 막강한 권한과 의무를 지워져야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글/ 宋今姬(송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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