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스승보다 뛰어난 문하생]

제자는 무한한 가능성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내 최고 1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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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점수 확인 후 기뻐하는 김연아와 브
라이언 오서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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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張洪烈 (장홍렬 한국기업평가원이사회회장)

지난 2월에는 겨레의 명절인 설날 아침부터 정월대보름날 저녁까지 2주일 동안은 한국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하나되는 함께 가슴도 졸여보고 탄식도 하고 짜릿한 순간들을 만끽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멀리 북미 대륙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캐나다 밴쿠버로부터 들려오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 딸이 거두어 들이는 금·은·동 메달소식과 최선을 다하는 진한 모습을 보았다.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들의 티없이 맑은 얼굴 모습과 활약상을 보면서 우리 조상들과 동양의 현인들이 남긴 명언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

청출어람(靑出於藍) 빙한어수(氷寒於水) 후생가외(後生可畏)다.

청출어람, 빙한어수는 중국전국시대 사상가인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 첫머리에서 따온 말이다. 푸른색(靑)은 쪽(藍)에서 뽑아내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 얼음(氷)은 물(水)이 얼어 형성되지만 물보다 더 차다. 이 말은 후천적인 교육이 인간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하는 것이며 배움의 중요성과 배움의 방법 및 내용, 스스로를 갈고 닦는 노력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가르침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면 학문, 예술, 기술, 스포츠 등 어느 분야에서든 모두 해당된다. 자기가 뜻을 둔 분야는 끊임없이 발전과 향상을 목표로 노력해야 하고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이 목표한 분야는 더욱 깊어지고 순화되어 한걸음 완성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것을 푸름과 얼음을 비유로 우리들을 가르치고 있다.

푸름은 쪽이라고 불려지는 1년초의 풀잎에서 취하는 색깔이다. 그 색깔은 원료인 쪽보다 더욱 푸르다. 얼음도 물이 얼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 얼음은 물보다 더욱 차갑다. 푸름과 얼음 두가지는 모두 사람에게 있어 학문이나 예술, 기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그 과정을 끊임없이 거듭 쌓음으로써 그 성질이 더욱 깊어지고 순화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스승을 앞지르는 뛰어난 문하생이 나올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 되었다.

후생은 무한한 가능성

후생가외는 논어 자한편(論語 子旱篇)에 나오는 말이다. 후생은 두렵다. 어찌 장래의 그들이 지금의 나만 못하다 하겠는가? 그들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후생은 자기보다 뒤에 태어난 후진(後進)이나 후배를 뜻한다. 뒤에 오는 젊은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 모두의 노력에 따라서 역량과 업적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얕봐서는 안된다는 뜻을 가르치고 있다.

청출어람과 빙한어수 그리고 후생가외에 버금가는 우리 조상들의 혜안이 투영된 속담들이 있다.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 뒤에 오는 후배가 앞서가는 선배를 앞질러 더 훌륭한 인재로 세상에 알려질 때 잘 인용되는 속담이다. 이번 밴쿠버 스피드 스케이팅 우승 장면을 본 사람은 실감할 수 있는 본보기 중의 하나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비슷한 말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천차만별의 각 분야에서 커오는 뒷사람들을 보면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은 그 행동거지나 말솜씨가 어릴 때부터 무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발견하게 된다.

특히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 재능이 보통사람들과 다르다. 이런 재능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그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이번 밴쿠버 겨울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들은 어릴 때부터 그 재능이 남달라 일찍이 눈에 띄었고 좋은 스승과 헌신적인 모성애의 뒷받침으로 명품으로 환생되는 것을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최고 1인자는 자신과의 싸움승자

장래가 있는 젊은이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은 나이가 젊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큰 일이라도 해낼 수 있는 세월이 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 자라나는 젊은이들은 대단히 영특하고 그들이 뿜어내는 힘은 가히 끝이 없고 폭발력이 무섭다. 그것이 젊음을 나타내는 강점이고 장점이다. 어느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후배들이 선배들을 뒤쫓아 앞지른다.

어느 분야나 최고의 1인자가 된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동양에는 산중(山中)의 적을 쳐부수기는 쉬워도 심중(心中)의 적을 쳐부수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서양에는 그대가 과연 강자(强者)라면, 먼저 그대 자신을 정복하라는 말이 있다.(Would you be strong, conquer yourself). 이 두말은 사람이 살면서 자기 맡은 분야에서 최고 1인자가 되고자 하는데 최대의 난관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 최고 신기록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옛날 사람들이 남긴 시대를 초월하면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주옥같은 말들을 반추하면서 겨울 올림픽을 모처럼 즐겨보았다.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이나 선배들이 후생은 두려운 존재다라고 말할 때 후배나 제자들은 그 깊은 뜻을 헤아리고 항상 마음에 채찍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모름지기 노력에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우리는 이번 겨울 올림픽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 까지 오른 사람들에게는 그 영광이 잊혀지지 않고 퇴색되지 않도록 그 방안도 모색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차지하는 최고의 정점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자리는 주인공이 항상 바뀌게 되어 있다. 최고의 자리는 잠깐 앉아 환희를 맛보고 물러가는 자리다. 뒤에 오는 후생들에게 때가 되면 비켜주는 것이 순리다. 자리에 욕심을 부리면 그의 퇴장은 허무하고 쓸쓸하고 비참해 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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