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한자(漢子)도 우리 민족(民族)이 만든 글(7)]

[月]자와 옥토끼

글/陳泰夏(진태하 인제대학교 석좌교수)

시골에서 자라던 어릴 때를 회상하여 보면, 달은 해보다 신비스럽게 생각하였던 것 같다.

열두달 보름달 중에서도 음력 정월 15일의 둥근 달은 대보름달이라 하여 초저녁부터 나이 수대로 매듭을 묶어 홰를 만들어 불을 붙여 들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까지 남보다 먼저 올라가 달을 향하여 절을 하며 소박한 소원을 빌던 일, 음력 8월 15일의 둥근 달은 한가위달이라 하여 햅쌀로 만든 송편을 먹으면서 쟁반같이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께서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달을 자세히 보면 계수나무 밑에 토끼가 절구에다 떡을 찧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시던 옛 추억이 엊그제처럼 새롭다.

그처럼 달은 신비의 대상으로 먼 옛날부터 마냥 상상의 날개를 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지만, 언젠가 우주인들이 달로케트를 타고 가서 달에다 인간의 발자국을 남기고 온 뒤부터는 어른은 물론, 어린이도 이미 달에 대한 신비감을 상실하였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꼭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은(殷)나라 때 사람들은 달을 어떻게 문자로 표현하였는지를 약 3,400년전에 쓰였던 갑골문(甲骨文)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그렸다.

초기의 갑골문에서는 등과 같이 보름달이 아닌 기운 달의 모양을 그렸으나, 후기의 갑골문에서는 등과 같이 기운 달의 모양에 점을 찍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형이 주(周)대의 금문(金文) 에서는 등과 같이 변형되고 진(秦)대의 소전체(小篆體)에서는 과 같이 도안화되고, 예서(隸書) 해서체(楷書體)를 거쳐 오늘날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月」자와 같이 쓰면서 달의 형태와 거리가 멀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기운 달의 모양 안에 점을 찍어 놓은 부호가 무엇을 나타낸 것인가이다.

지난 호에서 「日(날 일)」자의 가운데 찍어 놓은 점이 「日中有金烏」 곧 해 가운데는 금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와 같이, 달 가운데 찍어 놓은 점은 「月中有玉(월중유옥토)」, 곧 달에는 옥토끼가 있다는 전설이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 곧 동이족(東夷族)은 달 속에 옥토끼가 있다는 전설뿐만 아니라, 고구려 고분에서 해 가운데 세발 금까마귀와 더불어 달가운데 옥토끼를 그려 놓은 그림이 발견된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은(殷)대에 해를 「?」의 자형과 같이, 달을 의 자형과 같이 그린 것은 바로 그런 전설과 벽화를 가지고 있는 민족의 발상이 표출된 작품임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해서 이른바 한자(漢字)는 중국민족이 만든 것을 빌어다 쓰는 차용문자(借用文字)가 아니라, 곧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東夷族)이 만들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月中有玉(월중유옥토)」의 전설이 있지만, 고구려시대 고분내 벽화로 볼 때, 우리 동이족의 전설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한자(漢字)는 본래 회화문자(繪畵文字)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육서(六書 : 象形, 指事, 會意, 形聲, 轉注, 假借)중에서 상형(象形)자는 문자를 만들던 당시의 생활풍습, 사고방식, 전설고사 등이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점이 표음문자가 따라갈 수 없는 표의문자의 장점인 것이다.

또한 달 속에는 섬여(蟾) 곧 두꺼비가 있다고 하여 달을 섬백(蟾魄), 섬륜(蟾輪), 섬반(蟾盤), 섬궁(蟾宮)이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기록으로 보아 「月中有玉」의 전설보다는 훨씬 후대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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