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기후변화의 진실

불확실 진실이었나

‘부정확진실’도 ‘거짓진실’ 아니다

글/전성자(한국소비자교육원장)

“불편한 진실”은 부정직한 진실이었나?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우리만 아니라 북반구가 냉동 창고 같은 한 계절을 보냈다. 유럽이 한파와 눈 폭탄을 맞고 사회가 올 스톱 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미국 북동부도 대 폭설로 그들이 자랑하던 사회 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했었다. 오죽하였으면 유엔 사무총장이 재택근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상하(常夏)의 고장 플로리다, 텍사스 주에도 눈이 내리고 과일이 얼었다. 일본의 따뜻한 규슈지방 까지도 폭설이 내렸고 모든 지구인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더워지고 있는 기후로 인해 나타날 온난화가 가져 올 재앙 을 걱정하고 있던 차에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니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의 믿음 체계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일이 일어 난 것이다.

녹색 제일(green first)의 현대 철학이 무너질 지도 모를 큰 도전이다 싶다. 그린 산업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뒷받침 해 주고 있던 기후변화보고서가 오류를 지닌 과장 보고서라고 알려지면서 그 온난화 논거가 좌초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벽에 박힌 못이 빠지면 그 못에 걸렸던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내리 듯, 기후 변화 보고서라는 못이 빠지게 되었으니 그 못에 걸린 벽걸이 같던 가설 “불편한 진실”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은 전 미국 부통령 엘 고어를 기후변화국제패널(IPCC)의 회장과 공동으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해 준 캠페인의 제목이었다. 그는 유엔 산하 과학자 전문가 집단인 IPCC가 내놓은 기후변화보고서의 경고를 충실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 사람이다. 인류 때문에 지구가 온난화 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온 지구에 녹아내림(melting)으로 인한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아주 시각화하여 실감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 공로가 인정 된 것이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 기후 보고서를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르도록 예시와 사진을 깃들여 가며 강연하고 또 영화나 DVD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었다.

지구 온난화 가설은 무너질 것인가?

IPCC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인간 때문이라고 단정하며 인간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며 환경을 가꾸지 않으면 더워지고 있는 지구로 인해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땅 면적의 40% 가량이 물속에 잠수하게 될 것이고 인류의 40%가 마실 물 부족의 어려움과 기후변화로 천재지변을 당할 것 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했다. 지구에 그런 위험이 닥쳐 올 시간적 여유도 20여년 정도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조심하고 환경을 가꾸면 조금은 낳아 질 수 있을 것이나 기간을 조금은 늦출 수 있을 뿐이라는 논리를 정연하게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그 프레젠테이션이 명연기로 덧씌운 허구로 몰릴 판이다. 혹자는 엘 고어 부통령에게 노벨상을 반납할 것을 고언하고 나선 사람까지 생겨났다. 미남 배우보다 출중하게 잘 생긴 백인 욘사마, 미국 북동부 보스톤 표준 영어에 출중한 발음과 빼어난 학벌, 좋은 목소리로 수사력과 연기력, 늠름한 표정을 총 동원한 명연기였단 말인가? 이로 인해 태평양 섬나라들이나 대서양 연안의 나라들은 물론 바다를 끼고 있는 여러 나라들은 잠수 공포에 떨었으며, 겁에 질린 해안가 사람들은 높은 둑을 쌓기 시작한 곳도 생겨났다. IPCC가 내 놓은 이 보고서가 엘 고어의 멋진 설명으로 오늘날 주요 국가들의 녹색 정책의 기초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신뢰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말한 “불편한 진실”은 “부정확한 진실”이 된 셈이다. 이 보고서의 진정성이 최근 다양한 공격을 받고 있다. 현대보다 인구도 적고 공업화도 덜 되어 온실가스 배출이 훨씬 적었던 중세시대가 지금보다 더 더웠다는 자료가 제시된 것이다. 또 지구가 최근 15년간 뜨거워지고 있다는 통계적 가설은 입증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나왔다. 더군다나 보고서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IPCC 내부의 자성론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져갔다. IPCC는 스스로 보고서의 근거 부족을 일부 시인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필요가 없어 질 것인가?

그럼 이 보고서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충심어린 과학자들이 지구 피폐를 막아 낼 요량으로 지어낸 악의 없는 연출이었을까? 좀 더 야멸치게 말해 녹색산업과 일부 이해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 주려는 의도에서 쓴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학자들이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는 유혹인 공명심 때문이었을까?

공격의 빌미를 찾은 호사가들은 강한 질타를 날리고 있다. 아예 무위화 할 기세다. IPCC는 보고서의 기본 틀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 하지만 사람들은 전과 달리 지구 온난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순순히 믿으려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아직은 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말인가? 지금 지구인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 살아간다고 해도 이 지구는 오래 도록 지속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필요가 없어 진 것인가?

이 보고서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 놀란 가슴을 하고 살던 사람들이 보고서에 나타난 오류에 대해 분풀이를 하려는 심정에서 더 심한 말로 공격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서 코페르니쿠스 같은 어법이 연상되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래도 지구는 망해 가고 있다.” 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엘 고어의 프레젠테이션이 명 연기였다고 치더라도, 또 설혹 그 보고서가 무위의 것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지속의 위협은 멈추지 않고 엄습해 오고 있는 것이다. 공격자들이 제시한 이야기대로 모든 빙하와 만년설이 완전히 녹는 시점이 2035년이 아니라 2350년이 된다고 해도 지구의 지속 수한(壽限)이 멀지 않다고 하는 것은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다.

기후변화가 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을 만큼 틀린 보고서도 아니라는 점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기본 틀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방어 논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시기 예측에 시간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오지 않을 것이란 단정은 보다 큰 오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담 지금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오류를 들어 큰 흠집 내기가 아니라 먼저 모두가 지구를 회춘 시키는 데 더욱 합력할 실천적 액션 플랜을 만드는 일이다. 그 오직 한 가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윤리적 소비의 게임 룰을 만들고 지켜 가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 게임 룰이 곧 녹색 소비요 기후변화협약이다. 여러 나라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선진 강대국이 규제에서 빗겨 서보려고 회피가 있어, 아직 겉돌고 있지만 성공시켜야 할 사안이다. IPCC 보고서가 부정확했다 해도 기후변화협약을 무위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 “부정확한 진실”이었다고 하더라도 “거짓 진실”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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