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호]

문화재보호도 경영

문화재보호재단 河震奎(하진규) 이사장

“정신문화 대표상품 개발”소망

글/ 申貞姬(신정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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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규 한국 문화재 보호재단 이사장>

전통공연의 유료화 가능성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전통 생활문화와 주요 무형문화재를 보호하면서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보급하는데 성공했다.

문화재보호재단은 지난 80년 민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며 널리 보급하고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전통음식을 판매하고 전통 예술 공연에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리아하우스 민속예술공연 유료 관객이 1백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게다가 객석 1백89개의 90%를 외국인 관람객이 차지하여 전통공연의 상업화와 해외선전에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문화재보호재단은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두고 중구 필동에 있는 코리아 하우스를 비롯하여 남산 제모습찾기 운동으로 조성한 남산 한옥마을, 그리고 삼성동의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등을 수탁관리한다.

현 재단이사장은 오랫동안 문화관광부에 근무한 하진규(河震奎) 전 문광부 예술진흥국장이 맡고 있다.

하 이사장은 고대 정경대를 졸업한 후 문광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여 종무실 종무관, 문화산업국장, 예술진흥국장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비서실에서 문화예술비서관으로 장기 근무한 바 있다.

정신문화와 역사의 보급현장

하진규 이사장은 자신의 열정이 담긴 문화재보호재단 업무를 천직으로 받아들인다.

재단이 전통 생활문화를 보급하고 선양해야할 책무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이 분야에 남은 정열을 쏟고 싶은 소망이기 때문이다.

“코리아하우스는 정부자산을 수탁받아 전통식생활과 주거생활 그리고 전통예술공연을 보급하는 현장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궁중음식을 소개하고 전통문화상품을 판매하며 민속예술공연으로 우리 문화를 전승하고 널리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곳 공연장의 순수 유료관객 1백만명 돌파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록이라고 해석한다. 아울러 전통음식을 이용한 고객도 1백40만명을 넘어섰다고 일러준다.

코리아하우스 궁중음식은 요리연구가 황혜성씨를 비롯한 그의 후계자들이 조리를 담당한다. 이는 이곳 궁중요리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관광 문화상품이라는 의미다.

하 이사장은 외국 바이어에게 코리아하우스 궁중요리를 접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때 기업은 상담에 성공하고 재단은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판매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음식이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등장한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이 끊임없이 노력한 성과입니다. 일본은 자기네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기모노와 같은 전통의상에도 대단한 문화가 심어져 있다고 극성으로 홍보하여 상품가치를 높여 온 것입니다. 우리도 문화상품을 열심히 개발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하 이사장은 외국인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아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문화를 사랑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치와 불고기가 꽤 알려졌다고 하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덧붙인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가 담긴 대표적인 문화 상품 개발이 정말 아쉽습니다. 프랑스와 이태리, 일본 등을 지켜보면 우리는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를 보고도 무심코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문양과 재료들을 상품에 응용하면 훌륭한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 이사장은 문화재보호재단이 앞장서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극 호응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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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문화조사 연구단과 함께한 하진규 이사장 (앞줄에서 왼쪽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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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련행사에 참석한 하진규 이사장(사진왼쪽에서 두번째)>

전통문화상품 유통거점 마련

지난해 4월, 코리아하우스 내에 전통문화상품관을 개관했다.

1백평규모의 이 전통문화상품관은 전통문양과 무늬, 기법을 응용한 2천여점의 공예품을 상설 전시, 판매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전통문화상품의 유통 거점을 마련했다고 보면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우리 전통음식과 전통공연을 소개하고 전통 혼례를 치를 수 있는 곳에 상품전시관까지 마련한 것입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숲에 둘러싸인 전통기와집에서 손님들을 접대한 후 우리 전통 상품들을 선물용으로 많이 활용해 달라는 의미로 운영중이라고 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매상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업 및 정부 기관들의 활용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취급하는 품목들은 자수공예품 가죽공예품 옹기 유기 나전칠기 도자기 한지공예 화각공예 목기제품 들이다. 가격은 만원대에서부터 가구류는 천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문화상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자체내에 문화상품팀을 설치하고 상품개발에 나섰습니다. 전시관에 비치된 상품 중 30% 정도는 자체 디자인 팀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나머지는 인간문화재 급 전통공예인들의 수공예품과 전통상표 제품으로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습니다.”

전통문양을 소재로 한 넥타이, 스카프 등의 디자인이 뛰어난 데 비해 가격은 외제 명품들과 비교해 싼 편이다.

그렇다고 적자를 보면서까지 문화상품을 개발 할 수는 없으므로 가격대가 일반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상품들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한국적 이미지를 상품화한 이 곳의 한해 매출액은 1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한 해 동안 코리아하우스를 찾는 관광객이 대충 8만 5천여명임을 볼 때 그렇게 만만한 액수는 아니다. 전통문화상품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음에 비춰 앞으로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인다.

남산 한옥마을에선 民俗과 풍속 재현

“물건을 사는 사람은 이제 기능만으로 사진 않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적 이미지와 정서가 배어 있어야 국제화 사회에서 상품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능과 전통문화의 조화를 이룬 상품들을 더욱 더 많이 개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하 이사장은 남산 한옥 마을의 운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인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전통 한옥 등 시설자체는 서울시의 소유지만 양반 마을을 구성하고 세시 풍속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들은 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경사회 시절 이뤄지곤 했던 온갖 세시 풍속이 남산 한옥 마을에서 때맞춰 열리곤 합니다. 정월대보름, 삼월 삼짓날, 단오절, 동지 등 민속명절이 되면 전통 공연이 집중적으로 재현됩니다. 또한 주말이 되면 서울 시 지정 문화재 보유자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기량을 발표하지요. 보유자 및 전수생들이 출연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충분한 볼거리가 제공되는 셈이지요.”

지정된 문화재 보유자들 및 전수생들도 평소 기량 발표의 기회가 많지 않은 가운데 남산 한옥 마을을 무대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기뻐한다고 전한다.

남산 한옥 마을의 내부 공간을 옛날 생활상 그대로 재현해놓아 일종의 민속박물관 기능을 하게 한 것도 하 이사장을 비롯한 보호재단 직원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남산 한옥 마을이 99년 관람객 75만명이었던 데 비해 2천년에는 1백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2천1년에는 훨씬 더 많은 입장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은 외국인 비율이 4?5%수준입니다. 내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주는 것도 고맙지만 앞으로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방문하도록 볼거리를 늘리겠습니다. 학생들의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주요과제입니다.”

삼성동에선 무형문화재 전수

국내 학생들과 외국학생들이 한옥마을을 찾아와 도자기도 만들고 매듭을 배우며 한시를 읊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짜겠다는 것이 하 이사장의 생각이다.

건물을 그냥 비워두기 보다 사람들이 늘 활용함으로서 살아있는 공간이 되게 하기 위한 계획들을 계속 짜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얼마전 서울시와 수탁 계약을 다시 했습니다. 서울시로부터 위탁관리비를 받고는 있지만 재단의 목적사업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 오히려 재단에서 보태주는 비용이 더 많은 편입니다.”

삼성동에 위치한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도 보호재단이 수탁관리하고 있는 공간이다.

매듭, 자수 등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보유자들이 전승교육의 장소로 이곳을 사용하도록 보호재단이 운영, 관리해주고 있는 것이다. 봉산탈춤보존회 등 이곳에 입주한 전통 예술단체들은 관리비 한푼 내지 않고 사무실 공간을 사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12개 공방과 8개 예능단체가 이곳에서 전승교육을 시키며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힘쓰도록 보호재단이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

“얼마전 유네스코 관련자들이 이 전수회관을 방문해보고 놀라더군요. 전통 예술 보호를 위해 정부가 이처럼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곳이 드물다고 감탄했습니다.”

삼성동 외에 강남구 대치동에도 보호재단이 운영하는 교육장이 있다.

대치동 교육장에서는 주로 1년 과정의 전통 공예 종목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문화재 보호재단은 매장문화재 조사 연구단도 운영중이다. 이 매장 문화재 조사 연구단은 전국적으로 도로가 개설되거나 산업단지가 조성될 때 의무적으로 사업용역을 받아 문화재가 묻혀 있는지를 조사 발굴하고 과학적으로 보존, 처리해 국가 재산으로 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도 경영마인드

문화재보호재단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승하자면 재단 운영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국가나 자치단체 그리고 정부 산하 기관들도 수지 타산을 맞춰야 하는 경영체이다. 문화재보호재단이라고 예외일수 없다.

하 이사장은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나랏일을 수행하며 책임의식을 충분히 익혔다. 그러나 지금은 단체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수익성을 생각하는 경영마인드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공직자들이 몽땅 부정부패와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오해입니다. 사건 사고 때마다 공직자가 연루되는 현실을 부정 할 수 없지만 대다수 공직자는 자기 직분에 충실한 것이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의 경우를 돌아보면 행정부 내에 머물러 있느라고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장과 현실을 정확히 알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므로 앞으로 재단 운영을 위해서는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닐 각오입니다.”

하 이사장은 공직 기강 확립을 이유로 민원인들과 접촉을 막으려는 방침이 최선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장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정책 수립에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 이사장은 문화현장에 몸을 담고 보니 정책의 깊고 얕음이 바로 느껴지며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할 지 시야가 트이더라고 한다. 이는 곧 문화예술 공직자가 문화재보존을 위한 경영마인드로 변신할 수 있었음을 말해준 것이다.

북한 연구로 남북 정책 지원 소망

2천년 8월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을 수료한 하 이사장은 현재 관련 논문을 준비중이다.

남북한 교류문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온 그로서는 앞으로 북한에 대해 학문적으로 더 많이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평소 남북한 교류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요성에 비춰 북한에 대한 지식과 연구가 부족하다고 느껴 제 스스로 공부를 계속해 왔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학문적으로 더 연구해 북한 관련 정책 수립에 제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은 심정입니다.”

비교적 늦게 결혼해 현재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두고 있는 하 이사장은 가정 교육에 대해 남다른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이 제 자리를 잘 지키며 본분을 다하는 것이 어떤 가정 교육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가정 교육이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 하나 하나의 평소 행동을 통해 체득되는 것이니 만큼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아버지들이 너무 바빠 주말이나 휴일에 일회성으로 가족 행사를 갖는 것으로 부성애를 나타내곤 합니다. 그런 이벤트성 행사로는 가정을 올바르게 이끌 수 없지요. 돈 만 잘 번다고 아버지로서 본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어요. 제 자리를 지키며 자녀들에 지속적으로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자녀의 학업 문제, 성장 문제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 이사장은 82년 12월 대통령 표창과 89년 4월 녹조근정 훈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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