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호]

私(사)에 밀리는 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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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李東和(이동화 전 서울신문 주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벌기

요즘 금융사고만 났다하면 수 백억 수 천억 원씩이다. 그리고 거액의 비자금이 정치권과 관계 요로에 로비자금으로 뿌려졌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대두된다.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대어는 다 빠져나가고 올챙이만 걸려들곤 한다. 서민들은 놀라고 분노하다가 하도 이런 일이 恒茶飯事로 벌어지니 이제는 지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부정에 대한 면역이 생겼는지 사회상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지극히 위험한 풍조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온갖 범죄가 늘어나는 중에 경제 범죄와 사기 사건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통계가 이를 실증한다. 비록 기소된 범죄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례도 많다. 지원 받은 벤처 자금으로 엉뚱한 일을 벌여 금융기관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거나 국가경제나 국민불편을 도외시하고 무조건 파업을 벌이는 등등.

이 사건들을 하나 하나 조명해 보자. 첫째로, 확실한 것은 이 사건들의 뒤 안에는 비자금이 있었고 그중 일부가 금융감독원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또 일부 공직자들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벌거나,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금융회사 쪽에 떠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이 불법 부당이익을 챙긴 공직자는 이미 공공의식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해당 금융기관의 위법 위규 행위에 관대하거나 적발하고도 처벌을 제대로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냈다.

흔들리는 금융공신력과 公權力(공권력)

일부 금감원 간부 등 공직자들의 이같이 철면피한 작태는 금융의 공신력에 많은 손상을 주고 있다. 10여 개의 상호신용금고가 줄줄이 문을 닫게되니 이곳에 거래하던 많은 서민과 영세 상공인들이 주로 피해를 보게된 것이다. 사전에 관계 기관이 감독과 지도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또 은행 등 금융기관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을 천문학적 액수만큼 쏟아 부어도 은행이 망하는 일이 생기자 고객은 예금이 안전한지 걱정하게 되었다. 또 신분이 불안해진 탓인지 금융기관 직원이 거액의 고객 예금을 횡령해 도주하는 일이 늘어났으며 심지어 지점장까지 횡령 대열에 참여하는 등 공신력에 먹칠을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둘째,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 항상 거액의 秘資金이 문제되고있으나 최근의 어느 경우에도 이 자금의 주요 배포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라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으나 大魚 한 마리조차 못 건진 것은 물론 의혹 대상으로 떠오른 정치인들 수사조차 차일피일 미루고있으니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검찰이 정치권에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실세가 의혹의 대상이 될 경우 검찰은 곤혹스럽다. 유야 무야 넘어가는 일이 잦고 이를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공권력의 권위는 실추되게 마련이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에 있다.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안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우리의 정치문화로 볼 때 공인의식이 가장 필요한곳은 바로 정치권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바람직한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있지는 않는가. 한빛은행 사건으로 실세 장관이 옷을 벗었고 민주당의 실세 權魯甲 최고위원은 최근 대통령 면전에서 鄭東泳 최고위원으로부터 사건만 터지면 관련설이 돌고있다며 공격을 당했다.

대통령 앞에서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을 놓고 이런 말이 나왔다면 그 말의 내용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論難의 초점은 국정 전반, 그 중에서도人事 전횡 여부였다. 문제를 제기한 反權派들은 권 위원이 당뿐만 아니라 청와대 행정부 공기업 등의 주요 인사를 주도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 위원은 야당시절 같이 고생한 사람, 지난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사람들을 챙긴 데 불과하다고 변명했다.

‘民主化’는 권력 잡았을 때 해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 말은 능력이나 적재적소라는 인사 개념을 도외시한 채 ‘끼리끼리’ 자리를 차지하는 ‘패거리 정치’의 속셈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공이나 국가라는 대국적 의식은 뒷전에 둔 망발이다. 이런 패거리的 사고라면 특정지역 위주의 편중 인사, 연줄 중심의 인사는 계속 심화될 것이고 서울경찰청장 인사 같은 해프닝은 재연될 것이며 민심은 돌아서고 위기 극복은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 민주화 투쟁을 했다가 여당에 몸을 담고있는 사람 중에는 “과거에 고생을 하면서 투쟁을 했으니 이제 다소 독선적으로 행동해도 어떠랴”라던가’ “우리가 투쟁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며 불합리와 비리를 糊塗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민주 그 자체다. 권력을 잡아 민주화를 제대로 이룰 수 있는 환경에서 반민주적 발상이 나오면 본인도 불행하고 국가도 불행해질 수 있다.

최근 정치권의 話頭는 당정 개편이다.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가 있다. 온정주의와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이 공감할 차원 높은 인사를 한번 해볼 기회다. 사리 보다 공익이 우선하는 풍토를 일구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대통령 스스로 사심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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