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책속에 길이 있다]

김홍훈의 생활 시화집

무시울로 가려네

개성출신, 고희의 삶과 그리움

무시울로.jpg

직장을 조기 졸업하듯 일찍 나와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다니더니 두 번째 시집으로 ‘무시울로 가려네’ 를 출간했다. ‘무시울’이 뭘까 궁금해서 시집을 들여다보니 개성 근교의 시골마을로 자신의 태생적 추억이 쌓여있는 곳이다.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온갖 일상과 취미생활의 사진기록 180장을 함께 담은 시화집이다. 작가 갯돌(川石) 김홍훈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 쓰고 사진 사냥한 나날들의 기록이라고 했다.

김홍훈은 개성에서 태어나 고려초등학교 4학년 때 6.25를 만났다가 1.4후퇴시 남하하여 휘문고와 고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중학교 시절부터 야구선수로 고교와 대학시절까지 줄곧 3루수로 활약했다. 대학졸업 후 ROTC 1기 소위로 임관되어 육군 3사단 수색중대에서 근무했으며 전역 후 한국소모방협회에서 25년간 근속했다.

나 이제 훌훌 털고 ‘무시울’로 가려네

임진강 건너 장단 지나

흙먼지 뽀얗게 이는 신작로 따라

야다리가 저 만큼인 무시울로 가려네.

나무 지렛대 두레박 솟은 선우물 건너

좀복숭아 나무 늘어선 이랑길부터

나는 엉엉 울며 부모님을 부르려네

오십년 맺힌 설움, 동강 난 조국을 울으려네.

나지막한 초가집, 산비탈에 모락이는 파란연기

부엌 아궁이에 솥 삭정이 지피시는 자랑스런 어머님.

사랑방에서 담배장죽 탕탕 어르시는 말수 적은 아버님.

나는 대문 밖부터 그저 엉엉 울며 두 분을 부르려네.

독립군 가담죄로 평생을 농사와 술로 보내신 아버님.

육남애 키우기에 작은 몸 더 작아지신 어머니.

두 분의 거친 손 어루만지며 볼에 비비며,

가슴에 싸안으며

쌓이고 쌓인 통한의 세월

생이별의 오십년을 가슴껏 울으려네.

피라미 가재 잡던 시냇물에 손 씻고

나무하던 앞산에서 토끼 쫓고 버섯 따고

웃자란 보리밟기 소여물 썰어대며

복숭아꽃 곱게 필 무시울에 살으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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