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회사 임원인사 부당개입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5일까지 KB금융지주에 대한 부문검사 결과 KB금융지주가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무리하게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은폐하도록 국민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고 자회사 임원인사에도 불법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KB금융 부문검사 결과
리스크 은폐 불법압력
금감원, 자회사 임원인사 부당개입
금융위, 회장 등 직무집행정지 조치

주전산기 전환 시스템 리스크 은폐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회사로 하여금 금융관련 법령과 그 법령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게 했다.
금감원 검사에서 확보한 물증이나 관련자 증언에 따르면 2013년 11월 KB금융지주 CIO의 지시에 따라 지주회사 IT기획부장은 국민은행이 작성한 경영협의회 부의 안건에서 외부기관의 컨설팅 결과로 제시된 유닉스로 전환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최대 862억원)가 기술된 페이지를 삭제하고 2000년대 후반 유닉스 선택이 대세라는 상반된 취지의 페이지로 대체하는 등 유닉스에게 유리하게 수정하여 국민은행에 송부했다.
그 뒤 은행 IT본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전산기 전환 관련 시스템 리스크가 은폐된 안건을 2013.11. 은행 경영협의회에 상정보고토록 강압적으로 지시하여 관철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전산 시스템 리스크가 은폐된 안건이 상정됨에 따라 경영협의회 위원들은 전환 리스크를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닉스 전환을 결정하여 그 후 일련의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의 부당성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경영진 간의 갈등 및 이에 따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 회장은 주전산기 전환사업의 진행상황, 전환 리스크, 컨설팅 보고서, 경영협의회 등 의사결정 과정 및 성능검증 진행경과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음에도 부하 직원에 대한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하여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

국민은행 집행임원 인사 부당개입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IT본부장 인사에 부당 개입하여 은행장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월권적 경영관리로 그룹의 경영건전성을 지해했다. 객관적 물증, 관련자 증언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의도대로 강행하기 위해 2013.12 은행 임원인사에 IT본부장이 유닉스 전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조기경질하고 현 IT본부장을 임명하도록 은행장을 압박하여 관철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KB금융지주에 대한 중징계 결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은행장은 지주회장의 IT본부장 경질요구를 반대했으나 본인의 인사권자인 회장이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이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결국 수용했다.
지주회장의 요구로 임명된 IT본부장은 유닉스 전환을 최대미션으로 인식하고 성능검증(BMT)을 수행한 후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때 CPU 과부하시 안전성 등 7개 항목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전환시 일평균 400만건 이상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허위보고 했다.
또 소요비용 3,055억원이 당초 예상 2,064억원을 크게 초과하자 성능검증 미실시 기종의 견적을 받아 비용을 1,898억원 축소보고 함으로써 2014년 4월 이사회가 허위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을 의결토록 했다.

금감원 ‘기관경고’, 금융위 ‘직무정지’

금감원장은 이 같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KB금융지주에 대해 ‘기관경고’하고 전산시스템 리스크를 은폐하고 자회사에 협박성 지시를 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자 및 지시자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당초 원안대로 정직조치를 확정했다.
또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태만히 하여 위법행위를 방치하고 자회사 인사에 부당 개입하여 이사회 허위보고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초래한 행위(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문책경고를 건의했다.
금융위원회는 2014.9.12. 16차 정례회의를 통해 금감원이 긴급 상정한 KB금융지주 부문검사 결과를 심의,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고 이에 따른 KB금융 그룹의 경영 건전성 훼손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임원(회장,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3개월로 수정 의결했다.

금감위의 제재 수정강화 이유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등 자회사 경영관리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적법·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 사업 추진과정에 진행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음에도 법령 준수 및 사업추진 비용과 위험요소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는 감독의무에 태만했다.
KB금융지주 회장은 이와 관련하여 지주회사와 국민은행 임직원간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내부갈등과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 시켰다. 이 결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건전성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과 고객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는 등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금융위 위원들은 KB금융그룹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기본책무 등을 고려할 때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민은행 자산은 지난 3월말 현재 257조원으로 은행 전체의 12%, KB금융그룹 자산은 292조원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금융위 제재 조치안 의결 후 신제윤 위원장은 이번 KB금융 사태는 당연히 지켜야 할 내부통제 제도가 조직문화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금융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가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철저한 업무수행을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곧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말하고 금감원장에 대해 관련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2호 (2014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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