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아주 자주, 박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모멸적 언어로 공격을 가해왔다. ‘귀태의 후손’ ‘국가의 원수’ ‘바뀐애’ ‘박근혜 하야’ 등으로…. 이들은 마치 대통령의 인내력을 시험하듯 했다. 야당의 대선 후보가 1470여만 표 득표한 것은 대단하게 과시하면서 1580여만 표를 얻은 대통령에 대해서는 모멸적 공격을 예사로 해 온 것이다.

막말, 저질, 인신공격
대통령 모독 이제 그만

글/ 이진곤(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국민일보 전 주필, 현 논설고문)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국가위상 추락

물론 박 대통령만의 경우는 아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지독한 험구 악구에 시달려 왔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랜데도 인터넷 상에서는 대단히 모욕적인 언어로 비판과 야유를 받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박 대통령도 그러려니 계속 참고 넘겼어야 했을까?
박 대통령은 9월 1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특별법 논란을 비롯한 국정 현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20일 캐나다 방문 및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정국 전반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정치권에 대한 희망사항을 피력해두고 싶었던 듯하다. 정치실종 상태, 국회기능정지 상태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여겨지는 말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저질, 수치스런 악담에 거짓해명

언론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이 12일 국회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대통령 연애’ 운운한 데 대한 반응이었으리라고 분석했다. 그랬을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 의원은 국회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석상에서 느닷없이 그 이야기를 꺼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지자 그는 방송에 출연해서 해명을 했다.
“세월호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은 결국 수사권을 안 주는 것(때문)이다. 수사권을 안 주는 것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때문에 그렇다. 7시간의 실상을 우리가 봐야 한다. 이건 대통령의 연애 사건 때문에 그런 것인데, 나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이다. (당시) 두 번 강조해서 이야기 했다. 따라서 이건 풀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취지다.”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것일 뿐 악의는 아니었다는 의미이겠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선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7시간 행적’을 추궁 당할까봐 수사권을 안 준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난해하다. 엉뚱한 트집성 의혹을 만들어 낸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측이다. 이를 정치 이슈화하려고 무던 애를 쓰다가 제풀에 지친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설 의원이 이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자신이 입증해 줄 테니까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라는 말인 듯했다. 입증해주고 말고 할 게 전혀 없는 일을 가지고 왜 자신이 선심을 쓴다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고의적인 망신주기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화법 아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까닭도 이로써 확연해진다. 진상조사위원회든, 수사권·기소권이든 타깃은 대통령과 정부라고 말해주고 있다. 혹시라도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묻고, 진상조사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뒤흔들고,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파헤쳐서 ‘7시간’ 따위의 루머를 양산함으로써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고 싶다는 계산을 하거나 유혹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새정치민주연합이 마음만 먹으면 진상조사위원회를 충동질하거나 압박을 가해서 그쪽으로 조사활동을 몰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46일 단식 김씨의 원색적 욕설까지

어느 신문은 “박 대통령이…중략…공개적으로 발끈하고 나선 것을 두고 ‘전근대적 사고를 드러낸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사전에는 ‘발끈=사소한 일에 걸핏하면 왈칵 성을 내는 모양’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제된 표현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이 정치권의 언어순화를 당부한 말인데도 ‘전근대적 사고를 드러낸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고 공격하기도 잊지 않았다. 그냥 참는 게 ‘근대적 사고’라는 뜻일까?
세월호 유가족 중의 한 사람으로 46일간이나 단식했던 김영오 씨는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가다가 경찰에 저지당하자 대단히 험한 말, 심지어 욕설로 대통령과 경찰을 비난했다.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로서는 유가족 한 사람의 일탈된 언행에 대해 정색을 하고 대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석 130석의 거대정당, 원내 제1야당 소속의 국회의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가원수를 향해 심한 모멸감을 안기는 언사를 퍼붓는 것을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억지스러운 요구다.
말과 글은 인격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일부이긴 하지만)의 인격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게 안타깝고 한심하다. 그게 걱정스러워서 박 대통령도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만약 국민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책무를 다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이 의원직을 부여하고 세비를 지급해야 할 까닭은 없다.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함으로써 ‘식물국회’를 만들고 있는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줄 이유인들 있을까.

‘동물국회’에서 ‘식물국회’로

차제에 이 문제 또한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이 아닌 광장이나 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 사람들과 함께 시위하고 농성할 경우, 세비를 주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시민단체 회원들은 세비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각종 특권이나 특혜도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동료 투쟁가’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공평하다. 그게 곧 정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12년 5월, 의논스레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다. 국회 내에서의 폭력행위를 근절하고,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그 덕분에, 드디어 해머와 전기톱, 그리고 최루탄까지 난무하던 ‘동물 국회’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그 선진화법이 마침내 ‘식물국회’를 초래하고 말았다. 시중에 떠도는 평가가 그렇다.
국민으로서는 일단 뽑은 후엔 달리 국회의원들을 독려 또는 제재할 수단이 없다. 국민소환제가 바람직하지만 그건 개헌을 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의무와 세비의 반납’을 언급했을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국회의원 직과 세비를 스스로 국민에게 반납하는 게 옳다는 말이겠는데, 국회의원들이 따를 리가 없다. 그렇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 창피함과 미안함 정도는 가져줘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족>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이런 말씀이 있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사를 물었다. 공자: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며,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며, 아비는 아비 노릇을 하며, 아들은 아들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君君臣臣父父子子). 경공: 선하도다, 진실로 만일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하며, 신하가 신하 노릇을 못하며, 아비가 아비 노릇을 못하며, 자식이 자식 노릇을 못하면 비록 오곡이 곡창에 찬들 어찌 그것을 먹을 수 있으리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2호 (2014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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