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봉사의 날’
새해, 행복하세요

글/ 최수권((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매월 둘째 주 일요일 4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간다. 경기도 광주 인근에 위치한 프란치스코의 집, 무의탁 요양원의 잡다한 일들을 거들고, 농작물들을 돌보며, 기르고 수확하는 일이다. 동절기에는 난방용 땔감을 구하고 다듬는 일을 하기도 한다.

연말이어서 인지 그곳을 운영·관리하는 수녀원에서 “봉사자의 날”을 정하고 봉사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만들어 초대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두어 시간 정도 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졌다. 진행자는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 강사였다.

“여러분은 봉사를 실천하면서 어떤 마음의 자세고, 느낌은 무엇인가?”라며 각자의 느낌을 메모지로 제출해 보라고 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개인적인 행복”의 범주에 드는 의견이었다. 봉사란, 베푸는 자와 수혜자의 사이에선 아주 상반된 감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 봉사란, 서로의 정서, 문화, 살아온 과정의, 노정에서 얻는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한다.

봉사에서 체득한 나의 감정을 이렇게 적었다.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사실 이곳저곳에 봉사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내 처지가, 너무 감사하고 선택 받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기쁨보다는 아픔, 행복의 시간보다는 감내하기 힘든 육심에 상처, 즐거움 보다는 번뇌, 일상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근심들…. 행복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내가 일상으로 마주하는 가족, 직장, 그리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지어진 공간의 사람들과 단절하고, 의도적인 봉사의 시간을 가졌을 때, 나는 내가 가진 게 너무 많다는, 포만감에 젖어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투리로 내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도움의 시간이고, 내가 살아있어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게 삶에 잔잔한 기쁨이라는 것을 자각해 보기도 한다.

겨울 숲은 한 여름의 무성함, 가을날의 찬연한 낙엽들을 대지로 돌려보내고, 나목으로 하여 계절의 정취를 드러낸다. 그리고 겨울 숲은 긴 침묵으로 계절을 잠재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늘 새롭게 깨어나는 자각의 연속이며, 계절의 미세한 변화에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깨워내는, 거듭나는 그런 변화를 거듭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침묵의 겨울 숲과 대지는 새로운 계절을 잉태시키고, 또 다른 봄을 준비한다. 새로운 시절의 인연은, 새 생명을 대지위에 활짝 펼쳐 낼 것이다.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이치고, 섭리다. 대자연의 질서 안에 누구나 정해진 유한의 시간을 살고, 한정된 시간 속에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공유하여 살고 있다. 그리고 공통의 화두는 행복이다. 이세상의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행복을 갈망하고,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그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과 수단을 동원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행복, 그것은 이시대의 신앙이기도 하다. 그 신앙을 위해 순교자로 나서며, 때론 행복의 노예로 전락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사회적으로 명예나 지위를 얻는 것, 이런 것들이 행복의 기준일 수 있다. 주위엔 부나 명예, 높은 지위를 갖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과연 행복한 사람들일까?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욕구나 희망하는 것들이 채워졌을 때,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일반적인 행복의 개념이다. 사람의 속성은 끝없는 욕망을 갈구하는, 더 많은 행복을 찾아나서는, 신기루 같은 꿈(행복)을 추구하면서 사는지도 모른다. 잘나가는 사람들의 끝없는 추락과 불행, 파멸의 끝을 우린 많이 지켜본다.

행복에도 등급이 있다.
내가 아닌 남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데서, 보람과 기쁨을 찾는….
그런 이들이 많아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 내, 주변 가까운 곳에 눈을 돌리면, 행복을 찾아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새해, 새날들은 모두가 행복한 날들이면 좋겠다. 행복하세요.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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