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후계구도 변화예측

족벌 : 전문 CEO 마찰
롯데 장남 문책성 해임
신격호 총괄회장, 후계구도 변화예측
삼성, 장남 제치고 3남 승계 성공사례

▲ 일본롯데가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는것으로관측되고 있다.

한국롯데, 일본롯데로 구분된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오지 않느냐는 관측이 유력해졌다. 일본롯데가 갑자기 신격호(辛格浩)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61) 부회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변경은 특정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의 안정뿐만 아니라 재벌경영 문화 차원에서 국가와 사회적 관심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롯데 경영성과 큰 격차

일본롯데 측은 당초 ‘이사회 결정사항’이란 이름으로 신동주 부회장이 3개 주력회사의 부회장, 사장, 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임이 아닌 해임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 ▲차남 신동빈 회장괄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계속 유지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마저 해임된 것으로 드러나 오너그룹 내부의 큰 진통이 작용하지 않았느냐고 해석되기에 이른 것이다.
창업주의 장자 해임을 ‘이사회의 결정사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보기에 거기엔 총괄회장의 뜻이 담겨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맡았던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에 총괄회장이 영입한 쓰쿠다 다카유키(72) 사장을 앉혔다. 쓰쿠다 부회장은 일본롯데 주거래 은행인 스미토모은행 출신에서 영입되어 총괄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쯤됐으니 장남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은 어떤 특별한 문책성 인사에다 총괄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에 후계구도 변화와 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보는 것이다.

93세 창업주의 후계구도 가늠

왜 신격호 창업주가 고령의 은퇴기를 맞아 갑자기 장남의 직위를 해임했을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간 경영성과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일본롯데 경영방침을 두고 쓰쿠다 사장과의 경영상 마찰이 작용했을 것으로 지적됐다.

▲ 롯데제과로부터 오늘의 롯데그룹을 축성한 신격호 창업주의 현장 시찰 모습.

이보다 더욱 민감한 사항은 차남 신동빈 회장이 관할하는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총괄회장의 노여움을 샀을 것이라는 보도가 더욱 실감나게 전해졌다. 롯데제과는 한국롯데의 창업 종목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 후계자로 볼 수 있는 2세 3남매의 지분구조로 보면 차남 신동빈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이 제일 많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 5.34%, 롯데칠성 5.71%,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3.92%, 롯데칠성 2.83%로 동생보다 지분율이 낮다. 이밖에 롯데쇼핑과 롯데푸드 등의 지분은 형제가 비슷하다.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경우 롯데제과 2.53%, 롯데칠성 2.66%로 남동생보다 지분율이 크게 못 미친다.
이 같은 지분구조에 비춰 장남이 롯데제과 지분을 늘려온 사실은 총괄회장의 후계구도 구상을 거역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경영규모를 비교하면 동생의 지분이 월등 우월함을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 회계기준으로 한국롯데는 계열사 74개에 연간 매출액 83조원, 일본롯데는 계열사 37개에 매출액 5.7조원에 불과하다. 단순히 이 같은 경영성과로 보면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이나 성과가 일본롯데를 압도하여 후계구도가 어느 쪽으로 기울겠느냐를 가늠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재일 실업인의 모국투자 성공모델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갖은 고생 끝에 롯데를 창업한 총괄회장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에 분산된 사업영역을 형제간 마찰 없이 계승시켜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총괄회장은 올해 아흔셋의 고령이지만 아직도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 고관절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건강을 회복한 시점에 장남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 후계구도상 형제간 마찰을 예방할 필요성을 느꼈을는지 모른다. 또한 신동주 부회장을 해임한 자리에 전문경영인을 앉힌 것은 ‘족벌경영’의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격호 창업주는 가장 성공한 재일동포 실업인이자 5.16정부의 요청에 따라 모국투자에 성공한 모델로 각인되어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경남 울주군에서 출생하여 일본에 유학중 우유배달하면서 와세다 고등 공학부(현 와세다 이공학부)를 나온 엘리트로 사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신 회장은 8.15 해방 후에 일본에 잔류하여 화장품 사업으로부터 껌사업에 성공하여 종합식품 사업에서 크게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모국투자 권장정책에 호응하여 롯데제과로부터 오늘의 롯데그룹을 축성했다. 롯데제과는 일본롯데의 창업 품목이지만 한국은행 도쿄지점에 근무했던 유창순 전 국무총리를 영입하여 꾸준히 성장시켜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으로 육성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제과를 근간으로 식품, 유통, 서비스, 관광사업에다 석유화학과 전자 등 중화학까지 종합그룹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고층 제2 롯데월드를 건립함으로써 모국투자사업의 성공탑을 쌓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이병철 삼성 창업주. 오른쪽은 지난 1987년 이병철 삼성회장 장례식에 모인 이 회장의 아들들. 오른쪽부터 장남 이맹희,차남 고 이창희, 3남 이건희씨 모습.

삼성그룹 3남 승계의 성공사례

장자 승계의 한국형 양반문화 속에 삼성그룹이 장남을 제치고 3남에게 경영권을 승계시켜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초기에는 장남 이맹희 씨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후계구도를 밟게 했지만 도중에 마음에 차지 않아 3남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주었다.
행여 롯데그룹이 장남은 일본롯데, 차남은 한국롯데로 분리 경영하다가 장남의 직위 해임으로 후계구도를 변경한다면 삼성의 전례와도 유사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후계과정은 세칭 사카린 밀수사건 후 차남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가 구속되면서 형제간 마찰조짐이 나타났었다. 차남이 옥고를 치르고 나왔을 때는 장남이 사실상 후계자 지위에 올라 있어 형제간 충돌이 밖으로 새어나왔었다. 이 무렵 어느날 이병철 회장이 일본의 주간잡지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후계자론을 피력하여 국내로 알려졌다.
이때 이 회장은 장남은 ‘삼성경영’에 적성이 맞지 않고 차남은 중소기업 정도를 독립적으로 경영할 재목이기에 유학 중인 3남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요지를 밝혔었다. 이는 당시 충격적인 경제기사로 크게 보도되고 이에 따른 형제간 갈등은 증폭됐지만 이병철 회장의 권위와 신념으로 일체의 반란은 용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3남 승계는 창업주의 의지를 어김없이 계승하면서 제2의 창업으로 평가될 만큼 오늘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했다. 2세 이건희 회장은 후발기업의 위치에서 반도체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리고도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 놓고 몽땅 바꾸라는 신경영을 독려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금 이건희 회장은 건강악화로 장기 투병 중에 있지만 그동안 경영수업에 성공한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사장 등 3남매에 의해 3대째 경영승계가 성공할 것으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 상속관련 혈육분쟁의 교훈

한국형 재벌경영이 여러모로 비판되지만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성공모델로 평가되기도 한다. 다만 창업 2대에 이르는 과정에 혈육 간의 갈등과 분열이 잦았던 것이 큰 오점이다. 이 때문에 재벌경영은 창업에 못지않게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와 수성(守城)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되는 것이다.

▲ 효성 차남 조현문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현대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등 상위 유명 그룹이 승계과정과 그 뒤에 형제간 분쟁을 노출시켜 지탄을 받고 잘 수습됐다. 삼성그룹도 뒤늦게 장남과 3남간 유산분쟁이 법정으로 갔다가 항소심 과정에 화해로 종결했다.
형제간 우애가 각별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간 분쟁이 해소되는가 싶다가 재연하기를 반복했고 삼환그룹의 경우 2세인 최용권 명예회장이 지난해 여동생으로부터 해외 재산도피 혐의로 고발되어 분쟁사례로 꼽히고 말았다.
현재 진행 중인 형제간 분쟁 가운데는 효성그룹 3형제간의 고발사건이 부끄럽고 불효망측한 사례로 꼽힌다. 효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은 삼성 이병철 회장과 동업관계이던 대표적인 창업 1세대로 양반가문의 명문기업으로 효성그룹을 물려주었다. 창업 2세인 현 조석래 회장은 그룹을 확장 육성해 놓고 재계 지도자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까지 성공했었다.
그러던 것이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제간 의견충돌로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을 횡령 배임혐의로 고발하여 세상의 지탄을 받고 말았다. 더구나 부친 조석래 회장은 고령에다 지병을 앓으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형편인데 미국 명문대학에 유학했던 차남이 무슨 욕심으로 집안 이미지를 발칵 뒤집어 놓았는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벌가 3~4세들의 생각과 가치관 및 행동철학이 창업세대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시대상황과 세월의 기준이 너무나 크게 달라졌기에 선대의 재산 상속이나 경영권 세습에 대한 주관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외부의 시각에서 이들 혈육 간의 재산분쟁에 대해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릴 능력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기본상식으로 보면 형제간에 다소간 격차나 불평등이 있다 해도 이를 분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과욕이자 불효가 아닐까 싶기에 비판하는 것이다. 재벌가에 태어났기에 고생 없이 해외유학하고 젊은 나이에 경영에 참여하여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과복인지를 모르니 외부의 비판을 끌어들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6호 (2015년 2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