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잣대 정치권 범죄에는 고분고분

경제계가 하고픈 말
왜 기업인만 중벌인가
태광그룹의 경우, ‘사법치사’ 아닌가
사법잣대 정치권 범죄에는 고분고분

경제계와 기업인들이 정치권과 사법당국에 대해 ‘이게 뭡니까’라고 묻고 싶어한다. 사법정의는 좋지만 왜 유독 기업인에게만 가혹한 중벌이냐고 따지고 싶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 복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국민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인에게만 집행유예 없는 실형선고에다 법적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사면 없는 형 집행이 사법정의냐고 묻는 것이다.

의정단상의 전과자들과 비교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용어가 등장한 후 유전무죄(有錢無罪) 판결이 없어진 사실에 대해서는 국민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정치권 등 힘 있는 특권층에 비하면 기업범죄에 관한한 ‘유전중죄’(有錢重罪)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입법과 예산 심의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회의원 가운데 특별사면 복권으로 등원한 전과자(前科者)가 한둘인가. 그들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죄악이 기업인의 횡령 배임죄보다 가볍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평소에도 로비입법, 청부입법 등 우월적 특권을 남용한 부패냄새가 얼마나 풍겼는가. 혐의가 성립되어 검찰이 소환하면 고분고분 응했는가. 기소되고 유죄 판결된 경우에도 제대로 실형을 채웠는가. 정권 교체를 전후하여 정치적 특별사면 복권으로 다시 의정단상에 올라 호통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심지어 1·2심에서 중죄선고 받은 자가 아직도 국회의원으로 행세하는 사례가 진행되고 있는 않은가.
이를 보고 경제계가 ‘도대체 이게 뭡니까’라고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구나 지금껏 재계는 돈 많다는 죄 아닌 죄목으로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호통 쳐도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했으니 이제는 할 말은 해야 할 때가 됐노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사법치사’ 보도의 충격 전파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경제계의 고뇌와 번민이 첩첩이다. 재벌 오너라고 우쭐대고 군림하는 세월이 아니다. 과로(過勞)와 화병징후에 시달리며 각종 불치병과 투병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초일류 대한민국 브랜드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경우 기본 건강장애 탓이겠지만 1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이니 안타깝다. 삼성의 오너 리더십이 잘못 되면 우리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중대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이 때문에 모두가 이 회장의 건강회복을 기원하는 심정이다.
지난 11일자 조간(朝刊)이 ‘사법치사’(致死)라고 보도한 후 원로 기업인들이 기사를 읽어봤느냐고 문의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자살자들이 많은 세태를 개탄하는 여론임은 물론이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서울아산병원 영안실 관련 보도를 되찾아 읽었다.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 이임용 회장의 부인이자 일주학원 설립자인 이선애(88) 여사의 영안실 풍경이 울적하기 짝이 없다. 상주(喪主)석에서 조문객을 맞아야 할 외아들 이호진(55) 전 회장은 없고 카네이션 꽃바구니만 놓여 있었다. 간암 3기의 시한부 이 전 회장은 모친이 중환자실에서 임종한 같은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니 상주가 없는 장례식이었다.
유력언론이 이를 ‘사법치사’라고 표현했으니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은 것으로 확신한다. 고인은 지난 2012년 2월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고 상고를 포기한 후 중환자실에서 운명했다. 외아들 이호진 전 회장은 재판 도중에 경영권을 포기한 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병보석으로 치료 중이다.
이들 모자의 형벌에 대해 사법당국은 ‘법대로’라고 변명하겠지만 고인의 경우 언론보도 대로 거의 ‘사법치사’ 수준으로 비친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구치소에서 핫팩으로 3도 화상 입고 치매, 뇌졸중, 신부전증 등 수많은 질병으로 거의 식물인간이었다니 말이 되는가.
도대체 사법정의를 주장하는 당국자들은 죄를 처벌하자는 것인가 인간을 처벌하자는 의도인가. 사법치사죄는 죄가 아니고 처벌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사법정의가 사법당국의 손아귀속 칼자루인가

‘유전무죄’ 판결에 의해 유력 재벌총수들이 실형 받아 법정 구속되고 지금도 장기 수형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CJ그룹 이재현(55) 회장의 경우 휠체어 편에 앙상한 뼈를 내 보인 모습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신부전증으로 신장을 이식했지만 각종 거부반응에 시달리면서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장이 중병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으면서 자신이 설계한 각종 프로젝트들의 완성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말한 대목이 아직도 생생하다.
검찰과 법원이 법대로 기소하고 재판한다는데 누가 반대하고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재판결과에 대해 법률가의 양심이 일관적이고 공평무사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시라. 어찌하여 법의 잣대가 들쭉날쭉이고 사면 복권마저 차별적이고 특례 투성이 인가.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의 경우 치매와 뇌졸중으로 사리분간도 할 수 없는 중환자인데도 여론눈치 보느라고 형 집행정지를 거절했다니 무슨 망발인가. CJ 이재현 회장의 수감과 병보석을 반복한 것도 눈치노릇 아니었던가.
사법정의가 법원당국의 손아귀에 쥐어 있는 요술 방망이인줄 착각하는가. 그토록 엄중하다는 잣대가 왜 정치권 앞에서는 굽실굽실 한가. 정치권의 뇌물사건, 비자금사건 가운데 덮어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국가안보를 위협한 공안사범들에 대한 무죄선고와 특별사면 복권은 얼마인가.
이번 기회에 유아독존식 사법당국의 우월감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져야만 한다고 생각된다.

울화병 안나게 따뜻한 법집행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으니 안타깝고 불행한 사건이다. 고인의 정치와 경제활동에 관한한 비판의 여지가 많지만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다가 별건수사로 압박하여 자살로 몰아간 과정은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검찰수사 도중에 자살자가 갈수록 속출하는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 검찰권이 무소불위의 칼자루라는 말인가. 전직 장관, 광역시장, 대기업 사장 등 배경 있는 유력인사들이 왜 자살로 생을 포기했을까.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검찰 수사권의 남용과 월권에 대한 최고수준의 항변이 아니고 무엇인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화병이 무섭다고 들었다. 겉으로는 각종 성인병이나 불치병이라고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울화가 치밀어 중병으로 발전했으리라고 믿는다.
법의 심판은 오직 법률가들의 영역이지만 결코 신성불가침의 독점세계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들도 상식적인 법률지식이 있고 기업활동에도 법률고문이 따로 있어 무지막지하게 법을 짓밟는 행위를 생각할 수도 없는 세월이다. 위법, 불법 행위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도 인권이 존중되고 정상을 참작하는 배려가 있어야 함은 상식이라고 믿는다.
이번 ‘사법치사’ 보도를 계기로 사법당국이 온 국민이 법의 온기(溫氣)를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환골탈태하기를 촉구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0호 (2015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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