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증시 살아야 경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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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禹德昶(우덕창 전 쌍용그룹 부회장)

미 경제 장기호황은 증시 덕

연초부터 증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난 연말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증시가 활발한 장세를 보이고 있고, 대통령도 연두기자 회견에서 증시회복을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의 언급은 증시회복과 경기활성화를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에 와서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경제를 지수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은 증시침체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모 시사주간지가 분석한 기사에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는 내용이 있어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야기의 핵심은 ‘미국경제가 10년 이상 장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증시활황 덕분이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증시활황이 주가차익 증대→ 소비증가→ 기업생산 증가→ 기업수익증가→ 주가상승→ 증시활황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가 장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의 펀더멘탈이 취약한데 증시가 혼자서 활황을 누릴 수 없는 일이다.

미국 경제를 되돌아보면 80년대 후반만에도 실업자가 길거리에 넘칠 정도로 암울했고,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유수한 기업과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는 등 미국경제의 장래는 일본에 비해 매우 비관적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과감한 감세조치로 기업활동을 뒷받침했고, 고속통신망과 같은 IT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여 정보통신, 인터넷과 같은 신산업분야로의 산업구조전환을 서둘렀다. 거기에다 FRB의 적절한 금리정책이 미국경제 회복을 도왔고, 이는 바로 증시활황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FRB 의장의 언행은 신중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지난해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살펴보면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 GDP는 9.4%로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경상수지도 100억불상당의 흑자를 달성했다. 소비자물가도 2.3%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거시지표에 뒤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남아국가나 일본에 비해 우리경제가 상당히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펀더멘탈을 계속 견지하면서 증시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성장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대목은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가 정책기조를 자주 바꿔 일관성을 잃게 되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결국 증시의 기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FRB 의장이 말을 매우 신중히 하며 1년에 한두번 밖에 기자를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투자가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완전하게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 되어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이 나서서 국내외 투자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IR 활동을 벌여야 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와 근로자 증권저축 부활 등을 통해서 수요기반의 확대와 증시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본적으로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심 안정 정치가 시급하다

셋째로 정치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금년에는 국민 모두가 보다 성숙한 정치를 기대했으나, 정치권은 아직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가 불안하면 사회 또한 불안해지므로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외국 자본도 우리나라를 기피하기 때문에 결국 증시에너지는 약화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하루 빨리 정치가 화합해서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민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마음 편히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증시는 경제의 얼굴이고 동시에 기업의 젖줄인 것이다. 즉 경제의 실상이 증시에 그대로 나타나고 또 기업은 증시를 통해서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증시가 침체를 거듭한다면 경제는 숨이 막혀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다행이 년초 증시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상당폭의 지수상승이 계속 되고 있으며, 예탁금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증시 활황이 계속 된다면 의외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가가 회복되면 소비도 살아날 것이고 기업들의 투자활동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 찾아온 증시의 청신호가 경기활성화로 안착될 수 있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최선을 다해야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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