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민간 연구원장들의 진단

신뢰회복이 위기극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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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전망에 응답해 주신 분

김중웅(金重雄)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민병균(閔丙均) 자유기업원장

이윤호(李允鎬) LG경제원구원장

정문건(鄭文建) 삼성경제원구소 상무

한이헌(韓利憲)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문가들의 예측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예측이 빗나갈 불확실성이 많고 정책실패가 많기 때문이라 해명된다. 그러나 실상은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과 경제주체들의 불신과 의욕감퇴가 더욱 큰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민간 경제연구원장들의 솔직한 견해가 올해 우리경제를 내다보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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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웅(金重雄) , 민병균(閔丙均), 이윤호(李允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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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건(鄭文建) 한이헌(韓利憲)>

신뢰 상실이 위기의 본질

-우리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 해법이 궁금하다.

閔: 정부정책이 신뢰를 잃은 데 있다고 봅니다. 의약분업, 연기금, 의료보험, 대학교육, 남북경제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구조조정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감각의 정책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목표가 불분명하고 아마추어적인 정책실패를 지속해오는 데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도 정책방향을 추슬러야 할 것입니다. 아마추어적인 발상은 피해야겠지요.

李: 저도 민원장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된데 따른 여러 문제, 이를테면 자금경색 사회갈등 정치력부재 등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신뢰상실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것이 리더십의 위기,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지고 전 국민의 상실감으로 번지고 있다고 봅니다.

金: 신뢰의 위기라는데는 두분의 의견과 같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에 있는데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처방은 무엇보다도 경제팀의 리더십을 확립하고 사회 전체의 신뢰수준을 향상시키고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韓: 저는 IMF사태가 몇 사람의 잘못때문이라고 왜곡시킴으로써 모든 경제주체가 구조조정의 책임자라는 인식을 심는데 실패한데서 찾고 싶어요. 특히 노동자를 IMF사태의 최대 피해자로만 부각시킨 정치적 인기주의가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우선 정부정책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힘이 아닌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鄭: 무리한 개혁 추진과 4대 부문에 걸친 동시다발적인 IMF식 개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엄격한 영·미식 자본주의에 적용되는 기준에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구조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년간 구조조정 시장평가는 실패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을 평가한다면… 그에 따른 정부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선 어떤 진단을 내릴까.

金: 4대 부문 개혁 중 기업·금융부문의 개혁만 어느 정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을 뿐 노동이나 공공부문은 거의 성과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고비용 구조조정’에 그친 셈이지요. 개혁이 부진한 것은 정책의 초점이 과거의 부실 제거에만 두어져 경제 각 부문의 경쟁력제고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임기웅변적 정책이 난무하는 등 원칙이 없었고 구조조정의 우선순위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예컨대 공공부문의 개혁은 뒤로 미룬 채 힘약한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만 재촉하여 그것이 결국 자금경색을 더 심화시키고 기업부실을 가중시키고 말았지요.

韓: 정부 주도의 몰아치기식 구조조정은 과거의 부실기업 정리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실기업과 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원칙결여로 오히려 상시적 구조조정의 시스템 구축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말해 금감위가 외환위기 이후에도 구조조정을 계속 주도한 것이 실패작입니다.

鄭: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인 편입니다. 지난 3년간 기업들은 나름대로 자산매각, 인력감축,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개선 노력을 해 왔으나 경영전반에 걸쳐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閔: 구조조정은 실패작입니다. 정부가 부패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안된 것이지요. 만일 지난 3년간 제대로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어떤 면에서는 10여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는 일본을 멋지게 추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일본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해졌습니다. 소위 나눠먹기식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의당 했었어야 할 자산매각, 부채상환, 인력조정, 사업재편 등을 미룬 채 빚잔치를 벌인 것이 그 원인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정도로 해야 합니다.

李: 전반적으로 부진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정부가 구조조정할 능력이 부족하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심하며 구조조정 자체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요. 문제점은 구조개혁이 원칙없이 흔들렸고 이해집단의 반발에 자주 타협한 것입니다. 그리고 구조조정 추진현황에 대한 체크부재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구조조정 우선’이라던 정부가 새해 경제운용계획에서는 ‘先경기부양 後구조조정’으로 말을 바꾸었는데…’

李: 지나친 경기위축으로 구조조정이 어려울 것을 우려한 제한적인 경기부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술 때 수혈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합니다.

閔: 이것도 도덕적 해이 현상이지요. 구조조정이 잘 안되니까 말이라도 바꾸어 보자는 속임수이겠으나 이제는 속을 국민도 없을 것입니다.

韓: 새해 경제운용의 초점은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시장에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두어야 합니다. 올해는 성장률을 조금 더 올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정치논리에 의한 일시적 경기부양은 새로운 착시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鄭: 올 상반기 중 가계와 기업의 지나친 심리위축으로 경기가 예상외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제한적인 경기부양책은 시행할 필요가 있어요.

金: 저는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은 경기부양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개혁은 호황기에 이루어져야 수월하고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나 국민경제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구조조정이 강제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경기부양책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제팀 교체, 권한위임 바람직

-국정쇄신과 관련, 경제팀도 다시 교체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경제팀의 잦은 교체가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

韓: 현 경제팀은 출범한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정책기조가 이 정부초기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보입니다.

閔: 정책이 바뀔 때 장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정책을 해 본다면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정책이 과연 바뀔 수 있을까요.

李: 현 경제팀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金: 장관의 잦은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릴 뿐아니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더욱이 2차 구조조정의 시한이 2월로 정해져 있고 그 성과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팀 자체를 교체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교체보다는 현 경제팀이 일관되고 지속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요.

鄭: 경제팀의 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수용가능한 합리적인 개혁방법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금융지주회사 시너지효과 별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게 될 금융지주회사가 제 기능을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李: 문제는 이 지주회사가 어떻게 활용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주회사의 자(子)회사에 엄격한 자구노력과 경영성과를 요구한다면 부실기업 퇴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며 퇴출을 피하거나 연기하기 위해 부실금융을 묶는 것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閔: 잘못하는 일입니다.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금융기능이 회생될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韓: 전문가들도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단기적으로는 자산구조가 개선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금융부실의 근본원인이 되는 금융자율 관행과 기법의 미발달이라는 문제점의 개선에 별 도움이 못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金: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전자는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과 함께 경영개선 조치가 불가피하므로 지주회사는 비교적 유용한 수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는 수익기반 확보를 위해 대형화, 겸업화 등이 바람직하므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의 자회사를 둠으로써 대형의 유니버설 뱅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반기에나 경기회복 기대

-올해 경기는 언제쯤 살아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사다. 어떻게 해야 회생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을까.

閔: 단기 부양책으로 잠시 경기가 나아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체질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구조조정을 미루게 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金: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로선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경제주체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극복되고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경기회복의 전제조건으로는 대내외적인 것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鄭: 하반기 중 두 가지 여건, 즉 공적자금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적기에 충분히 투입되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경기는 반등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교역조건이 지난 해 보다 개선되면 경기회복세가 더 가시화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李: 원칙에 충실한 구조조정이 강력히 추진되고 이를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금년 하반기부터는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韓: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는 것은 철저한 구조조정으로 다시 태어날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인위적 부양 또는 특수요인에 의한 일시적 고(高)성장은 착시현상을 가져와 문제를 더 어렵게 할 것입니다.

미국경제 硬(경)·軟(연)착륙 함께 대응

-미국경제의 움직임이 다소 불안합니다.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것 같은데…

李: 미국경제의 경착륙은 어느 정도 세계경제의 둔화로 반영될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 등은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약합니다. 우리의 경우 수출시장의 다변화, 생산성의 향상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극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韓: 미국경제는 정권교체 과정에 새로운 처방 즉 금리인하와 감세정책이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보여 오히려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미국경제가 연착륙하더라도 우리경제에 주는 충격은 클 것입니다.

金: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수출이 줄게되어 우리경제에 타격이 클 것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첨단기술주를 비롯한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피할 수 없게 되겠지요.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수진작과 금융시스템을 건전화시키는 일이 시급합니다.

閔: 미국경제가 어려워진다 해서 대비책이 따로 있거나 달라질게 없습니다. 미국과 관계없이 한국경제는 체질을 키워야 합니다. 거짓과 도둑질이 사라지고 바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합니다.

鄭: 우리 원화가 경쟁국인 일본, 중국, 대만 등의 환율보다 고평가되지 않도록 유도하여 대미(對美)지역 수출이 줄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안정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EU권과 중국시장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정리/ 申天均(신천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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