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1941년 집필, 4번째 번역

JAPAN Inside Out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이승만 1941년 집필, 4번째 번역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이 있기 전 이승만 박사가 일본의 전쟁심리를 경고한 ‘JAPAN Inside Out’이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는 제호로 출간됐다. 이 책은 1941년 8월 이 박사가 영문으로 저술한 후 국내에서 3차례 번역판이 나왔지만 이번에 다시 류광현 옮김으로 비봉출판사가 연대 이승만연구원 번역총서 5호로 나왔다.

천황의 신성아래 성전사상

지금부터 75년 전 미국에서 독립운동 하던 이 박사가 일본 천황(天皇)제의 실체를 벗겨 전쟁심리를 미국인들에게 깨우쳐 주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일본의 통치자는 황제(Emperor)가 아닌 텐노(천황)로 불리는 ‘하늘이 내린 왕’이라고 주장한다. 천황은 다른 나라의 군주보다 상위의 신성(神性)이라고 믿어 전 국토와 신민(臣民)을 소유 지배한다고 교과서에 기술하여 가르친다.
이 박사는 이 같은 일본인들의 천황숭배 사상이 곧 전쟁예찬 군국주의 정신의 배경이며 일본군대는 무적성(無敵性)을 지닌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일본의 전쟁심리가 성전(聖戰)사상으로 나타나 이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외국기자들이나 선교사들은 일본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본이다.
이승만은 일본이 섬나라로 늘 영토 확장의 꿈을 버리지 못해 이 같은 전쟁심리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592년 조선을 침공한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일본의 나폴레옹’으로 생각한다. 1894년 무방비의 중국을 공격하고 1904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것도 영토야욕의 성전정신이 배경이다.
이승만은 ‘다나카(田中)각서’의 비밀을 폭로했다. 일본 총리실 사무실 직원이 극비문서를 복사한 것을 한국인이 입수했다고 밝혔다. 일본 육군상을 지낸 다나카 남작이 중국대륙 정복을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중국대륙 정복을 위해서는 먼저 미국을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중국을 정복하면 아시아의 잔여 국들은 절로 항복하게 된다는 꿈같은 공작을 담았다.

무조건 전쟁반대자는 간첩 경고

이승만은 다나카 각서를 보고도 전쟁을 기피하려는 평화주의자들의 논리에 끌려가겠느냐고 물었다. 이는 일본의 반미, 파괴적인 선전 선동을 막아야만 한다는 경고였다. 당시 일본은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오도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미국에는 무조건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들이 미국을 무방비 상태로 이끌려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승만은 이들 평화주의자들이 간첩과도 같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실제로 이승만의 저술이 나온지 불과 몇 달 뒤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으니 참으로 놀라운 분석력과 예언이 아니었는가.
이승만 연구로 논문과 저술을 발표한 바 있는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및 3선 의원을 지낸 손세일(孫世一) 씨는 이 책 추천사를 통해 이승만의 일본 전쟁심리 분석은 너무나 정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책임한 반전(反戰)주의자들의 영향으로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실상에 관해 눈을 감고 있다가 기습공격을 당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을 보고 미국인들은 이승만을 ‘위대한 예언자’라고 칭송하고 ‘JAPAN Inside Out’이 금방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편 대지(大地)의 작가 Pearl.S.Buck 여사는 1941년 8월 이 책의 서평을 통해 “이승만이 말한 내용이 진실이 아니기를 말할 수 있도록 바랐지만 그의 말이 ‘너무나 진실’이기에 차라리 ‘무서운 책’”이라고 말했다. 또 펄벅은 1905년 미국이 한미수호조약을 수치스럽게 파기함으로써 일본이 조선을 집어삼키게 허용했노라고 비판했다.

박기봉사장의 애국출판 신념

이 책의 역자 류광현 씨는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에서 회계사와 호텔업에 종사하다가 논픽션 ‘통일 교향곡’을 집필하여 비봉출판사와 인연을 맺었다. 류 씨는 비봉출판 박기봉 사장이 4번째로 이 책의 번역을 주문한 이유를 기존의 번역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역자후기(後記)를 통해 밝혔다.
이 책은 1954년 박 마리아의 ‘일본 내막기’, 1987년 이종일 씨의 ‘일본 군국주의 실상’, 2007년 대한언론인회의 ‘일본, 그 가면의 실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바 있다. 그런데도 비봉출판사 박기봉 사장의 안목은 어딘가 미흡했다고 본 것이다.
박 사장은 증권전문가에서 출판인으로 변신한 후 자신의 어학력으로 많은 고전을 번역 출판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에 간행한 ‘삼국연의’(三國演義) 12권은 학자들에게 청탁했다가 실패한 후 자신이 꼬박 3년간 몰두하여 국내 최초로 원문대역본으로 출간함으로써 3국지 독서시장을 통일했다고 자부한다. 또 최근에 비봉에서 출판한 ‘고구려-발해인 칭기스칸’ 1·2권은 천재 사학가 전원철 씨의 집필로 정복자 칭기스칸이 고구려 왕족임을 밝혀내 역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종북이념의 난동에 대응하여 전 국정원 직원의 양심고백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 북한이 공개한 북한자료를 근거로 ‘북의 지령따라 움직이는 남쪽 사람들’을 출간하여 우국 애국진영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사장은 이승만의 ‘JAPAN Inside Out’이 지적한 일본의 가면은 지금도 진행 중인 것으로 인식한다. 이승만이 일본 천황제의 실체를 벗겨 전쟁심리를 경고했는데도 미국이 듣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난 후 맥아더 사령부의 일본 개조정책에서도 천황의 전쟁책임을 단죄하지 못한 채 천황제를 보존시켜 주고 말았다.
이 같은 사실을 배경으로 보면 오늘의 일본 아베 정권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 사장은 북의 김일성 3대 수령 전체주의가 일본 천황제와 지극히 유사하지 않느냐고도 지적한다.
결국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는 이 책의 재번역을 통해 이승만의 탁월한 예언력을 새삼 평가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2호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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