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부정부패와 국가흥망

문화개조 국민운동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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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金東基 편집위원(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학술원 경제학, 경영학 분과 위원장)

西로마는 부정부패로 망했다

영국인 기번(Edward Gibbon)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il of the Roman Empire)를 보면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서기 395년에 죽자 동서로 분열되어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리되었다.

그런데 서로마제국은 야만인으로 구성된 군대가 지배하는 군사국가화 한데다가 경제활동의 정체로 국민 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서로마제국에선 지배계급의 호화스런 사치가 기승을 부렸고 또 이들의 도덕적 퇴폐와 부패가 극에 달하여 마침내 서기 455년에 서로마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동로마제국은 서로마제국에 비하여 경제력, 문화력, 도덕력이 훨씬 앞서 있었고 또 통치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계속 번영하여 1453년 오스만 투르크족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존속하였다.

결국 서로마제국이 동로마제국보다 먼저 멸망한 것은 정치력, 경제력, 문화력, 군사력의 열세와 도덕적 퇴폐와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희랍이 도시국가시대일 때 아테네가 경제력, 군사력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에 의해서 멸망된 이유는 바로 국론 분열과 도덕적 타락과 퇴폐 때문이었다.

DJ정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1961년 5월 16일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서 일어났던 군사혁명도 따지고 보면 공산주의라는 외부의 침략세력을 막는 것 못지 않게 국가기강의 해이와 사상적 혼란 그리고 부정부패라는 ‘안으로부터의 적’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내부의 적 때문에 안에서 스스로 무너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일어났던 革命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는 국가건설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집권한 지 3년을 보내면서 김모 전법무부장관 부인의 옷로비사건, 박모 전문화관광부장관 연류설로 떠들썩했던 한빛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거액 불법대출사건, 그리고 최근의 동방금고, 열린금고의 거액부정대출사건과 관련된 정관계로비의혹 등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 정치문제로 클로즈업되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물가고, 실업위기, 수입감소 등으로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 부정부패행위에 연루되어 수십, 수백억원의 금품이 기업인과 정치인, 관리들 사이에 오고 갔다면 국민들은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폴검이 말하는 도덕교육 10가지

경기규칙을 어겨서 당하는 불이익보다 경기규칙을 지켜서 당하는 불이익이 더 큰 사회는 분명히 정의로운 사회는 아니고 올바른 사회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규범과 법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처벌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며 반대로 규범과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은 불이익을 안 당하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이나 사회에서 품성교육이나 도덕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사람들은 자식을 낳은 뒤 4?5세 때부터 1)남에게 거짓말하지 말 것 2)남을 속이지 말 것 3)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불편을 주지 말 것 4)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 것 5)정직할 것 등 다섯 가지를 가르친다고 한다.

로버트 폴검이 쓴 ‘나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서 품성교육 내지 도덕교육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덕목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무엇이던지 나누어 가져라.

2)정정당당하게 행동하라.

3)남을 때리지 말아라.

4)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5)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깨끗이 치워라.

6)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아라.

7)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엔 미안하다고 말하라.

8)밥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어라.

9)화장실을 쓴 다음엔 꼭 물을 내려라.

10)균형잡힌 생활을 하라. 날마다 배우고 생각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는 법을 배워라.

예의와 염치가 바로서야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한사람인 관자(管子)가 말하기를 한 나라가 존립하는 도덕적 기반은 유(維)라고 했다.

네 가지 밧줄이라는 뜻인데 첫째 예의, 둘째 의리, 셋째 염치, 넷째 수치(부끄러움)를 가르키는데 첫째 밧줄(예의)이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째 밧줄(의리)이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셋째 밧줄(염치)이 끊어지면 나라가 전복되고 넷째 밧줄(수치심)이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관자는 경고하였다.

예의와 염치는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윤리로 이것이 바로서야 사회의 기강이 선다.

국민들 사이에 예의가 땅에 떨어지고 정의가 무너지고 청렴한 기풍이 사라지고 악과 부정을 행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그러한 나라는 곧 멸망하게 된다.

예의, 의리, 염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바로 한 나라를 만드는 도덕적 지주요 정신적 기둥이며 윤리적 기반이다.

이 네 가지가 바로 잡히면 나라가 바로선다.

이 네 가지 위에서 비로소 준법정신과 준법행동, 사회정의, 양심, 도덕규범적 질서가 바로설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40년간(1961?2000) 우리는 놀라운 고도경제성장으로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로움은 달성되었으나 정신적 황폐화가 심화되어 마침내 한국인의 정신문화는

1)허세문화(외화내빈의 문화)

2)조급문화(빨리빨리 문화)

3)기분문화(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문화)

4)이기문화(남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중심적, 자기본위적 사고와 행동이 지배하는 문화)

5)투쟁문화(타협이나 양보 보다는 투쟁 일변도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드는 문화)

6)비방문화(모든 잘못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문화)를 낳게 만들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런 잘못된 문화를 뜯어고치는 일대 문화개조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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