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갖출 것 5가지 못갖춘

한국 지도층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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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宋復 (송부 연세대 교수)

無歷史性(무역사성)으로 공격적이다

우리나라 지배계층의 역사는 아버지와 자신을 합쳐 당대에 탄생했다. 자기대에서 지도층으로 올라선 길은 크게 두 갈래이다.

하나는 경제계층인 대기업가층이고 다른 하나는 고위직층이다.

경제계층은 대체로 5백대 기업에 속하는 사람들을 상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고위직층은 국회의원에서 대통령까지의 정치인,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고위관료, 부장급 이상 판검사와 변호사, 경무관 이상 경찰, 장성급 군인, 교장, 교수급 고위교육자, 부장급 이상 언론인, 병원장급 이상 의료인, 지도급 종교 예술 문인 등 저명인사 등을 말한다.

이들 고위직층도 당대에 태어난 지도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뿌리가 없고 역사성이 없다는 뜻이다.

지도층이 형성된 역사가 일천하기에 1백년의 역사를 지닌 서구와 비교되고 무역사성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외국의 지도층들은 Old rich, Old high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New rich, New high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New rich는 우리말로 졸부(猝富)로 표현되고 New high는 벼락감투(猝起)라고 부르게 된다.

벼락감투는 공격적인 특징을 지닌다.

합리성이나 양심보다 뚝심과 배짱으로 밀어붙이게 된다. 또한 충동적이다. 좌충우돌하는 버릇이다. 게다가 한계를 모르고 분수를 넘어 행동하게 마련이다.

자만, 오만, 교만의 無道德性(무도덕성)

지도층의 두 번째 특징은 무도덕성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수단의식은 있지만 가치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부를 쌓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겠다는 인식은 있지만 가치의식이 모자라 무도덕성이라 지적된다.

옛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 헤엄은 치지 않는다”는 고집이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마저 해서는 안되겠다는 도덕성을 비유해서 한말임은 물론이다.

차라리 “개헤엄을 쳐서 살아남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는 말이다. “당신 개 헤엄쳐서 살아남았지”라는 수모를 당하느니 죽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가치의식의 표현이기도 했다.

최근 도덕적 해이현상이 만연되어 있다고 한다. 자기가 얻고 싶은 것을 획득하고 나면 도덕적으로 해이해진다는 뜻이다.

이는 자만(自慢)과 오만(傲慢)이다. 겸손치 않고 거만하게 뽐내고 자랑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교만(驕慢)도 문제이다. 옆 사람이 보이지 않고 남의 말이 들리지 않고 남을 없이 여기게 되니 자기가 제일이라고 착각한다.

이 3가지 자만, 오만, 교만이 도덕적 해이의 최고 상태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세금 안내고 군대 안가는 無犧牲性(무희생성)

남을 위해 희생하려 않고 베풀려 하지 않는 것은 무희생성이다.

지도층이 좋은 것은 자기가 차지하고 힘든 것은 국민에게 맡기려 하니 무희생성이다.

지난해 총선 입후보자들의 27%가 세금 한푼 내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46%는 1년에 1백만원 미만의 납세실적 뿐이었다.

1백만원 이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이 무는 세금액수에 비유된다. 그러나 실제 그들이 생활보호대상자들이라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이것이 지도층의 무희생성 특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4·13총선에서의 지역구 당선자 26.3%가 병역미필자였다. 일반인의 병역면제율은 4%인데 지도층으로 자부하는 이들은 왜 그토록 면제율이 높을 수 있다는 말인가.

분열과 사생결단의 無團合性(무단합성)

내부 투쟁이 극심하고 분열로 싸우는 것이 또 하나의 지도층 특징이다.

율곡 선생의 상소문에도 “짚더미가 무너지고 기왓장이 날아가도록 싸우더라”는 말이 있다.

그 시절 상층 지도부에도 서로가 서로를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가 잦아 상소문을 올렸다니 지도층의 무단합성(無團合性)도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도 싸움질한다. 그러나 내부의 에너지를 탕진하는 사태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층부가 서로 싸우면 비축 에너지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그래서 지도층이 소모품처럼 금방 잊혀지고 소멸되기도 한다.

가신이나 거느리는 無後繼性(무후계성)

한국의 지도층은 후계자를 기르지 않고 맥을 잇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자기대에만 집착하고 기껏해야 가신(家臣)들만 거느리는 행태가 고작이다.

삼국시대 제일 후진국이자 약소국인 신라가 3국을 통일했다. 신라는 당나라 군대를 끌고 와 통일했다고 지적하지만 고구려나 백제는 뭘하고 있었던가.

신라에는 충성스럽고 희생적이며 단합된 지도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 우리의 지도층은 통일되지 않고 국체를 보존해 나갈 상태가 되지 못한 채 북한과 대화와 협상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는 충성스럽고 단합된 지도층이 공고하게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우리가 희희낙락하고 안심할 처지가 되겠는지를 지도층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른경제 2000. 12호서 요약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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