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경영론 (2)]

풍류도의 시대적 요청



글 / 황인용(수필가)

동양의 로고스가 도(道)라면 서양의 도는 로고스다. 로고스는 원래 희랍어로 ‘말’을 뜻한다. 차츰 이성의 뜻으로 쓰이다가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의미가 확충되었다.

도(道)란 무엇인가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말씀은 하느님과 같은 분이셨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말씀’도 로고스의 뜻임은 물론이다. 서양철학이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위주이고 현대의 분석 철학 또한 언어분석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 또는 “도(道)를 도라라고 한다면 떳떳한 도가 아니다”는 노자(老子)의 말처럼 언어를 초월코자 했다. 상대적인 인간의 언어로는 절대의 경지를 규정할 수 없음을 절감한 까닭이었다.
도(道)란 무엇인가. 길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다만 그 실천 윤리적인 성격이나 지향성은 목적의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동양문화가 합목적적인 까닭이기도 하다. 동양의 도는 자연의 질서에서 인간의 규범을 배우고자 함으로써 사실가치와 윤리가치의 합일 또는 존재와 당위의 일치가 아니겠는가.

동양의 시대…문명 서진론

서양은 합리지상주의에 매몰 돼 속도와 효율만 중시한 나머지 무엇을 위한 자본이며 기술인지 망각한 채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막다른 길에 봉착해 있다면 어찌 동양의 도에서 길을 찾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이 문제의 해답인 듯 새천년 벽두에 ‘밀레니엄’의 저자인 아메스톤을 위시해 홉스봄 같은 석학들은 동양의 시대 도래를 예언했다.
동양의 시대는 문명 서진론(西進論)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오리엔트 지방에서 떠오른 문명의 태양은 서진을 계속해 희랍 로마 영국 미국을 거쳐 동아시아에서 떠오르려는 여명과 찰나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뉴 에이지) 또한 태양의 춘분점이 지난 2천년 동안 서양의 기독교 문명을 관장해 온 물고기 성좌에서 동양문화를 관장하는 물병성좌로 옮겨 갔음을 말했기도 하다.
그 이전에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을 예언했다. 윌 듀란트도 반세기 전에 미국은 로마변방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면 서구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아닐까.
정작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동양 시대라는 천명이 내려졌다 한들 사명감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까닭이다.

세계문화의 꽃은 한반도에서

보란 듯이 원대한 민족적 전망을 열어 보여준 이들이 구한말 민족종교 창시자들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후천개벽 때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리라고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말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증산(姜甑山)은 놀랍게도 하늘에서 땅, 물질에서 정신, 상극에서 상생으로의 시대전환을 예측했다. 하늘에서 땅은 가부장 질서에서 생태여성주의 시대론의 이행을 말함이고 서양의 생태여성주의보다 백년 앞선 선각이었다. 아울러 물질에서 정신은 서양의 물질문명에서 동양의 정신문화로의 이행을 말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기운이 한반도에서 회통(會通)하여 사상통일, 종교통일, 남북통일의 시대가 열린다. 세계문화의 꽃은 한반도에서 피어나니 이를 일러 대명(大明)이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엄청난 천기를 누설한 이가 갱정유도(更定儒道)의 강대성(姜大成) 말고 일찍이 있었던가. 강증산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 둘은 남도 출신이지만 공교롭게도 본관이 진주라는 사실이다.
좌우지간 강증산은 민족위기의 시대에 민족의 뿌리를 찾아 단군에 소급했다. 그는 이를 원시반본(原始返本)이라 불렀다. 외환위기 때도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구호가 무성했음은 위기 때 돌아가 새출발 해야 할 곳은 뿌리인 까닭이 아니겠는가.
서울에는 회기역(回基驛)이란 의미심장한 이름의 전철역이 있다. 날마다 지나치면서 민족의 뿌리이자 구심점인 단군으로의 회귀를 생각하는 이들은 얼마쯤인가?
“신은 인간에게 무한한 창조력을 선물하는데 외부가 아닌 내면에 존재한다. 홍익인간은 조화를 촉구하는 정신이며 새천년 지구촌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가치관의 근본이다”
이는 월시라는 미국의 심성(心性) 작가가 쓴 홍익인간 해설서인 ‘신과 나눈 이야기’의 결론이다. 그는 세계명상축제에서 단학수련을 받고 단군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가 쓴 책은 뉴욕타임즈 집계 결과 114주 최고의 판매부수를 자랑했다니 자랑스럽고도 부끄럽지 않은가. 한 마디로 주객전도 말이다.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새천년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세계문화 통일도 전통문화에 답이 있다”
홍일식 전 고대총장처럼 맹목적 서구 추종의 근대화를 반성하고 한국적 가치를 세계화 하려는 적극적 능동적 세계화 전략을 채택해 마땅하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방법론으로 풀어야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평론가 박용구의 말, “역사상 세 번의 문예부흥이 있었는데 네 번째는 우리 차례다”라고 했다. 감나무 아래에 누워 입만 벌리고 있으면 절로 홍시가 떨어지는 일일까.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3호 (2015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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